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 유아용품 ‘꿈비’ 박영건 대표는 MP3·PMP 등 IT기기로 유명한 코원 출신으로, 13년차 직장인 노하우로 쇼핑몰을 창업했다. 콘텐츠 기획, 세일즈 마케팅 등 직장 생활을 하며 쌓은 업무 역량은 창업에서도 크게 발휘됐다.
육아와 일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다 우울증에 걸린 아내를 위해 인디언 텐트를 직접 만들어 아이에게 선물하는 과정에서 얻은 아이디어로 2014년 시작된 꿈비는 지난해 매출 208억원, 영업이익 23억원을 올린 기업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박 대표는 창업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분위기에 휩쓸려 창업하는 것은 ‘인생을 건 도박’이라며 정말 자신이 잘 아는 분야 여럿 중 시장 가능성이 있는 아이템을 선택해 노하우를 먼저 쌓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기자는 지난달 11일 경기도 수원시 꿈비 본사를 방문해 박영건 대표의 창업 뒷이야기를 들어봤다.
[다음은 박영건 꿈비 대표와 일문일답]
Q. 꿈비는 어떤 기업인가. 창업 계기는.
“프리미엄 유아용품 브랜드 꿈비는 ‘꿈꾸는 베이비’의 줄임말이다. 아내가 인테리어 소품 사업을 하고 있었는데, 일과 육아 모두 잘 하고 싶어했지만 두 가지를 다 잘하는 건 쉽지 않았다. 그때 아내에게 우울증이 찾아왔다. 해외 잡지에 나온 유아용 인디언 텐트를 보고, 이를 직접 만들어 아이에게 선물을 했다. 직접 만든 인디언텐트를 보니, 제품성도 좋고 와이프 우울증 해결에도 도움이 되겠다 싶어 창업을 했다.
초기부터 프리미엄 브랜드를 추구하다 보니, 가격은 다소 비싸지만 품질 하나는 확실한 제품을 만들려고 했다. 모든 상품들이 이런 철학 하에 나왔고, 그래서 지금은 ‘믿고 쓰는 꿈비’라는 말을 들을 정도의 쇼핑몰이 됐다.”
Q. 창업 이전에는 어떤 일을 했나.
“전공은 경영학을 했는데, 영상, 영화 쪽에 관심이 많아서 방송아카데미에서 연출을 공부했다. 첫 직장은 영상 쪽이었고, 두 번째 직장이 콘텐츠 회사였다. 코원이라는 회사가 MP3, PMP로 유명한데, 모바일 콘텐츠에서 1위 기업이기도 했다. 모바일로 유통되는 모든 동영상, 영화, 애니메이션 등 방송 콘텐츠 상품을 기획했다. 콘텐츠 기획, 콘텐츠 세일즈 마케팅 등 예전 경험이 (창업 이후) 상품 마케팅과 세일즈 경험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13년 동안 직장 생활을 하면서 실무 팀장 등을 거친 경험이 사업에 큰 도움이 됐다.”
Q. 창업 후 어려움은 없었나.
“창업은 매 순간이 힘들고 어렵다. 먼저 자본금을 작게 시작했기 때문에, 장사의 단계에서 사업 단계로 넘어가는 데까지 시간이 좀 오래 걸렸다. 그 부분이 가장 어려웠다. 또한 초창기에는 13년간 직장 생활로 쌓아온 노하우로 일정 규모까지는 회사가 정말 빠르게 성장했는데, 그 다음 단계에서는 기업 문화와 시스템을 만드는 데 상당히 힘들었다. 그래서 외부 교육도 다니며 경영에 대해 배웠다. 업계 경쟁이 치열해졌을 때는 매출이 3개월 동안 60~80% 급감해 다음 달 직원 월급을 못 주는 상황까지 갔다. 그때 경영진들은 3개월간 무급으로 일하기도 했다. 사업을 하면서 그런 위기는 언제든 오는 것 같다.”
Q. 20여 개국에서 지식재산권을 보유하고 있다는데.
“우연한 기회로 해외 박람회에 나가면서 수출을 시작했다. 먼저 인도네시아로 제품을 수출했는데, 6개월도 안 돼서 현지 업체가 제품을 카피(복사)했다. 인도네시아 현지 바이어로부터 해결하라는 소리를 들었지만, 당시에는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그 이후부터는 매년 약 1억원 정도 자금을 투자해 우리가 개발한 제품의 디자인 특허 등을 계속 출원하고 있다.”
