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짝 제안' 일론 머스크, 트위터 인수 가능할까

자산 대부분은 테슬라·스페이스X 주식…현금 53조원 조달 의문

인터넷입력 :2022/04/15 14:21    수정: 2022/04/15 15:53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과연 일론 머스크는 트위터를 손에 넣을 수 있을까?

일론 머스크가 트위터에 430억 달러(약 53조원) 규모 인수 제안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성사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을 비롯한 외신들에 따르면 머스크는 14일(현지시간)  트위터 지분 100%를 주당 54.20달러(약 6만6500원)에 매입하겠다고 제안했다.

일론 머스크 (사진=씨넷)

머스크는 “이번 제안은 최종적인 것으로 더 좋은 제안은 없다”면서 “제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엔 주주 지위에 대해 다시 검토할 수도 있다”고 엄포를 놨다.

이사회가 자신의 제안을 거절할 경우엔 이미 매입한 지분 9.2%를 되팔 수도 있다는 일종의 협박인 셈이다.

그렇다면 머스크는 트위터 인수 자금을 동원할 능력은 있을까?

■ 테슬라, 경영진은 지분 가치의 25%까지만 대출 허용

머스크가 제안한 대로라면 트위터를 인수하기 위해 430억 달러가 필요하다. 그런데 머스크는 이미 트위터 지분 9%를 갖고 있다. 따라서 나머지 지분을 인수하는 데 필요한 자금은 390억 달러 수준이다.

일론 머스크는 자산 2천500억 달러를 보유한 세계 최고 부자다. 따라서 갖고 있는 자산 일부만으로도 트위터를 인수할 수는 있다.

문제는 머스크의 자산이 대부분 테슬라와 스페이스X 주식이란 점이다. 반면 실제 동원할 수 있는 현금은 많지 않다. 따라서 인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선 두 회사 주식을 일부 매각해야 한다.

그런데 이게 생각처럼 간단하지는 않다. 일단 주식을 매각할 경우 엄청난 세금을 내야만 한다. 게다가 회사 지배력도 약해진다.

(사진=테슬라)

따라서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주식 담보 대출을 받는 것이다.

주식 담보대출 역시 제한 요소가 적지 않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테슬라는 경영진들의 주식 담도 대출 때는 ‘주식 가치의 25%’까지만 빌릴 수 있도록 제한했다. 현재 머스크의 테슬라 지분은 1천760억 달러 정도로 평가되고 있다. 따라서 이론적으로는 인수 대금 430억 달러까지 빌릴 수는 있다. 이미 9% 지분을 갖고 있기 때문에 실제 필요한 인수대금은 390억 달러 수준이다.

그런데 머스크는 이미 지난 해 8월 테슬라 주식 8천800만 주를 담보로 대출을 받았다. 따라서 신용 한도는 더 줄어든다. 

더 큰 문제는 과연 테슬라 같은 단일 주식을 담보로 그 정도 거액을 대출해 줄 은행이 있을 것이냐는 점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이 지적했다.

특히 테슬라 주식은 담보로 삼기엔 등락폭이 너무 큰 편이다. 일이 잘못딜 경우 은행이 큰 손실을 떠안아야 할 수도 있다.

■ 트위터 이사회 '포이즌 필' 발동 땐 인수 자체가 힘들어질 수도 

머스크가 어렵게 자금을 마련하더라도 난관은 또 남아 있다. 트위터 이사회가 과연 머스크의 제안을 수용할 것이냐는 점이다.

벌써부터 머스크의 적대적 인수를 막기 위해 트위터 이사회가 포이즌 필(독약처방)을 동원할 수도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포이즌 필이 발동될 경우 머스크는 지분율 15%를 넘기지 못하게 된다.

그렇게 될 경우 머스크가 공언한 대로 트위터 지분 100%를 인수한 뒤 상장 폐지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게 된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시에 있는 트위터 본사. (사진=위키피디아)

이런 여러 가지 상황을 감안하면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하는 것이 수월해보이지는 않는다. 자금 마련부터 이사회 동의를 이끌어내는 것까지 어느 하나 녹록한 부분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일론 머스크의 인수 제안이 진지한 것이냐는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머스크는 이미 2018년 테슬라 주식을 전부 매입한 뒤 상장폐지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는 글을 트위터에 올려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한 이력이 있다.

당시 머스크는 “자금은 마련됐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이 트윗 때문에 일론 머스크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제재를 받았다. 결국 공방 끝에 2천만 달러 벌금을 납부하고 이사회 회장 자리에서 물려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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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보니 머스크의 이번 제안에 대해서도 반응이 썩 좋지는 않은 편이다. 실제로 머스크가 인수 제안을 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14일 트위터 주가는 2% 하락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러 시장 상황을 감안하면 머스크가 트위터 이사회를 압박하는 것도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