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거래소, 개정 특금법이 희비 갈랐다

원화마켓 중단업체 작년 실적 폭락…시장 양극화 심화

컴퓨팅입력 :2022/04/19 16:00    수정: 2022/04/20 15:15

지난 해 9월부터 원화마켓 거래소 신고 요건으로 은행 실명계좌 확보를 명문화한 개정 특정금융정보법이 실시되면서 가상자산 거래소들의 양극화가 더 심해졌다. 

은행과 계약을 맺고 원화마켓을 계속 운영한 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 등 4대 거래소들은 지난 해 실적이 껑충 뛰면서 활짝 웃었다. 

매출면에서 볼 때 업비트가 1996%, 빗썸은 362%, 코인원은 424%, 코빗은 696%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4개사 모두 영업이익, 순이익 측면에서도 향상된 실적을 거뒀다.

중소 가상자산 거래소

반면 원화마켓 운영이 중단된 후발 주자들은 코인마켓으로 전환하면서 실적이 크게 악화됐다.

코인마켓에서는 원화로 코인을 사거나, 구매한 코인을 원화로 바꿀 수 없다. 이런 불편 때문에 이용자가 대거 이탈했다는 것이 이 거래소들의 주장이다.

개정 특정금융정보법에 대해 "시장 경쟁을 저해하는 규제"라고 비판해왔던 중소 거래소들은 우려가 현실이 됐다는 입장이다.

■매출·거래대금 줄고 영업손실 늘고…중소 거래소 실적 악화

19일 중소 가상자산 거래소들에 따르면 개정 특금법이 적용된 지난 9월 이후 실적이 크게 악화됐다. 

거래소 '프로비트'를 운영하는 오션스는 지난해 매출 47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42% 상승했다. 하지만 2020년 1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던 이 회사는 지난 해는 영업손실 17억원을 기록했다. 순손실도 15억원에 달했다. 

프로비트 관계자는 "원화마켓 운영을 중단한 9월 이후 거래량이 90%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포블게이트는 작년 매출 37억원, 영업손실 29억원, 순손실 1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매출 78억원, 영업이익 41억원, 순이익 55억원을 거뒀던 데 비해 실적이 하락했다.

포블게이트 관계자는 "원화마켓 운영 중단이 실적에 가장 큰 영향을 줬고, 지난해는 매출 증대가 아닌 가상자산 사업자 신고 수리와 정보보호 관리체계(ISMS) 인증 획득 등 보안, 시스템 투자에 집중하는 한해를 보냈다"고 말했다.

가상자산 거래소 '고팍스' 운영사 스트리미는 아직 실적을 공시하진 않았으나, 타 거래소와 마찬가지로 원화마켓 운영 중단 이후 실적에 악영향을 받았다고 언급했다. 스트리미 관계자는 "특금법이 적용되기 전인 1월부터 9월까지는 지속적으로 흑자를 냈지만 그 이후 거래대금이 10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고 했다.

코어닥스도 "특금법 이후 월 거래대금이 조 단위에서 100분의 1 수준으로 하락했다"고 알렸다.

■ "실명계좌 제공 늘려야 가상자산 거래소 시장 경쟁 활성화"

원화마켓 운영 가상자산 거래소 중 업비트가 케이뱅크로부터 받은 확인서를 받고 지난해 8월 처음으로 금융정보분석원(FIU)에 가상자산 사업자 신고를 접수했다. 이후 9월 빗썸·코인원, 코빗이 각각 NH농협은행과 신한은행으로부터 실명계좌 확인서를 받고 사업자 신고를 접수했다. 

이후 은행과 제휴 계약을 맺은 거래소가 나오지 않다가 지난 2월 고팍스가 전북은행과 제휴 계약을 맺어 원화마켓 재개를 위한 금융 당국 허가를 기다리는 실정이다. 19일 기준 FIU에 총 26개 가상자산 사업자가 신고를 수리했지만 은행 계좌를 확보한 사업자는 최근 합류한 고팍스까지 합쳐 5개에 그치고 있다.

중소 가상자산 거래소들은 원화마켓 운영 거래소에 비해 역량이 뒤처지지 않는다며, 은행 실명계좌가 충분히 공급돼 거래소 간 경쟁이 정상화되도록 시장 환경이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자금세탁방지전문가협회 초대 회장을 역임했던 정지열 프로비트 이사는 "현재 실명계좌를 확보한 거래소들이 그렇지 않은 거래소에 비해 기술적으로 우위에 있거나, 더 지배구조가 투명해서 은행과 계약에 성공한 것이 아니다"라며 "실명계좌 제공 가능 금융사에 증권사, 우체국 등도 추가하는 등의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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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마켓 운영 가상자산 거래소 간 경쟁에서도 제휴 은행의 성향이 큰 영향을 끼쳤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가상자산 거래소의 자체 경쟁력보다, 제휴 은행이 거래소에 얼마나 협조적인지에 따라 편의 수준이 좌우되면서 이용자 유치 결과가 갈렸다는 것이다.

원화마켓 운영 가상자산 거래소 관계자는 "시장점유율이 이처럼 업비트에 압도적으로 쏠리게 된 이유를 보면 가장 직관적이고 편리한 UI를 제공하는 부분도 있지만, 제휴를 맺은 케이뱅크의 유연한 입장 덕이 크다"며 "제휴를 맺은 은행이 자금세탁방지 등에서 아주 강력한 기준을 요구할 경우 이용자 접근성이 하락하게 되기에 사업자 본연의 역량보다는 은행이 사업 재량을 얼마나 부여하는지에 따라 시장 성패가 갈렸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