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곧 여름방학인데… 이곳의 현실을 모르는 분들과 어린 학생들이 우크라이나 의용군 되겠다고 할까봐 걱정이 됩니다."
음악가이자 난민 구호활동가인 송솔나무씨는 지난 11일 뉴스1과 인터뷰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한국계 미국인 송씨는 인터뷰 다음날 우크라이나 난민 돕기 음악회 공연을 위해 미국으로 출국했다. 이후 "우크라이나에 물자를 전달하고 여성과 어린이를 구조하기 위해 다시 돌아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터뷰 내내 "우크라이나 전쟁은 배틀그라운드 게임이 아니다"라며 "젊은 사람들이 의용군에 지원했다가 소중한 생명을 잃거나 다치지 않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 "이근처럼 되고자 의용군 지원, 정말 위험한 행동"
정말 의용군에 지원하려는 사람들이 있을까. 인터넷을 찾아보니 "(이근 대위처럼)의용군에 지원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질문이 적지 않았다. 그의 걱정은 기우가 아니었던 셈이다.
송씨는 "저를 비롯해 많은 해외 NGO 단체들이 여성과 어린이, 심지어 동물들까지 구조하며 이미 우크라이나를 돕고 있다"면서 "대한민국 국적자로서 의용군 지원은 우크라이나를 돕는 것이 아니라 국가간 분쟁을 만드는 정말 위험한 행동"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송씨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에 있는 대한민국 의용군들의 상당수는 편도행 비행기 표만 끊어 입국했다. 국내에서 출발할 때부터 무일푼으로 대책 없이 입국했다는 얘기다.
그는 "의용군들은 역사에 남을 의미 있는 일을 하겠다고 한다"며 "하지만 막상 가서 전쟁에 참여하기 위해 지원을 하면 유창한 영어나 현지 언어가 안 될 경우 우크라이나 입장에서는 전투 중 팀원간 소통에 문제가 있다 판단해 입대 거절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운이 좋아 입대한다고 해도 전투 경험이 없는 자들에게는 총이나 무기류 등을 지원하지 않는다"며 "대신 후방 또는 전방에서 전쟁에 필요한 모래주머니를 만드는 일을 하기 쉽다"고 주장했다.
이어 "혹시라도 전쟁의 참상을 목격하거나 실전에 참여한다면 훗날 감당하기 힘든 트라우마가 생긴다"며 "뒤늦게 후회하고 돌아가고 싶을 때는 돈이 없어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가 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우크라이나에 간 한국인 중에는 전쟁 영상을 찍어 유튜브 채널 조회수를 높이며 이른바 '언론플레이'를 하는 사람도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의용군으로 가지 않았지만 이근 대위를 보며 의용군을 동경하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전쟁터 근처에 가지 않았거나 의용군 심사에서 거절당해 사체 한번 본 적 없는 사람이 의용군 커뮤니티에서 들은 내용을 바탕으로 무용담을 늘어놓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 송씨의 전언이다.
그는 최근 한국에서 온 의용군들이 우크라이나에서 나가고 싶다며 도와달라고 연락이 와서 어렵게 구출하기도 했다. 송씨는 "그들에게 안전지대인 헝가리 국경을 지나 핫도그를 사 줬더니 '여기 와서 고기를 처음 먹었고 그동안 죽만 먹었다'고 하더라"고 말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면서 "사람들은 의용군에 지원하면 우크라이나에서 반길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정작 우크라이나에서는 한국인들이 온다고 해도 똑같은 동양인으로 보이기 때문에 중국 간첩으로 볼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어를 사용하는 조선족과 러시아 국적의 고려인들이 많다보니 그들과 같은 사람들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송씨는 자신이 우크라이나를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 이유는 "국적이 '미국'이고 국제 NGO에서 정식으로 파견해 우크라이나에 들어왔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지난 2월 러시아의 침공으로 전쟁이 벌어진 이후 대한민국 국적으로는 우크라이나에 들어갈 수 없다. 여행 금지 국가에 들어가면 최악의 경우 벌금 외에 여권까지 말소될 수도 있다.
