"회원사 연내 500곳으로 확대···3분기 충청 지회도 설립"

박현주 IT여성기업인협회장 "2030 롤모델과 4050 스케일업 돕고 싶어"

인터뷰입력 :2022/06/03 08:38    수정: 2022/06/04 11:05

"현재 협회 회원 기업이 410개입니다. 문호를 넓혀 올해안으로 500곳 이상으로 늘리겠습니다."

박현주 IT여성기업인협회(KIBWA, Korea IT Business Women’s Association) 회장은 협회가 여성IT기업인의 지속성장과 스케일업을 도와주는 파트너가 되고 싶다며 이 같이 밝혔다.

IT분야에 종사하는 여성 기업인들 모임인 KIBWA는 과기정통부 산하 사단법인이다. 2001년 9월 설립됐다. 박 회장은 올 2월 임기 2년의 9대 회장에 취임했다. 현재 그는 자동차보안 전문업체로 모빌리티 분야 데이터 케어 전문업체로 성장하고 있는 '시옷'의 대표로 이 회사를 2015년 설립했다. 박 회장은 협회가 IT분야 여성 리더를 양성하는 산실이 되고 선배 멘토링 등을 통해 2030 여성들의 롤모델이 되고 싶다고 강조했다.

지난 3개월간 회장 소회를 묻자 "막상 취임해 보니 열악한 여성IT기업들이 많아 놀랐다"면서 "각 분야에 종사하는 IT 여성들에게 정말 도움이 되는 협회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보안전문가인 그는 국내서 보기 드문 개발자 출신 여성 최고경영자(CEO)다. 대학에서 컴퓨터를 전공했지만 미술을 좋아하고 그림을 곧  잘 그린다. 그의 사무실 한켠에는 박 회장이 직접 그린 그림이 놓여있다. "미술 뿐 아니라 운동 등 모든 걸 웬만큼 한다"며 반색했다.

그가 회장이 된 후 협회 임원진이 젊어졌다. 젊은 여성 전문가들을 임원으로 많이 선임했다. 협회 살림살이도 든든해졌다. 작년 사업 규모의 4배 이상을 이미 수주했다. 박 회장은 "여성 IT인들을 위한 교육이나 취창업은 국내서 우리 협회가 제일 잘 한다"고 강조했다. 협회의 '전국구화'에도 매진하고 있다. 3분기중 충청지회가 새로 만들어질 예정이다. 서울 강남역 인근 시옷 사무실에서 박 회장을 만나 협회 일과 기업 일 등을 들어봤다. 17년차 CEO인 그는 리더십에 대해 "예전엔 책임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비전을 주는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현주 한국여성IT기업인협회장. 올 2월 9대 회장에 취임했다.

-키브와(KIBWA) 회장이 된지 3개월이 조금 넘었다. 그동안의 소회는?

"회장이 되니 협회 일에 절대적으로 시간이 많이 들어간다. 내가 밖으로 다니며 협회 일을 하는 걸 반기는 직원도 있다(웃음). 막상 회장이 돼보니 여성IT기업들이 열악한 곳이 많아 놀랐다. 협회의 존재 이유를 절실히 깨달았다. 또 하나 변한게 있다. 이전에는 고객들이 나를 보면 CTO 같다는 말을 많이 했다. 요즘은 아니다. 공공 쪽 사람들을 많이 만나는 것도 달라진 것 중 하나다."

-협회의 올해 주요 활동으로 5대 스케일업(성장)을 내세웠다. 이중 지역확대 계획은?

"작년에 호남지회를 만들었다. 올해는 충청 지회를 만든다. 대전, 세종, 충청권을 커버한다. 3분기 중 설립할 것 같다. 이미 발족위원회는 설립했다."

-비즈니스 융합 스케일업도 강조했는데

"회원사간 융합을 통해 서로가 스케일업 하자는 거다. 회원사 내 다양한 기업과 전문가들이 협력해 시너지를 낼 수 있게 할 예정이다. 이미 소프트웨어(SW) 개발, 콘텐츠, 교육, 사물인터넷(IoT), 대체불가토큰(NFT) 등 다양한 분야 기업이 협력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협회 내부 뿐 아니라 외부 기업과도 융합을 추진하겠다."

-현재 회원사는 몇 곳인가? 회원사 확대 방안은?

