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기업] 리턴제로 "150만 시간 이상 데이터 보유···대기업도 우리 못 따라와"

이참솔 대표 인터뷰...전화 통화를 문자로 보여주는 '비토' 서비스로 주목

인터뷰입력 :2022/04/19 09:22

지난해 4월 '비토(VITO)'라는 앱이 론칭, 국내 인공지능(AI) 시장에서 주목을 받았다. '비토'는 일명 '눈으로 보는 통화 앱'이다. 전화 통화를 거의 실시간으로 카카오톡처럼 문자로 보여준다. AI스타트업 리턴제로(대표 이참솔)가 개발했다.

18일 이 대표는 "당시 이런 서비스는 국내 처음이었다"면서 "최근까지 누적 다운로드 건수가 50만건에 달한다"고 밝혔다. '비토'는 통화한 내용을 채팅처럼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검색 기능도 있다. 아주 오래전 통화한 내용도 볼 수 있는 것이다. '비토'를 통해 매일 1만4400여 시간 통화 소리가 문자(텍스트)로 변환된다. 지금까지 '비토'가 처리한 통화 건수가 1억2100만건이 넘는다. 월 활성사용자 수는 10만명 정도다.

리턴제로는 이참솔 대표가 2018년 3월 법인으로 설립했다. 그의 두번째 창업회사다. '리턴제로(return 0)'라는 말은 컴퓨터 용어다. 개발자들이 C언어 프로그래밍때 코드를 입력한 후 마지막에 적는 말이다. 메인 함수의 종료를 알리는 코드다. 이 대표는 "서비스를 성공적으로 개발하자는 의미에서 회사 이름을 ‘리턴제로’로 지었다"고 설명했다.

그의 이메일 아이디는 'arc'다. 어릴때 하던 게임에 나오는 말이다. 이 대표는  학창 시절부터 컴퓨터를 좋아했다. 고등학교(일산 소재 백석고) 다닐때 컴퓨터 동아리 회장을 맡기도 했다. 2002년 KAIST(전산학과)에 들어가서도 '인클루디드(included)라는 컴퓨터 동아리를 만들어 초대 회장으로 활동했다. 이 대표는 멋적게 웃으며 "고등학교때 내신은 최하위권이였지만 수능 점수가 굉장히 좋아 KAIST에 들어갔다"면서 "AI업계에 KAIST 출신 창업자들이 많은데 나를 비롯해 KAIST 출신 창업자 9명이 단톡방을 만들어 교류하고 있다"고 들려줬다.

이참솔 리턴제로 대표가 강남역 인근 사무실에서 포즈를 취했다. KAIST를 졸업한 그는 두번째 창업회사인 리턴제로를 2018년 3월 설립했다. (사진=리턴제로)

이참솔 대표는 KAIST 동기인 정주영 현 리턴제로 최고기술책임자(CTO)와 이현종 개발팀장 등 2명과 함께 리턴제로를 설립했다. 앞서 세 사람은 2010년 11월 '로티플' 이라는 회사도 공동으로 설립한 바 있다. '로티플'은 모바일 커머스 회사였다. 소프트뱅크 투자를 받아 야심차게 세웠지만 당시 '로티플'은 너무 앞서간 회사였다. 서비스가 성공하려면 시장보다 반보만 앞서야했는데 두 보, 세 보 앞섰다. 당시 스마트폰이 국내에 론칭되면서 모바일 커머스(상거래) 부문에서 큰 비즈니스 기회가 열릴 것으로 생각해 로티플을 설립했지만 '결제' 기술이 낙후, 대박에 실패했다. 결국 로티플은 카카오에 인수됐고, 이참솔 대표 등 공동창업자들도 카카오에 합류, 카카오 초기 서비스 개발에 기여했다.

'카카오 맨'이 된 이 대표는 플러스친구 팀에서 4년 정도 일하다 2015년 퇴사했다. 이후 2년여 정도 여행을 다니며 자유롭게 살았다. 그의 비즈니스 충동을 다시 불러일으킨 건 2016년 3월 터진 '알파고 쇼크'였다. 인공지능(AI) 분야에서 큰 비즈니스 기회가 있을 거라고 판단한 그는 정주영 CTO 등 이전 동지를 모아 리턴제로를 세웠다. ‘아이폰 쇼크’를 보고 첫 창업을 했고, ‘알파고 쇼크’를 보고 두 번째 창업을 한 것이다.

'비토(VITO)'는 2020년 3월 베타 버전이 나왔다. 이어 지난해 4월 정식 버전으로 출시했다. 앞서 2019년 4월 국내 첫 한국어 자유 발화 구어체 특화 모델을 개발했고, 2020년 12월에는 국내 첫 한국어 구어체 화자분리 기술 개발을 완료했다.

