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인플레 심상치 않아…수개월 통화정책 중점은 물가"

기준금리 1.75%로 인상...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 3.1%→4.5% 상향

금융입력 :2022/05/26 13:34    수정: 2022/05/26 14:46

한국은행이 국내 물가상승률이 심상치 않다고 진단, 앞으로 수개월 물가를 중점으로 통화정책을 펼쳐나가겠다고 밝혔다. 추가 기준금리 인상 여지를 열어둔 것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중앙은행이 정책 대응에서 실기해 인플레이션이 기대 심리 인플레이션까지 크게 확산시킬 경우 실질 임금이 하락하고 금융 불안정성이 더 커지게 된다"며 "'빅스텝' 등 특정 방식을 배제하지 않고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26일 열린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연 1.50%에서 0.25%p 올린 연 1.75%로 결정했다. 14년 9개월 만에 2개월 연속 기준금리를 올렸다.

26일 열린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기자간담회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기준금리 인상 배경에는 고(高)물가가 있다.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4.8% 급등, 2008년 10월 4.8% 증가 이후 13년 6개월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한국은행은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에 더불어 하반기에서 내년 상반기까지 고물가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지난 2월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3.1%에서 4.5%로 1.4%p 상향 조정한데 이어 올해 5~6월은 5% 이상 물가가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국제 곡물가격이 오르고 관련 품목의 동반 상승이 계속될 경우 내년 상반기에도 3~4%의 물가상승률이 이어지리라는 관측도 제시했다.

이창용 총재는 "3월 예측 때만 해도 올해 상반기에 물가가 높아지다가 하반기 낮아질 것으로 봤는데, 중반에도 물가 상승이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며 "내년 상반기 물가에서 우려하는 부분은 국제 곡물가격이 높아지는 것인데 이는 상당히 오래가기 때문에 내년에도 물가상승률이 4%대를 상당 기간 가다가 내려갈 것으로 보인다"고 발언했다.

한국은행의 목표 물가 수준인 2%를 훌쩍 상회하는 수치가 지속되기 때문에 이창용 총재는 통화정책의 중점을 당분간 물가 관리에 두겠다고 언급했다. 

이 총재는 "당분간 물가 관리에 중점을 두겠다는 '당분간'을 수 개월로 해석하는 것은 의도에 부합한다"며 "금리 운용 조정 시기를 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지만, 5월 물가상승률이 5%를 넘는 수준이 나올 것으로 한국은행은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5월 물가상승률이 이미 목표 물가 수준을 넘어섰기 때문에 금리 인상이 적어도 두 차례 이상 이어질 수 있다는 발언으로 풀이된다. 실제 시장에서는 국내 정책 금리를 종전 1.75~2.00%보다 높은 2.25~2.50%로 보고 있다.

2020년 1월부터 한국은행 기준금리 추이.(자료=한국은행)

이 총재는 기준금리가 중립금리 수준으로 수렴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가장 우선적인 일은 중립금리 수준으로 현재 금리를 수렴하게끔 가는 것"이라며 "금리를 올리는 과정에서 생기는 성장률, 기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보고 중립금리 이상으로 올릴지 말지를 결정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물가상승에 대비해 금리 인상 속도가 빠를 경우 경기 둔화나 대출자의 부담 등에 대한 지적에 대해 이창용 총재는 "높아진 물가가 기대인플레이션을 자극해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맞는데 금리가 올라가면서 큰 영향을 받는 부분이 있다"며 "산업별 회복세가 양극화되어 있고 금리가 0.25%p 올라갈 때 가계대출 이자 부담이 3조원, 기업의 경우 2조7천억원 늘어나 정책적으로 대응이 필요하다"고 답변했다.

이밖에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이 6월과 7월 기준금리를 0.50%p씩 두 차례 인상함에 따라 국내 정책 금리를 상회하는 수준이 될 수 있다는 질문에 이 총재는 "자본 유출 가능성이 커서 유심히 관찰하고 있지만, 안심스러운 징조는 외국인들의 국내 주식 투자 비중 35%에서 25~26% 낮아졌다"며 "채권 투자도 소폭 유입되고 있다"고 대답했다.

한편, 한국은행은 지난 2월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에서 2.7%로 하향 조정했다.

다음은 통화정책방향 전문.

금융통화위원회는 다음 통화정책방향 결정시까지 한국은행 기준금리를 현재의1.50%에서 1.75%로 상향 조정하여 통화정책을 운용하기로 하였다.

세계경제는 우크라이나 사태, 중국 봉쇄조치 등의 영향으로 회복세가둔화되는 가운데 높은 인플레이션 압력이 지속되었다. 국제금융시장에서는 미 연준의 통화정책 정상화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예상되면서주요국 국채금리가 상승하고 미 달러화가 상당폭 강세를 나타내었다. 주가는 위험회피심리가 강화되면서 큰 폭 하락하였다. 앞으로 세계경제와국제금융시장은 글로벌 인플레이션 움직임, 주요국의 통화정책 변화, 지정학적 리스크, 주요국의 방역조치 등에 영향받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경제는 회복세를 이어갔다. 설비투자가 글로벌 공급차질에 영향받아 조정을 지속하고 수출이 둔화되었지만, 민간소비가 사회적 거리두기해제의 영향으로 빠르게 회복되었다. 고용 상황은 큰 폭의 취업자수증가가 이어지는 등 개선세를 지속하였다. 앞으로 국내경제는 글로벌성장세 둔화로 수출 증가세가 낮아지겠지만 민간소비 개선에 힘입어회복세를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금년중 GDP성장률은 지난 2월 전망치(3.0%)를다소 하회하는 2%대 후반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석유류 및 공업제품 가격의 상승폭 확대, 개인서비스 가격의 높은 오름세 지속, 전기·가스 요금 인상 등으로 4%대후반으로 크게 높아졌다. 근원인플레이션율(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과 일반인기대인플레이션율은 모두 3%대 초반으로 상승하였다. 앞으로 소비자물가는 당분간 5%대의 높은 오름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이며, 금년중 상승률도 2월 전망치(3.1%)를 크게 상회하는 4%대 중반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 금년중 근원인플레이션율은 3%대 초반으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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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시장에서는 미 연준의 정책금리 인상 가속, 중국 경기둔화 우려등으로 원/달러 환율이 큰 폭 상승하였고 주가는 하락하였으며, 장기시장금리는 상당폭 등락하였다. 가계대출은 소폭 증가로 전환하였고 주택가격은 보합세를 나타내었다.

금융통화위원회는 앞으로 성장세 회복이 이어지고 중기적 시계에서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에서 안정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금융안정에유의하여 통화정책을 운용해 나갈 것이다. 대내외 여건의 불확실성이 상존하고 있으나 국내경제가 회복세를 지속하고 물가가 상당기간 목표수준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앞으로 당분간 물가에 보다 중점을두고통화정책을 운용할 필요가 있다. 이 과정에서 완화 정도의 추가 조정시기는 성장·물가 흐름, 금융불균형 누적 위험, 주요국 통화정책 변화, 지정학적 리스크를 포함한 해외경제 상황 등을 면밀히 점검하면서판단해 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