"현재 410개 여성 기업이 회원이다. 문호를 활짝 열어 올해 안으로 500개 이상 기업으로 늘리려 한다. 지금은 융합시대다. 소프트웨어 기업 외에 하드웨어 기업, 또 IT를 입히려 하는 곳도 다 회원사가 될 수 있다. 상징적으로 큰 회사도 회원으로 만들겠다. IT 경계가 없는 융합시대니 대기업도 들어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회원 규정도 바꾸려 한다. 지금은 기업 대표나 임원만 가능하다. 문호를 보다 넗히겠다. 이미 어느 단체의 40개 기업이 들어오려 하고 있다. 임원진도 변화를 줬다. 젊은 여성 전문가들을 많이 선임했다. 권선주 수석 부회장의 경우 게임 전문가다. 게임으로 회사를 한번 엑시트(exit) 했고 지금은 디지털 치료제 사업을 하고 있다. 채은경 수석 부회장(유클리드소프트 대표)은 대전에서 교육 플랫폼 사업을 하고 있다. 한양대 AI박사인 김현주 대표도 임원이다."

-여성IT기업인들이 협회 멤버가 왜 돼야 하나? 라고 묻는다면...

"얼마전 공공기관의 높은 여성 분을 만났다. 창업에 관심이 많은데 물어볼 곳이 마땅치 않다고 하더라. 이런 경우 우리 협회가 도움을 줄 수 있다. 이런 고민을 해결해주는 곳은 우리 협회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대기업에 다니면 있을 때만 좋고 결국은 나와야 한다. 나오면 창업이나 중소기업에 취업해야 한다. 이런 경우도 우리 협회가 도움을 줄 수 있다. 우리처럼 IT분야 여성기업인들이 모인 곳은 세계적으로도 드물다. 우리 협회에는 다양한 IT 전문가들이 있다. 우리 협회에 오면 IT분야 답을 찾을 수 있다. 협회 산하에 기술혁신분과가 있는데 '열공'하는 조직이다. 작년에도 이 분과를 중심으로 매주 금요일 그룹으로 공부했다. 나도 여기에 참여, 새벽2시까지 공부했다. 협회에 40대 중반부터 50대 초반이 많다. 투자 유치 등 사업환경이 예전과 많이 다르다. 이들 40대, 50대 여성IT기업인들이 경쟁력 있는 IT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게 도와주고 싶다."

-회장 취임후 석달간 협회가 꽤 많은 사업을 수주했다고 하더라

"최근에도 20억짜리 사업을 수주했다. 상반기에 이미 작년의 몇 배 이상 되는 사업을 딴 것 같다. IT 분야 여성들을 교육하고 창업시키는 거는 우리 협회가 제일 잘한다고 생각한다.  원래 우리 협회 목적이, 정관에 나와 있는 것이, IT여성기업인 경쟁력 강화와 인재양성, 경단녀 취업이다. 협회 사무실도 지난 주말에 과총 3층으로 확대, 이전했다."

사무실에 있는 박 회장이 직접 그린 작품.

-회사 이야기 좀 해보자. 시옷은 어떤 회사인가?

"2015년 IoT 전문 보안기업으로 시작했다. 지금은 자율주행차 같은 미래 모빌리티의 보안을 책임지는 기업으로 도약하고 있다. 창립 후 우수 정보 보호 제품 보유 기업 1호에 선정됐고 국무총리상 수상, 빅3 미래 차 유망 기업, 혁신기업 국가대표 1000 기업에도 뽑혔다."

-회사 이름이 독특하다. 시옷은 무슨 뜻인가?

"보안기업들 이름이 어려운게 많다. 이전에 대표를 맡은 엠큐리스도 그랬다. 네 글자인데 잘 기억을 못 하더라. 그래서 새 회사는 두 글자로, 쉽게 지어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사물인터넷의 사가 시옷(ㅅ)으로 시작하니 않나. 그래서 시옷이라고 지었다. 영어로는 CIoT이다. 이름이 쉬워 한번 들어도 잘 기억한다(웃음)."

-시옷 설립 배경은?

"시옷 이전에 대표이사를 한 회사가 엠큐릭스다. 보안SW 전문 기업이다. 엠큐릭스는 보안SW를 셋톱박스와 휴대폰에 넣으면 됐다. 10년쯤 했는데 비즈니스 환경이 바뀌었다. 셋톱과 휴대폰 외에 USB 같은 아주 작은 디바이스에도 들어가는 보안SW가 필요해졌다. 여기에 모 대기업의 스마트TV에 들어가는 보안SW를 엠큐릭스가 공급하는데 돈이 안됐다. 계속 카피하고 포팅만하다보니 그랬다. 돈을 벌려면 소프트웨어 외에 하드웨어가 있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러던 차에 주위 사람들이 IoT 보안 전문회사가 없으니 한번 설립해보라고 했다. 그래서 세운게 시옷이다."

-시옷의 사업 분야는?

