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법 제정시 불협화음으로 ‘원팀’ 의료행위 사라져"

간호법 제정 저지 전국 의사-간호조무사 공동궐기대회 열려…의사협회장과 간호조무사협회장 삭발 투쟁

헬스케어입력 :2022/05/23 05:00    수정: 2022/05/25 16:38

“간호법의 독선추진 의료체계 붕괴된다” “의료현장 혼란가중 간호법안 절대반대”

“국민건강 위협하는 간호법안 철회하라” “간호사의 이익대변 간호법안 절대반대”

“다른 직역 면허침해 간호법안 철회하라”

간호법 제정에 반대하는 보건의료인들이 22일 오후 여의도에 모였다.

‘간호법 제정 저지 전국 의사-간호조무사 공동궐기대회’가 수천명의 의사와 간호조무사들이 모인 가운데 22일 오후 서울 여의대로 대로변에서 개최됐다.

이들은 간호법 제정안이 보건의료 직역 간 업무 충돌과 의료현장의 혼란을 가중시킬 것이며, 이러한 법안을 더불어민주당이 여야합의 없이 단독 상정하고 강행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시켰다고 분노해했다.

지난 5월 17일 국회 복지위 전체회의에서 의결된 간호법안 대안은 ▲개별법 난립으로 직역 간 업무범위 충돌과 의료현장의 혼란을 가중시키는 것도 모자라 현행 보건의료체계를 붕괴시키고 ▲의료인의 협력체계를 저해해 의료법과 간호법과의 이원화 체계를 고착화시키며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의료법에서 삭제하고 간호법으로 옮겨 규정하는 등 의료관계법령 체계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간호법안에 ‘지역사회’문구 포함으로 간호사의 의료기관 밖에서의 업무영역 확대 가능성 ▲단독개원의 근거가 마련될 경우 간호사의 단독 의료행위로 국민건강이 위협받을 우려 ▲간호사 직역만의 이익실현을 대변하는 법안이라는 점 ▲간호조무사는 간호사의 보조업무를 수행하도록 하는 규정을 통해, 간호조무사 일자리를 위협하고 장기요양기관 등 경영난을 가중시킬 우려가 매우 크다고 지적했다.

특히 간호법이 법사위와 본회의를 거쳐 최종 통과된다면 14만 의사와 85만 간호조무사들 그리고 연대하는 보건의료단체 구성원 모두가 대대적인 총궐기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필수 대한의사협회장은 이 자리에서 “의료현장의 가장 가깝고 긴밀한 파트너인 의사와 간호조무사들이 이렇게 한마음 한뜻으로 이 자리에 모이고, 임상병리사, 방사선사, 응급구조사, 보건의료정보관리사 등 보건의료 관련 단체장들이 함께한 이유는 대한민국의 보건의료질서가 무너지는 것을 막고 국민의 소중한 건강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서이다”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간호법 제정안은 간호사를 제외한 의사, 치과의사, 간호조무사, 응급구조사 등 타 보건의료 직역들의 목소리를 외면한 법안”이라며 “간호법이 독립법으로 제정되면 직역 간 상호협력이 제대로 이뤄질 수 없고, 다른 보건의료직역의 사기는 떨어져 의료현장은 불협화음으로 ‘원팀’의 의료행위는 사라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필수 의사협회장과 곽지연 간호조무사협회장이 회원들의 투쟁 문구가 적힌 공을 들고 있다.

또 간호사단체에 “의료시스템 내에서 다양한 직역들의 협업으로 최상의 의료서비스가 구현될 수 있는 ‘원팀’ 팀워크가 가능한 것은 의료인들의 업무범위를 명확히 규정하고 있는 현행 의료법”이라며 “의료는 원팀 이라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뿐만 아니라 그는 “국회가 간호법 제정을 통해 오직 간호사에게만 코로나19로 고생하고 헌신한 노력에 대한 보상을 제공하려 한다”며 “이는 함께 고생한 다른 동료 보건의료직역에 다한 차별이자, 이들의 노력을 폄훼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곽지연 대한간호조무사협회 회장은 간호법을 통과시킨 더불어민주당에 강한 분노를 표시했다.

곽 회장은 “더불어민주당은 9일 보건복지위원회 제1법안소위에서 간호법을 통과시킨 데 이어 17일 여야 합의 없이 복지위 전체회의에서 단독 상정하고 강행 통과시켰다”며 “수적 우세를 앞세운 더불어민주당의 이 같은 행동에 85만 간호조무사협회 회원들은 깊은 절망감과 분노를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법안을 제정할 경우 관련 단체와 충분한 논의와 합의를 거쳐 진행돼야 함에도 관련 단체의 의견이 일부 반영된 보건복지부의 조정안 조차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며 “누구를 위한 입법인가. 간호단독법은 간호법이 아닌 간호사만을 위한 법이다. 간호조무사는 수혜자가 아니라 피해당사자”라고 비난했다.

특히 “당연히 없어져야 할 간호조무사 고졸 학력 제한은 그대로 남아 있다. 헌법적 권리를 침해한 위헌이다. 다른 모든 직종은 고졸 이상 또는 전문대졸 이상으로 하한 기준은 있어도 상한의 제한은 없다”라며 “간호조무사만 유일하게 특성화고 아니면 간호학원으로 막아놓았다. 위헌적인 학력제한을 없애지 않고, 오히려 간호조무사 전문대는 간호법에 담을 사항이 아니라고 말하는 국회의원들이 입법을 제대로 했다고 말할 수 있나”라고 강조했다.

또 곽 회장은 간호법 적용대상이 지역사회 확대되며 장기요양기관에 근무하는 간호조무사는 일자리를 잃거나, 범법자가 될 위기해 처했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당장은 별일 없어 보일 수 있지만, 간호협회는 집요하게 장기요양기관에서 근무하는 간호조무사를 내쫓거나 자기들 보조인력으로 만들려고 할 것이다. 이 법이 만들어지기 전부터 공공연하게 떠들었던 간호협회임을 우리는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라며 “간호조무사 일자리를 위협하고 간호조무사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간호단독법을 지금 이대로 제정하려고 한다면 뜻을 함께 하는 보건의료단체와 연대하여 끝까지 투쟁에 나서겠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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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발투쟁에 나선 곽지연 간호조무사협회장(좌)과 이필수 의사협회장

한편 이날 궐기대회에서는 이필수 대한의사협회장과 곽지연 대한간호조무사협회장이 삭발을 진행하며 간호법 제정 저지를 위해 강력 투쟁에 나설 뜻도 밝혔다. 

삭발이 진행되는 가운데 한 간호조무사협회 회원은 울음을 터뜨리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의사협회장과 간호조무사협회장이 간호법 제정 철회를 촉구하며 삭발을 단행하자 한 간호조무사가 눈물을 훔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