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캐피탈, 한국성장금융, 네이버 등 국내 대표 투자사와 기업들이 성장성을 기대하고 투자한 회사. 올해 연간 거래액 1조원을 목표로, 개발직 등 100명 이상의 공격적인 채용을 진행 중인 회사. 온라인을 넘어 올 하반기 여의도 IFC몰에 오프라인 1호 매장 개점을 준비 중인 회사. 톱 배우 김혜수를 앞세운 마케팅으로 빠른 속도로 거래액과 인지도를 끌어올린 회사.
몇 년 새 급성장한 명품 플랫폼 ‘발란’(대표 최형록)이다. 화려한 성장 이력과 순식간에 대중들의 관심을 끌어 모은 발란이 흔들리고 있다. 해킹 사고로 고객들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일으키더니, ‘할인 아닌 할인’ 이벤트로 고객들의 신뢰를 잃었다. 여기에 과도한 반품비 논란, 그리고 뒤늦게 알려진 또 한 번의 해킹 사고 등 크고 작은 실책과 그 과정에서 미흡한 회사의 대응이 발란에 대한 기대치를 크게 낮춘 모습이다.
치열한 경쟁 환경에서 빠르게 성장해야 생존이 가능한 스타트업들은 조직 관리와 사업 경영, 서비스 운영 측면 등에서 상대적으로 미숙할 수밖에 없다. 하나씩 시도하고 개선하는 과정을 겪는다. 수차례의 시행착오를 겪고, 때로는 시장 상황에 맞춰 사업 모델까지도 바꾼다. 투자사와 고객들은 이런 스타트업의 특성을 어느 정도는 감안하고 이해한다. 참고 기다리기도 한다. 단, 서비스 품질과 고객과의 신뢰 구축에 애쓰는 경영진의 치열한 노력이 전제돼야 한다.
발란은 명품 플랫폼 시장에서 선두 사업자라는 인식을 갖게할 만큼 빠른 성장과 기업 이미지를 잘 구축했다. 적은 돈으로 큰 결실을 기대하는 투자자 입장에서 흡족한 성적표를 받았던 셈이다. 당장의 적자는 큰 문제로 여겨지지 않았을 거다.
반면, 고객과의 신뢰 구축에 있어 발란은 연거푸 낙제점을 받고 있다. 얼마 전 ‘네고왕’ 방송을 통해 진행한 할인 행사 때는 본 가격을 올려 소비자들을 기만한 모습까지 보였다. 또 해명 과정에서 나온 ‘서버 오류 때문’이라는 이유는 고객들이 쉽사리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에 가까웠다. 회사 말대로 ‘단순 실수’라 하더라도, 회사가 해선 안 될 말도 안 되는 실수였다.
두 차례 해킹 공격을 받아 보안당국에 각각 신고했음에도, 이용자들에게는 한 차례 해킹 공격만 당한 것처럼 고지한 사실도 뒤늦게 확인됐다. 회사는 두 신고건을 두고 동일한 사안으로 개인정보보호위원회로부터 조사를 받고 있다고 해명했지만, 보안당국은 두 차례의 해킹 피해 사례로 조사를 진행 중이었다. 추가 피해가 예상됐음에도 발란은 두 번째 해킹 공격을 받은 뒤, 첫 번째 해킹 사고의 추가 조치를 하는 것처럼 고객들에게 안내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구매한 상품 가격의 70%에 달하는 반품비를 물어야 했던 한 발란 고객의 억울한 사연이 화제가 됐다. 회사는 반품비는 파트너사가 설정하는 것이라며 판매자를 탓했지만, 법적 책임은 없더라도 중개 플랫폼 사업자로서 고객들의 피해와 불편을 최소화하려는 시스템과 노력이 부족했다는 인상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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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도 기업도 실수할 수 있다. 그래도 서로 어느 정도 이해하고 참고 넘어가기도 한다. 단, "다시 그러지 않겠지" 하는 믿음, 적어도 상대방이 나를 우습게봐서 그런 게 아니라는 믿음이 있을 때 가능하다.
그런데 발란의 되풀이 되는 실책과 해명은 결이 달라 보인다. 고객과의 신뢰는 ‘네고’(협상) 되지 않는다. 유사한 플랫폼을 클릭 몇 번으로 갈아탈 수 있는 시대에는 특히 더 한 번 떠난 ‘넷심’(네티즌 마음)은 잘 돌아오지 않는다. 특히 “저 사람(회사)이 나를 우습게 보네”라고 느끼는 순간 더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