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5분의 업무시간 단축이라도 10만명이면 50만분"

농협중앙회, 유아이패스와 RPA포털 구축해 1천117개 협동조합 업무 자동화

“간단한 작업이라도 많은 사람이 사용하면 훨씬 효율적으로 업무시간을 줄일 수 있다. 단 5분을 단축해도 10만명이 사용하면 50만분을 절약하는 셈이다.”

농협중앙회 디지털혁신실 RPA 추진팀의 박미정 팀장은 지난 2월 도입한 NH농협 RPA포털을 소개하며 이같이 말했다.

농협은 일반 기업과 달리 전국 협동조합이 유기적으로 연계된 연합체다. 각 조합은 모두 별도 법인체로 지역이나 처한 환경에 따라 핵심 업무, 업무 구조 등이 달랐다. 그래서 반복 업무를 자동화하는 RPA를 도입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있었다.

농협중앙회 디지털혁신실 RPA 추진팀 박미정 팀장과 황재순 과장

농협중앙회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3단계에 걸쳐 RPA 도입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2019년 실시한 1단계는 시범 단계로 중앙회 업무에 우선적으로 RPA 도입했다. 직원들이 사용법을 익히고, 실용성을 파악하기 위함이다. 2단계에선 부서 개별업무, 계열사의 공통업무를 파악해 이를 RPA로 자동화했다.

3단계는 1단계에서 구축했던 RPA 포털을 전국 농축협까지 확대했다. RPA 개발부터 배포까지 통합 지원하며, 특정 부서나 지역으로 제한하지 않고 전국 농축협의 전사적인 디지털 업무혁신을 위해 마련됐다.

박미정 팀장은 “RPA를 도입하게 된 계기는 디지털 전환 IT기술 중 가장 체감이 빠르고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어 임직원들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란 판단이 주효했다”며 “또한 도심지부터 농촌까지 규모와 업무 방식이 다양한 농축협들에게 치우침 없는 혜택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해 적극적으로 진행했다”고 밝혔다.

농협중앙회는 모든 임직원을 지원하기 위해 금융, 회계 등 일반적인 사내 업무 외에도 농축업에서도 RPA를 사용할 수 있는 인프라 환경을 구축했다. 그 결과 RPA포털 도입이 2달이 채 되지 않는 기간 동안 1천600명 이상 사용하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농협 RPA 포털

농협중앙회 황재순 과장은 “RPA포털은 전국 1천117개 농축협, 10만 임직원의 반복 업무를 줄여 업무 부담을 낮추고, 중요한 일에 더욱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며 “10만 임직원 모두가 효율적으로 RPA를 운용할 수 있는 구조에 대해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박 팀장은 “그동안 협동조합은 세계적으로도 RPA를 적용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있었지만, 성공적으로 이를 극복했다”며 “이러한 성과를 인정받아 해외에도 협동조합 자동화 성공 우수 사례로 꼽히고 있다”고 밝혔다.

농협중앙회는 전국 계열사와 관계사의 업무환경도 통일시켰다. 자동화 봇의 복잡한 설정 작업 등을 최소화하기 위함이다. 덕분에 RPA포털의 자동화 봇을 모바일 앱처럼 별도의 추가설정 없이 포털에서 포털에서 바로 사용할 수 있다.

박 팀장은 “포털 구축 외에도 해야 할 일이 늘어 어려움이 있었지만 덕분에 조합들의 데이터를 표준화해 확보할 수 있게 됐다”며 “추후 빅데이터나 인공지능(AI) 활용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황재순 과장은 “구축 초반에는 체계를 잡기 어렵고, 오류대응을 위한 통합 운영실 마련 등에 어려움을 겪었다”며 “이 과정에서 유아이패스와 소통하고 기술 지원 등 도움을 많이 받은 덕분에 성공적으로 결과를 낸 것 같다”고 덧붙였다.

농협중앙회는 RPA포털을 통해 농축협들이 공통으로 사용하는 업무를 자동화한 것에 이어 지역, 사업별 업무도 자동화에 나서고 있다.

다양한 업무 분야를 자동화하기 위해 있도록 현장을 방문해 업무 과정을 직접 확인하고 담당자와 의견을 교류하는 중이다.

RPA 봇 개발을 위해 실무를 직접 확인하는 박미정 팀장

박미정 팀장은 “농협은 어느 한 분야가 아닌 금융, 농축업, 경제, 유통, 교육 등 굉장히 다양한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구조”라며 “특정 사업에 치우치지 않고 전 사업 분야에 고르게 RPA를 지원하기 위해 현장 담당자 의견을 듣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무 자동화 확산을 위해 RPA포털은 개발자가 아닌 일반 직원이 새로운 RPA봇을 제안하거나, 적용 결과를 확인하고 공유할 수도 있도록 지원한다.

황 과장은 “아직 도입 초기인 만큼 과제발굴이나 조합 내 인지도 형성 면에서 부족한 부분이 있지만 벌써 40여건의 제안이 들어올 정도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며 “이제 반환점을 돈 만큼 운영과 지원 면에서 더욱 박차를 가하려 한다”고 말했다.

농협중앙회는 RPA가 업무 문화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협동조합을 대상으로 기능에 대한 홍보와 캠페인, 교육 등도 추진한다.

박미정 팀장은 “임직원들이 RPA에 부담 접근할 수 있도록 해커톤대회나, 아이디어 공모전 등을 지속적으로 개최하며 참여를 이끌어내려 한다”며 “특히 업무 친화적인 기술인 만큼 직원들의 목소리를 많이 들으려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서 “개인적으로는 RPA가 공기처럼 업무일상에 자연스럽게 녹아들기를 바란다”며 “앞으로 AI와 블록체인 등을 결합해 지속가능한 디지털 기술로 정착시킬 수 있도록 노력하려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