"크게 3가지다. 첫째, OTA(오버 더 에어) 보안 솔루션이다. 예전에는 차 부품이 공장에서 업데이됐다. 지금은 아니다. 무선, 즉 OTA로 이뤄진다. 이때 무조건 보안이 필요하다. 유럽은 작년 1월 이를 의무화했다. 이에 필요한 제품을 우리가 공급한다. 둘째, 자율주행차의 차량-사물 간 통신기술(V2X)에 필요한 SW도 공급한다. 국내 자율주행단말기 1위 기업인 이씨스의 공급 독점 파트너가 시옷이다. SW 타입 제품이다. OTA도 SW타입으로 제공한다. SW가 아니고 SW타입이라고 말하는 이유가 있다. 예전에는 보안 SW가 윈도나 휴대폰에서 돌아갔다. 지금은 아니다. MCU 같은 칩(반도체)에서 돌아간다. 그래서 SW타입이라고 부른다. 우리나라에 이런 보안 회사는 드물다. OTA는 국내서 우리가 유일하다. 자율주행차용 제품은 우리 외에 몇 개 기업이 더 있다. 셋째, 차량 데이터용 디바이스도 우리가 하는 사업이다. 텔레매틱스나 차에 대한 원격 관제시 데이터를 뽑아 서버에 던지는 디바이스가 필요한데, 이 디바이스를 우리가 공급한다."

-연간 매출과 직원이 궁금하다

"올해는 보수적으로 잡아 60억 원 달성이 무난할 것으로 본다. 내년에는 100억원대 회사로 진입할 거다. 직원은 현재 20여명인데 계속 채용중이다."

-상장 계획도 있나

"작년부터 상장 준비를 하고 있다. 특례와 일반 중 기술특례로 가려고 한다. 주관사도 정했다."

-해외 지사도 있다던데

"2019년말에 워싱턴에 시옷USA를 세웠다. 영업을 염두에 두고 만들었는데 코로나로 운영을 제대로 못했다. 앞으로 어떻게 운영 할지 전략적인 고민을 하고 있다."

-시옷을 창업하기 전 엠큐릭스 대표를 했다

"2000년 당시 보안SW기업 시큐어소프트에서 실장을 역임하며 보안 개발을 총괄했다. 2005년 시큐어소프트의 암호 분야가 분사해 엠큐릭스가 만들어졌다. 여기 대표를 10여년정도 했다."


-대학에서 컴퓨터를 전공했는데...

"전북대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하고 고려대학교 대학원 석사와 박사 과정을 졸업했다. 프로그래밍에 처음 재미를 붙인게 대학 4학년 여름방학때다. 당시 에트리(ETRI)로 인턴을 갔는데 그 곳에서 에이다라는 미국 국방부에서 쓰던 언어를 배웠다. 너무 재미있었다. 컴퓨터를 직업으로 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태어나도 사업을 하겠나? 지금 대학 전공을 선택한다면

"지금 대학을 선택하면 아마 미대를 갈 것 같다. 학창시절부터 그림을 잘 그렸고,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한다. 내 사무실에 있는 그림도 내가 그린 거다. 뭘 하면 몰두하는 타입이다. 컴퓨터 공학도 고민 할 것 같다."

-만찬에 초대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누구를 왜?

"세 사람이 있다. 모두 나를 믿어줬고, 내 능력을 높이 사줬다. 시큐어소프트 다닐때 대표였던 김홍선 전 대표 등이다."

-나를 바꾼 책이나 영화가 궁금하다

"정말 감명깊게 읽은 책이 있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라는 책이다. 중1 여름방학때 읽었다. 두 권 이였는데 이틀만에 다 읽었다. 너무 감명을 받아 잠이 안올 정도였다. 이후 영화도 찾아 봤다. 좋아하는 책은 삼국지다. 아버지가 사업을 했는데 교수인줄 알만큼 집에 책이 많았다. 20여권 되는 나관중 삼국지 외에 이문열 삼국지도 있었다. 삼국지는 기업 경영에도 도움이 된다. 적벽대전을 봐라. 조조는 숫적으로 많았음에도 졌다. 교만했고 전략이 뒤졌다. 반면 숫적으로 열세인 손권과 제갈량은 연합을 해 이겼다. 또 물이 아닌 불로, 자기가 잘하는 걸로 승부를 해 이겼다. 같이 뭉치는, 융합이 중요하고 자기가 잘하는 걸로 해야 한다(웃음)"

-좌우명이나 묘비명은?

"딱히 없다. 잘 살 았다, 잘 왔다 간다, 뭐 이런거를 하지 않을까 한다. 얘들이 두 명인데, 내버려 두는 타입이다. 뒤에서 밀어주자는게 내 스타일이다. 가훈은 있다. 오늘 최선을 다하자다. 원래는 어제를 잊고, 오늘 최선을 다하자 인데, 너무 길어 오늘 최선을 다하자만 쓰고 있다. 친정 아버지가 만들었다. 변화하고 꿈꾸는 걸 좋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