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손실 없이 전자가 빠르게 이동하는 초전도체의 특성을 살린 컴퓨터를 만들 날이 올까?
초전도체 컴퓨팅을 가능하게 할 실마리가 풀렸다. 자기장 없이 전자가 한 방향으로 흐르는 초전도체 구현에 성공한 것이다.
네덜란드 델프트공대 연구진은 2차원 양자 물질을 활용한 일방향 초전도체를 구현, 관련 연구 성과를 학술지 '네이처'에 최근 공개했다.
초전도체는 극도로 낮은 온도에서 전기저항이 사라지는 물질이다. 이 상태에서는 전류가 에너지 손실 없이 영구적으로 흐르며, 외부 자기장을 밀어내는 성질을 띈다. 현재 초고속 자기부상열차나 MRI 촬영 등에 쓰이고 있다.
이같은 성질 때문에 초전도체를 컴퓨터 등 전자기기에 적용하면 전자가 지금보다 수백배 빠르게 이동해 성능이 획기적으로 향상되고, 에너지 소비도 줄어든다. 네덜란드 연구개발위원회(NWO)에 따르면, 일반 반도체 대신 초전도체를 쓰면 서구 세계의 에너지 소비가 10% 줄어들 전망이다.
■ 일방향 초전도체 구현
하지만 초전도체에서 전류를 한 방향으로만 흐르게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간주됐다. 반도체는 음전하를 띄는 전자와 양전하를 띄는 양공이 생겨 전자가 한 방향으로 이동한다.
반면 초전도체는 일반 전도체와 같이 이런 불균형이 없어 전류가 양방향으로 흐른다. 마찬가지로, 초전도체 사이에 얇은 부도체를 끼워넣어도 두 초전도체 사이에 전류가 흐르는 특이한 현상이 발생하는 '조셉슨 접합'의 경우에도 전류의 흐름을 한 방향으로 제어할 방법은 없었다.
일방향 초전도체 개발은 마치 이쪽 방향으로 스케이트를 탈 때는 마찰이 전혀 없고, 저쪽 방향으로 갈 때는 극복할 수 없는 마찰이 생기는 얼음을 발명한 것과 비슷하다. - 델프트공대
연구진은 원자층 몇개 정도의 얇은 2차원 양자 물질을 연구하다 일방향 초전도체를 구현하는 성과를 냈다. 이들은 나이오븀과 브롬 원자로 만든 Nb₃Br8층을 더 얇게 만들수록 전도성이 높아지는 것을 발견했고, 이를 조셉슨 접합 소자의 부도체층으로 사용할 때 일방향 초전도체가 됨을 확인했다.
또 자기장이 없는 환경에서 일방향 초전도체를 구현한 것도 주목할만 하다. 자기장 안에서 초전도체를 조절하기란 매우 까다롭기 때문이다.
전류의 방향을 조절하는 반도체 다이오드에 해당하는 초전도체 조셉슨 다이오드를 만든 것이다.
■ "20세기는 반도체 시대, 21세기는 초전도체 시대 될 것"
기존 반도체를 초전도체 기술로 대체하면 기존 컴퓨터보다 300-400배 빠른 테라헤르츠급 컴퓨터도 가능할 것으로 연구진은 기대했다. 데이터센터 에너지 효율도 수천배 올릴 수 있다고 파퓰러사이언스는 보도했다. 데이터센터는 세계 에너지 소비의 1%를 차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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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방향 초전도체는 양자 컴퓨터에 활용될 수 있다. 양자 컴퓨터는 극저온 환경에서 작동하는데, 이런 환경에선 전자의 움직임도 제약을 받는다. 하지만 극저온 초전도체 다이오드는 저온에서도 문제없이 작동한다.
우선 과제는 더 높은 온도에서도 작동하는 초전도체 개발이다. 연구진은 액화질소로 냉각할 수 있는 77K(약 영하 196℃) 수준에서 조셉슨 다이오드가 동작하게 하는 연구를 수행할 계획이다. 또 반도체에 수백만 개 수준의 조셉슨 다이오드를 구현하는 대량 생산 기술에도 도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