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배달 산업이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자연스레 도로 위 이륜차(오토바이)를 둘러싼 매연·소음 등 사회 문제가 잇따르자, 업계에선 친환경 모빌리티를 통해 이런 기류에 변화를 주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전기 오토바이가 대안으로 꼽힌 가운데, 상용화에 속도를 내려면 배터리팩 표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23일 한국스마트이모빌리티협회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전기 이륜차 시장 규모는 7천400억원가량, 운영대수는 100만대를 넘어섰다. 아울러 2027년 해외 시장에서 전기 이륜차 시장 파이는 1조원 가까이 확대되고, 약 600만대 전기 오토바이가 일상화될 것으로 관측됐다. 정부 역시 배달 오토바이로 인한 환경 문제 등을 해결하고자, 2030년까지 100% 전기 이륜차 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다만, 이 시장은 중국산 저가 오토바이 유입으로 국내 기술 개발 투자가 침체되는 등 여건이 열악한 실정이다. 국내 제작한 전기 오토바이(5㎾급 소형 기준)의 경우 수입한 제품 대비 80만~110만원 비싼 것으로 조사됐으며, 정부 보조금 역시 가격 대비 50~60% 수준이다.
주행거리와 배터리 충전 속도 등 성능 문제 역시 풀어야 할 숙제다. 한국스마트이모빌리티협회 자료를 종합해보면 내연기관 이륜차(100cc)의 경우 1회 충전할 때 걸리는 시간이 10분 이내지만, 전기 이륜차는 3~4시간 소요된 것으로 확인됐다. 총 주행거리에서도 내연기관 오토바이가 20㎞ 앞선다.
배터리 충전 인프라도 아직 불충분하다. 한국자동차연구원에 따르면 재작년 말 기준 국내 전기 이륜차 누적 보급대수는 13만대 이상, 공용충전기는 6만2천대가량 구축됐다. 그러나 이륜차별 배터리 크기와 전압, 그리고 공급업체 등이 상이한 까닭에 체계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단 지적이 나온다.
전기 이륜차 보급 확산을 위해서는 공용 교환형 배터리팩 표준화가 필요하단 게 업계 중론이다. 배터리 교환형 충전스테이션(BSS)을 마련하고, 배터리 충전 시스템을 교환 방식으로 바꿔 호환성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결과적으로 배달 라이더는 오토바이 충전 시간을 절약할 수 있으며, 매연이나 소음 등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최근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이 주최한 ‘전기이륜차 공용 교환형 배터리팩 표준화 소비자 간담회’에선 이같은 내용을 두고, 업계 관계자들이 머리를 맞댔다. 한국스마트이모빌리티협회, 한국자동차연구원, 한국소비자원, 한국전기이륜차배달라이더협회와 바로고(무빙),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등 기관·기업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산업부는 BSS 실증 사업을 위해 올해 52억원을 신규 지원하고, 공용 교환형 배터리팩 표준화와 공용 플랫폼 개발 등에도 적극 나서겠단 방향이다. 환경부 역시 BSS 설치 보조금 지원 등 시범보급사업을 추진하고, 충전소 구축에 약 3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업계는 이해 관계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촉구하고 있다. 주소령 국가기술표준원 국장은 “국내 전기이륜차 산업 기술 혁신과 시장 동향 연구를 통해, 표준안을 제정하고 있다”면서 “사용자 의견을 청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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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영진 한국스마트이모빌리티협회장은 “협회 차원에서도 여러 의견을 참고해, 기술 개발과 대응 방안을 만들고자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모빌리티 플랫폼 관계자는 "친환경 배달은 플랫폼 사업자가 특히 관심을 두고, 공들여야 할 영역"이라며 "관련 정책을 구체화하는 데 있어, 기업 참여를 수반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