그는 "저는 국제 NGO에 등록이 돼 있고 영어 외 4개 국어가 가능해서 전시에 마주친 외국인에게 상황 설명을 할 수가 있다"며 "이근 대위 같은 사람은 영어를 잘하지만 언어에 제약이 따르는 의용군들은 긴급한 상황에서 벗어나기 힘들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 "의용군 오지 말아야…남은 사람들도 돌아가달라"
송솔나무씨는 공연을 통해 벌어들인 수입과 일부 후원금으로 대원들의 피난처를 구하고 구급차량과 구호물품을 구매해 돈바스와 같은 최전방에 있는 난민들에게 전달한다. 급한 경우 영수증 발급이 되지 않는 현금까지 지원하기도 한다.
그는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 때 저희 단체에서 구조한 사람들은 3000명이 넘었고 전쟁 후 지금까지 약 3000톤 이상의 구호물품을 보냈다"고 전했다.
얼마 전 의용군을 포함해 한국인들을 구출한 송씨는 막대한 대가를 치렀다고 한다. 이들을 구조하는데만 수천만원이 든 것. 이 중에는 고양이를 데리고 입국한 사람도 있어서 죽을 고비를 넘겼다고 했다.
그는 고양이가 주변에 있으면 알레르기성 천식 증상을 보인다. 또한 이들을 구조하느라 더욱 절박한 상황에 놓인 돈바스 지역 피란민들을 구하지 못했다는 죄책감도 들었다.
송씨는 "포탄보다 고양이가 더 무서울 정도로 알레르기성 천식 증상이 심하다. 숨을 막혀 바로 죽을 수도 있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한국에서 온 젊은 사람들을 보니 저 또한 자식들과 강아지를 키우는 입장에서 외면할 수 없어 구조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의용군에 지원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로 불법행위를 들었다. 한국에서 우크라이나를 여행금지국으로 지정했기 때문에 입국시 처벌 대상이다.
송씨는 "의용군들이 우크라이나를 돕고자 하는 마음을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무단 입국은 안 된다"며 "국가의 부름을 받고 온 것도 아니고 저처럼 NGO를 통해 온 것도 아니니 여권법 위반으로 처벌대상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단순 방문이 아닌 총기라도 들고 누군가를 다치게 했다면 외교적 문제로 번질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러시아에서도 의용군을 모집하고 있는 상황이라 자칫 한국인끼리 총을 들 가능성도 생길 수 있다는 것이 송씨의 주장이다.
그는 "만약 한국인들이 의용군에 참여해서 총을 들거나 그 총으로 살상을 하게 됐을 때는 정말 큰 범죄가 된다"며 "의용군에 지원한 사람들끼리 총을 겨눠 다치거나 인질로 잡혀가기라도 하면 외교 문제로 번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며칠 전에 구조한 한국인 의용군들은 다행히 국내 입국 후 직업 교육을 받거나 토플 공부를 시작하는 등 조금 바뀐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그는 "의용군으로 나갔다 들어온 아이들이 공부를 한다고 해서 용돈을 줬다. 다행히 망친 구출 작전은 아니었던 것 같다"며 "어찌됐든 아이들이 살았고 인생의 변환점이 됐으니 다행"이라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앞으로 추가 구조는 힘드니 우크라이나에 들어오지 않았으면 한다"며 "지금 남아있는 의용군이 얼마나 되는지 모르지만 모두 한국으로 돌아갔으면 한다. 우크라이나를 꼭 돕고 싶다면 다른 방법을 모색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송씨는 마지막으로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을 취재하고 있는 기자들에게도 당부의 말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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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외교부로부터 특별 허가를 받아 우크라이나 또는 접경지역인 폴란드로 취재를 간다면 물자가 실린 기차역과 공공기관 등은 절대 촬영하지 말아주세요. 물자가 쌓인 공간이 노출되면 공격당할 수도 있고 구호 활동을 지속하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부탁드립니다."
제공=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