Q. 카페24를 통해 자사몰을 관리 중인데, 어떻게 평가하나.
“초기에는 카페24가 아닌 다른 솔루션을 이용했는데, 몇 가지 한계가 있어 변경했다. 카페24 솔루션은 통계 등 부가적 서비스 기능이 좋다. 기본 서비스는 거의 다 무료고, 이외 필요한 기능은 유료로 이용하는데, 유료더라도 확장성이 좋아 도움이 됐다. 자사몰을 키울 때는 자사 고객 분석이 상당히 중요하다. 이런 것들이 잘 돼 있어 카페24를 선택했다.”
Q. 꿈비 매출 현황은.
“2020년 매출은 186억원, 지난해에는 208억원을 기록했다. 올해는 320억원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 올해 1분기가 끝났는데, 지난해 (동기) 대비 매출이 40% 정도 성장했다. 꾸준히 성장 중이다.
Q. 창업을 준비하는 예비 쇼핑몰 대표들에게 꿀팁을 주자면.
“쇼핑몰 창업은 사실상 온라인에서 팔 수 있는 모든 것들을 대상으로 할 수 있다. 제일 중요한 건 본인이 제일 잘 아는 분야를 선택하는 것이다. ‘이쪽이 뜬다. 이게 돈이 될 것 같아’라고 해서 시작하는 것보다는, 자신이 정말 잘 알고 관심 있는 분야에서 창업해야 한다. 먼저 다섯 가지 정도를 선택해보고, 시장성이 있고 기회가 있는 아이템이 무엇인지 그 다음 분석하는 것이 좋다.
쇼핑몰은 나중에 고객이 10명이 될지 10만명이 될지 모르지만, 우선 초기 10명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그 초기 10명은 수많은 쇼핑몰 중 굳이 그 업체를 찾아 구매하는 사람들이다. 남들이 갖지 못한 그 업체의 노하우, 장점, 차별점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를 갖추기 위해서는 내가 잘 아는 분야를 선택해야 한다. 이후 여러 가지 분야에서 그나마 가능성이 있는 분야를 찾고, 너무 무리하지 말고 투잡 등으로 가볍게 시작해 노하우를 쌓아야 한다. 이후 본인이 사업을 할 만큼 준비가 돼 있는지를 보고 그때 가서 전업 여부를 결정해도 좋을 것 같다.
창업은 아주 젊을 때, 잃을 게 별로 없고 투자한 돈이 별로 없을 때에는 가볍게 시작해도 된다. 하지만 나이, 경력도 어느 정도 있고, 어느 한 분야에서 연봉도 많이 받는 상태에서 창업을 결정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분위기에 휩쓸려서, 혹은 주변에 누가 창업을 하니 ‘나도 한번 해볼까?’하는 마음에 시작하는 것은 절대 추천하지 않는다. 그것은 인생을 건 도박이다.
또 사업이 잘 돼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초기 목표 순이익을 달성한 뒤 망가지는 사람들도 목격했다. 사업에 집중 안 하고 유흥업소를 다니고 외제차를 끌고 다니며 어깨에 힘주고 다니다 사고 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금방 망한다. 번 것 이상 손해를 보고 인생이 나락으로 갈 수도 있다. 초기에는 돈이 중요하니 돈 때문에 시작할 수도 있지만, 그 단계를 넘어 ‘내가 왜 사업을 하지?’, ‘내가 언제 보람을 느끼지?’ 등 중간 목표를 점검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사업이 일정 궤도에 올라갔을 때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고, 다음 동력을 만드는 사업가가 될 수 있다.”
관련기사
- [영상] "내 반려견 좋은 옷 입히고파"...펫데렐라 창업기2022.03.16
- [영상] 할리우드도 반한 '웨이유' 생활한복 성공기2022.02.01
- 김현지 캔디스톤 "주부창업 괜찮아...자신있는 '빈틈' 찾아라"2021.12.08
- 쇼핑몰 CEO 3인이 밝힌 MZ세대 공략법 '이것'2022.03.16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사업은 정말 외롭고 힘든 과정이지만, 자아성찰을 하며 스스로가 커지는 느낌을 받았다.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라는 말이 있다. 사업도 마찬가지다. 인생을 살면서 한 번쯤은 도전해 볼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