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청이 있는 난청 환자도 인공와우 수술이 가능하다는 국내 연구진의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일반적으로 청력손실 정도는 데시벨(dB) 수치에 따라 경도·중등도·고도·심도 4단계로 구분된다. 약물로 회복되지 않는 난청은 청력손실 및 잔청(남아있는 청력)의 정도와 원인에 따라 보청기 착용, 중이 임플란트 수술, 인공와우 이식수술 등 장치를 통해 청각 재활을 하게 된다.
잔청이 남아 있어 50% 이상의 어음변별력을 유지하고 있는 경우에는 보청기로 소리를 들을 수 있다. 그렇지만 달팽이관(와우)의 손상이 심한 고심도난청은 인공와우 수술만이 어음변별을 회복할 수 있는 유일한 청각 재활방법으로 알려져 있다.
인공와우 이식은 달팽이관에 전극을 심어 이 전극이 유모세포 대신 직접 소리 신호를 전기적인 자극으로 바꿔 청각 신경을 거쳐 뇌에까지 소리를 전달해 주는 수술 방법이다.
분당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최병윤 교수 연구팀은 최근 가장 널리 쓰이고 있는 ‘얇은 와우축 전극’의 잔청 보존 효과를 규명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팀은 지난 2019년부터 2020년까지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잔청이 남아있는 환자 중 얇은 와우축 전극을 이용해 수술 받은 환자 36명과 2019년 이전에 일자 전극을 이용해 수술 받은 환자 16명을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잔청 보존이 유리하다고 알려져 왔던 일자 전극만큼 얇은 와우축 전극이나 잔청 보존에 적합하며 좋은 기능적 결과도 기대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공와우 수술 후 완전하거나 부분적으로 잔청이 보존되는 비율이 얇은 와우축 전극이나 일자 전극 모두 수술 3개월 후까지는 70%의 환자들에서, 그리고 수술 후 1년째까지는 65%의 환자들에서 관찰됐다.
수술 후 잔청이 소실된 경우, 얇은 와우축 전극은 수술 후 한 달 이내에 나타나는 반면 일자 전극은 수술 3개월 이후부터 잔청이 더 떨어졌다.
또한 최 교수는 또 다른 연구에서 ‘고음급추형(ski-slope)’ 난청 환자 46명을 대상으로 인공와우 이식 수술의 효능 및 우수한 잔청 보존 효과를 규명한 연구를 추가로 발표했다. 고음급추형 난청은 고주파에서 청력이 급격히 떨어진다. 반면, 저주파 잔청은 존재하기 때문에 인공와우 수술 보다는 주로 보청기 착용을 통한 청각재활이 이뤄져 왔다.
최 교수는 고음급추형 난청에서도 인공와우 수술 후 약 70%가 인공와우와 보청기를 함께 사용하는 것이 가능할 정도로 잔청 보존 효과가 있음을 규명했다.
최 교수는 “적기에 인공와우 수술을 받으면 치료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며 “청력이 애매하게 남은 경우라면 검사를 통해 정확한 원인과 그 정도를 파악해 인공와우 수술이 필요한지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들은 ‘미국 이비인후과 저널’과 ‘유럽 이비인후과 저널’에 각각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