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글로벌 식량 대란이 국내에서도 현실화하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서 생산하는 곡물 수출량이 급감하면서 국제 곡물 가격이 치솟으며 과자나 칼국수 등 관련 제품 가격도 뛰고 있다.
밀 가격이 대표적이다. 지난달 밀 수입 금액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전보다 8.9% 상승했다. 이는 평균 상승률로 실제 체감 가격 인상은 더 크다는 분석이다. 국제 밀 가격 상승은 외식 물가 상승을 이끄는 주범이 될 수 있어 소비자들의 부담은 더 가중될 전망이다. 실제 해태제과는 내달부터 일부 제품 가격을 12% 이상 올린다.
22일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달 밀 수입량은 42만9376t, 수입 금액은 1억7244만8000달러로 나타났다. 이에 따른 1t당 가격은 402달러에 달했다. 이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개시한 2월과 비교할 때 1t당 밀 가격은 8.9% 상승한 것이다.
1년 전과 비교하면 41.5% 오른 금액이다. 코로나19 확산 초기인 2년 전(2020년 3월)에 비해선 54.6%나 상승했다. 국가별로는 미국에서 수입하는 밀 1t당 가격이 475달러로 가장 높았다.
이 같은 밀 가격 상승은 러시아가 주요 곡물 수출을 금지했고, 식량 부족 사태를 대비하기 위해 다른 곡물 수출 국가들도 수출량을 크게 줄인 것이 원인이다.
식용으로 사용하는 곡물 대부분을 미국과 호주에서 들여오는 한국의 경우 러시아발 식량 대란이 현실화하고 있다. 단기적으로 제분업계 밀가루 가격 인상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대한제분과 CJ제일제당, 삼양사 등 주요 밀가루 제조사의 경우 국제 밀 가격 동향을 살피며 B2B(기업간 거래) 제품 공급 단가를 조정하는 모습이다. 또 B2C(기업·소비자간 거래) 제품 가격도 큰 폭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물가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22일 기준으로 대한제분에서 판매하는 중력1급 20㎏ 도매가격은 3만2040원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해 3월 2만원보다 60.2% 가격이 올랐다.
주요 밀가루 제조사가 밀가루 공급가를 올릴 경우 밀가루를 많이 사용하는 외식 업계를 비롯해 과자, 빵, 라면 등 주요 가공 식품 가격 인상 부담도 커질 수 밖에 없다.
제과 업계는 속속 가격 인상에 나선다. 해태제과는 다음달 1일부터 구운감자·웨하스 등 8개 제품 가격을 평균 12.9% 올릴 계획이다. 빵의 경우 국제 밀 가격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품목이다. 파리바게뜨는 이미 지난 2월 총 756개 품목 중 빵과 케이크류 등 66개 품목을 대상으로 평균 6.7% 인상했다. 뚜레쥬르도 조만간 가격 인상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외식 물가는 더욱 가파른 상승세다.
한국소비자원 참가격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지역에서 판매되는 칼국수 한 그릇의 평균 가격은 8115원을 기록했다. 이는 1년 전보다 8.7% 오른 것으로 칼국수 참가격이 8000원을 돌파한 것은 처음이다. 밀가루를 사용하는 자장면도 5846원으로 전년 대비 9.4%, 냉면은 9962원으로 전년 대비 9.7% 올랐다.
국제 밀 가격 상승에 따른 가공식품과 외식물가 상승은 아직 정점에 이르지 않았다는 의견도 들린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가 장기화 하면서 국제 곡물 시장 변동성이 심화되고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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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관계자는 "수입 곡물 가격이 최근 2~3년간 지속 상승하고 있지만 더 오를 수 있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며 "수입 밀 가격이 오르면 이를 원재료로 사용하는 가공식품과 외식물가가 잇따라 뛸 수 있다"고 말했다.
제공=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