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기물 대책 없이 '원전 르네상스' 없다…임시 저장시설 포화 '눈앞'

새정부 원전 가동률 80%대로 끌어올려…사용 후 핵연료 임시저장시설 포화

디지털경제입력 :2022/05/18 07:10    수정: 2022/05/18 15:26

새정부 들어 지연된 원전건설을 재개하고 수명이 다한 원전도 계속 운전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힐 전망이다. 원전을 포함해 에너지정책 새판을 짜고 탄소중립을 이끌어낸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사용 후 핵 연료) 처리장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원전강국으로 가는 길은 요원한 상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은 방사선 강도가 높은 방사능 폐기물을 일컫는다. 사용 후 핵 연료에서 분리된 핵분열 생성물 농축 폐액이나 플루토늄 등 초우라늄 원소를 포함한 폐기물이 대표적이다. 반대로는 원전에서 사용한 장갑이나 의류 같은 저준위 방사성 폐기물이 있다.

윤석열 정부는 취임 전부터 원전을 주력 전력 발전으로 활용하고 2030년 국가온실가스 감축방안(NDC)에서도 원전 비율을 3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국정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또 문재인 정부에서 70% 수준이던 원전 가동률을 새정부 들어 80%까지 높이겠다는 구상도 함께였다.

울산 울주군 신고리3·4호기. (사진=한국수력원자력)

문제는 원전 가동률을 높이면 자연스레 사용 후 핵연료도 덩달아 늘어난다는 점이다. 현재 사용 후 핵연료 임시저장시설 포화도는 고리 원전과 한울 원전이 각각 85.4%, 81.7%에 이른다. 여기에 원전 가동 시간을 무턱대고 늘리면 임시저장 시절 포화는 불보듯 뻔한 일이다.

중수로 방식인 월성 원전은 건식 저장시설인 '맥스터'에 사용 후 핵연료를 임시 보관하고 있다. 월성원전 4기가 다른 20여기 원자로에 비해 전체 고준위 핵폐기물 절반 이상을 생산하고, 삼중수소 배출량은 다른 지역 경수로의 10배에 달한다.

이에 더해 경수로 방식인 대부분의 원전은 대체 시설도 없다. 현재 경수로 원전에서 나오는 사용 후 핵연료는 습식저장소에 보관 중이다. 이는 임시저장 시설과는 다른 소내 저장시설이다. 사용 후 핵연료 폐기 부지 선정도 상당한 사회적 진통이 예상된다는 점도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강원 삼척시에 조성될 예정이었던 원자력발전소 건설 추진 사업이 중단됐다. 사진은 동해안에 위치한 고리원전 1~4호기. (사진제공=뉴스1)

실제 지난 2003년 김종규 당시 부안군수가 위도에 방사성폐기물 처리 시설(방폐장)을 유치하겠다고 발표한 후 주민과 환경단체의 격렬한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 방폐장 자체가 대표적인 혐오시설이라는 점에서 특별한 유인책 없이는 타개할 방안이 없는 셈이다.

박근혜 정부와 문재인 정부들어서 '제1·2차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을 마련했지만 제대로 매듭을 풀지 못한 채 끝나 공은 다시 윤석열 정부로 넘어왔다. 고준위 방사능 특별법은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도 관련 법안을 발의했지만 이는 기본 전제가 탈원전이다 보니 적합치 않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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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지난 1차 관리계획과 2차관리계획에는 우라늄 자체의 부피를 저감 하는 기술 권고 사항이 빠져 있다"면서 "일단 사용 후 핵연료 자체를 줄이는 기술이 시급한 상황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기술 개발이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정 교수는 "정책적 노력과 함께 사회적 수용성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방안"이라면서 "이를 위해 사용 후 핵연료 폐기장과는 다른 사용 후 핵연료 지하연구시설 추진에 속도를 내야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