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깜빡이는 언제 처음 등장했을까?”
“에어컨 온도는 왜 0.5도씩 조절할까?”
차를 운전하다보면 하루에도 여러 차례 사용하는 것들이지만, 막상 이런 질문을 던지면 대답이 궁해진다. 익숙하게 사용하긴 했지만, 정작 이런 기능들이 왜, 어떻게 등장했는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운전석의 수많은 버튼과 조작부들이 어떤 기능을 하는 지 아는 사람도 드물다.
‘자동차 인터페이스 디자인’은 이처럼 누구나 궁금해하지만 쉽게 알기 힘들었던 이런 의문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책이다.
저자인 박수레는 독일 자동체업체 포르쉐에서 인터랙티브 프로덕트 UX 디자이너로 일했으며, 지금은 네이버랩스에서 바퀴 달린 로봇의 UX를 연구하고 있다.
이 책에는 스포츠카의 인터페이스를 직접 개발했던 저자의 경험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저자 박수레는 자동차 인테리어 디자인의 온갖 기능과 발전사를 20개 주제로 맛깔나게 풀어냈다.
이를테면 오늘날 자동차 깜빡이의 아이디어가 처음 나온 것은 1909년이었다. 영국의 퍼시 더글라스-해밀턴이란 사람이 낸 특허가 후방 램프의 원조다. 그는 손 모양 그림까지 그려서 가는 방향을 직관적으로 알려줄 수 있는 램프를 처음 고안했다.
오늘날과 유사한 깜빡이는 1939년 처음 등장했다. 미국 뷰익이 헤드라이트 옆에 자그마한 점멸등을 달아서 깜빡거리게 만든 게 오늘날 깜빡이 신호의 효시가 됐다.
에어컨 온도를 0.5도씩 조절하도록 한 이야기도 흥미롭다. 저자에 따르면 가장 먼저 에어컨 온도를 0.5도씩 조절한 것은 BMW였다. 고개들의 피드백을 반영한 것이 계기가 됐는데, 나중에는 “0.5도씩 조절할 수도 있다”는 마케팅 포인트로도 적극 활용했다.
이처럼 이 책에는 자동차 역사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들이 얼마나 치열한 경쟁과 소비자 선별을 거쳐서 지금의 인터페이스로 정착됐는지 차근 차근 풀어주고 있다. 덕분에 자동차 애호가 뿐 아니라 사용자 경험(UX) 디자인을 공부하는 사람에게도 큰 영감을 불러 넣을 수 있을 것 같다.
최근 전기차와 자율주행차가 대세로 떠오르면서 자동차 인터페이스 디자인은 또 한 번 큰 변혁을 맞이하고 있다. 이런 전환기에 컵 홀더부터 에어컨, 시트 조절 스위치, 주유 경고등에서 터치스크린에 이르기까지 차에 얽인 온갖 기능의 역사와 발전방향을 살펴보는 것은 미래를 예측하는 밑거름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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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쉐 UX 디자이너 출신인 저자가 들려주는 ‘자동차 인터페이스 디자인’은 인간 중심 디자인의 과거와 현재를 통해 미래를 보여주면서 이런 역할을 잘 수행해 줄 것 같다.
(박수레 지음/ 책만, 1만68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