'비토'는 두가지 핵심 기술을 자랑한다. 하나는 먼 거리 소리를 잘 들을 수 있는 ‘소머즈 엔진’이고, 다른 하나는 음성을 문자로 전환(STT)하는 기술로 사용자 목소리를 분석해 발화자를 분리하는 ‘모세 엔진’이다. '소머즈'는 오래전 국내 TV에서 방영한 초능력 청력 보유자인 미국 여성 주인공 이름에서 땄고, '모세'는 바닷길이 열리는 ‘모세의 기적’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비토'로 시장을 확대하던 리턴제로는 올 2월 '과감한 결정'을 내렸다. 그동안 일반 소비자에게 유료로 받던 '비토' 서비스를 무료로 전환했다. 1800명의 유료 고객에게 월 1만원씩 받던 유료화 정책을 포기한 것이다. 대신 기업 고객 공략에 집중하기로 했다. 이미 마이그레이션 고객을 통해 다수 기업고객을 확보했다. 이 대표는 "우리가 처리하는 데이터가 하루에 1만5천건에 달한다. 보유한 데이터 양이 150만 시간 분량"이라며 "국내에 이 정도 데이터 경쟁력을 가진 곳이 없다. 대기업도 우리를 따라오지 못한다"고 역설했다. 이어 "연내 새로운 서비스 2종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비토' 서비스가 처음 나왔을때만해도 국내에서 '온리 원(only ons)' 서비스였지만 지금은 리턴제로 같은 플레이어들이 다수 있다. 이 대표는 '비토' 서비스의 차별점과 경쟁력에 대해 "AI스타트업들이 많이 있지만 우리처럼 AI 원천기술을 가지고 있고, 또 이 원천기술로 데이터를 수집하고 정제, 가공, 활용해 서비스까지 만들어 공급하는 것은 드물다"면서 "이런 AI 전주기 기술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비토는 (고객이) 쓰면 쓸수록 좋아진다"고 밝혔다.

이참솔 리턴제로 대표가 지디넷코리아와의 인터뷰에서 회사 비전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리턴제로)

전화 통화 내용을 문자로 전환해주는 시장을 개척해 가고 있는 리턴제로는 현재까지 누적 투자액이 198억원에 달한다. 2018년 9월 시드(seed)로 공동창업자 3인이 5억원을 유치한데 이어 2019년 7월 프리시리즈A로 카카오벤처스에서 8억을 투자 받았다. 또 2020년 4월 시리즈A로 25억을 베이스인베스트먼트, 카카오벤처스, 더벤처스에서 유치했고, 지난해 5월에는 시리즈B로 KTB네트워크,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하나벤처스 등에서 160억원을 투자 받았다. 이 대표는 "시리즈C는 내년에 받을 생각"이라면서 "상장까지는 아직 생각해보지 않았다"고 말했다.

리턴제로 직원은 65명이다. 이중 40명 정도가 엔지니어다. 공동창업자 3명이 모두 KAIST 출신이고 카카오에서 일한 경험이 있어 KAIST와 카카오 출신들이 많다. 이 대표는 "리턴제로는 AI원천기술과 서비스 모두를 경험할 수 있다. 이 점이 개발자들에게 매력적"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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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는 신뢰를 기반으로 여러 복지제를 시행하고 있다. 출퇴근 시간이 따로 없다. 휴가도 직원이 원하면 아무때나 원하는데로 쓸 수 있다. 직원 모두 법인카드도 소유하고 있다. 회사를 위한 것이라면 누구나 100만원 한도내에서 자유롭게 쓸 수 있다. 시니어급 직원들에게는 스톡옵션을 모두 줬다.

이 대표가 그리는 리턴제로의 미래는 무엇일까? "모바일 시대가 도래하면서 판이 뒤짚어졌고 새로운 대기업들이 많이 새로 생겼다. AI도 마찬가지다. AI가 초래하는 미래는 지금과 엄청 다를거다. AI로 바뀐 산업 형태는 이전으로 다시 돌아갈 수 없다. AI가 수많은 영역에서 사람을 대체할 것이다. 그 시기가 오면 큰 싸움이 일어날 거고, 그 시장은 스타트업이 낄 수 없다. 모바일 시장과 판이 완전히 다르다. 작은 규모가 들어오는 것이 불가능하다. 우리는 인재와 데이터를 갖고 있다. 앞으로 다가올 큰 싸움에 대비하고 있고 그 싸움에서 살아남아 승자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역 인근에 있는 리턴제로 사무실 라운지. 리턴제로는 출퇴근 시간이 따로 없고 휴가도 직원들이 아무때나 쓸 수 있는 복지제도를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