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임원 21명 올해들어 자사주 38억원치 매수

주주가치 제고·경영 책임 표시 일환...주가 저점 시그널인가

홈&모바일입력 :2022/04/27 16:58    수정: 2022/04/27 17:19

삼성전자 임원들이 올해 들어 삼성전자 주식을 잇달아 사들이고 있다.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종희 부회장을 비롯한 임원 21명이 삼성전자 보통주 5만 2353주, 우선주 2000주 등 총 5만 4353주를 사들였다. 약 38억원어치다.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해 말 9만원대까지 오른 뒤 6만원대로 떨여졌다. 지속되는 주가 부진에 원성이 높아진 소액주주는 이번 임원들의 주식 매입 행보를 주목하고 있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DX부문장)이 지난 1월 진행된 기자 간담회 참석한 모습(사진=삼성전자)

전문가들은 임원들이 자사 주식을 매입하는 이유로 '주식 가치 제고'와 '이해 관계 일치를 통한 경영 책임감 표시'를 이야기한다.

■ 임원의 주식 매입은 '주가 저점 시그널'

임원의 주식 매입은 주가 하락을 방어하는 역할을 한다. 회사 상황을 잘 아는 임원이 주식을 매입하는 시점은 주가가 가장 저평가된 때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삼성전자 시가총액이 400조원 가까이 되는데, 임원이 그중 소량인 38억원어치 주식을 샀다고 해서 그 자체로 주가가 오를 수는 없다"며 "다만 임원이 사비로 주식을 매입했기 때문에 투자자들에게 지금은 저점이지만, 회사의 미래 성장 가능성을 믿어도 된다는 신호를 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 들어 삼성전자 주식을 사들인 임원 22명 중 13명은 주가가 6만원대로 내려간 3, 4월에 집중 매수한 바 있다.

하지만, 임원들의 잇단 주식 매입 소식이 전해진 뒤에도 삼성전자 주가는 연일 신저가를 경신하고 있다. 김소현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해 경영진의 자사주 매입에 관해 발간한 보고서에서 "일시적인 효과가 아닌 기업의 장기적 가치에 기반하여 주주환원 효과를 평가해야한다"고 분석했다.

지난 3개월 간 삼성전자 주가 (사진=네이버 금융 갈무리)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임원의 사비 주식 매입과 기업의 자사주 매입은 다르다고 짚었다. 그는 "보통 기업이 자사주를 매입하는 건 주가를 높이고 소각, 배당까지 완료해 주주에게 이익을 환원하는 일이다"며 "임원이 개인 돈으로 회사 주식을 사는 건 자기 지분을 높이거나 투자하는 것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임원의 주식 매입도 시장에 저점 신호를 보내 긍정적인 효과를 준다"고 덧붙였다.

■ 이해관계 일치로 경영 책임감 표시

일각에서는 임원의 주식 매입을 책임 경영 일환으로 평가한다.

김우찬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임원이 매입한 주식을 계속 갖고 있으면 주주와 이해관계를 공유하고 경영에 책임을 다하겠다는 뜻을 전한다"고 말했다. 주주가 손해를 입으면 임원 자신도 경제적 손해를 보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반대로 임원이 보유한 주식을 현금화하면 주주에게 '이제 우리는 같은 배를 타지 않았다'는 신호를 보내 기업 가치에 악영향을 준다"고 설명을 보탰다.

일례로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와 임원 5명은 지난해 12월 스톡옵션으로 얻은 주식을 올해 1월에 팔아 약 878억원 차익을 남겼다. 시장에서는 이른바 '먹튀 논란'이 일었다. 임원의 매도 시점이 고점으로 인식돼 카카오페이 주가가 하락할 일만 남았다는 우려가 따랐다.

(사진=이미지투데이)

■ 자사주 매입, 절차·시기 정보 투명해야 긍정효과

전문가들은 임원의 주식 매입이 긍정 효과를 내려면 투명성이 전제되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성태윤 교수는 "임원이 내부 정보를 이용하지 않았다면 좋게 평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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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ESG 경영을 들어 자사주 매입을 설명했다. 그는  "G가 뜻하는 거버넌스는 주주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투명성을 높이는 것도 속한다"고 말했다. 이어 "자본시장에도 축구처럼 규칙이 있기 때문에 자사주 매입을 너무 많이 하면 거버넌스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인식돼 신뢰가 떨어진다"며 "주식을 매입하는 시기, 절차, 이유가 진정성 있어야 한다"고 짚었다.

서 교수는 "내부 정보에 밝은 사람들끼리 주식을 사고 팔아 사적 이득을 취하는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문제될 게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