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쓰오일이 온산 공장에서 일어난 참변으로 연일 거센 비판에 휩싸였다. 에쓰오일은 지난해부터 무재해경영을 구호로 내걸었던 만큼 이번 화재는 에쓰오일의 모순된 경영 행태가 수면 위로 떠오른 사태라는 비판이 쇄도하고 있다.
앞서 지난 19일 울산 온양 소재 에쓰오일의 알킬레이터(휘발유 첨가제) 제조 공정에서 폭발과 함께 화재가 발생해 협력업체 직원 1명이 사망했고, 본사·협력업체 직원 9명이 중경상을 입는 등 총 10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날 화재로 사망한 직원을 비롯해 사상자 대다수가 협력업체 직원이라는 점에서 '위험의 외주화'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화마로 부상을 입은 근로자들은 에쓰오일에 상주하면서 밸브 정비작업을 하는 '아폴로'라는 협력회사 소속 직원들이다.
시민단체들은 즉각 논평을 발표하고 연일 에쓰오일을 성토하고 있다. 지난 24일 환경운동연합은 '에쓰오일 울산공장 사고는 인재다'는 논평에서 "에쓰오일 사고 역시 시설관리 문제로 인한 인재의 가능성이 상당해 보인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무거운 책임감을 통감함. 사고의 수습과 정확한 원인 규명을 위한 협조, 피해 최소화와 사과'라는 기업의 식상한 멘트들도 사고가 날 때마다 반복되고 있다"면서 "하지만 말뿐인 사과일 뿐 문제의 근본적 해결이 없이 사고는 계속되고, 피해도 늘어만 간다"고 규탄했다.
앞서 에쓰오일은 지난해 창사이래 최초 1천만 인시 무재해를 달성 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한 바 있다. 당시 에쓰오일은 "울산공장, 저유소 임직원이 2019년 10월 22일부터 이달 20일까지 총 791일 동안 상해사고 뿐 아니라 화재·폭발 등의 물적 사고 없이 공장을 안정적으로 운영해 달성한 성과"라고 자화자찬했다. 이번 사고로 인해 당시 구호도 무색해졌다.
문제는 이같은 홍보와 달리 에쓰오일 이사회에는 안전 관련 담당 임원이 부재한다는 점이다. 에쓰오일 이사회는 1명의 사내이사(후세인 알 카타니 CEO)와 4명의 기타비상무이사와 5명의 사외이사로 구성돼 있다. 대부분 에너지 전문가들일 뿐 안전과 관련한 전문가는 전무하다. ESG 경영을 화두로 내건 후세인 CEO의 발언이 공허한 구호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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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는 사고 직후 산업재해수습본부를 구성해 에쓰오일의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중대재해법이 적용된다면 법령 제정 이후 최초로 외국인이 처벌받게 된다. 에쓰오일은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 원유기업 아람코를 모회사로 두고 있다. CEO인 후세인 알 카타니 역시 사우디 국적자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화재원인이 규명도 되기 전이라 일일이 답변을 하기가 어려운 점이 있다"면서 "원인이 규명되고 나서 절차에 맞게 이번 화재의 구조적 문제가 무엇인지 정비하고 발표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