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당선인이 고민해봤으면 하는 세 가지

[이균성의 溫技] 힘과 이성과 꿈

데스크 칼럼입력 :2022/04/14 18:07    수정: 2022/04/14 18:38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세계에서 가장 나쁜 놈 가운데 하나라는 데 동의하지 못할 우리 국민은 많지 않을 것이다. 충격적인 사실은 러시아 국민 83%가 푸틴을 지지하고 있다는 여론조사다. 여기서 궁금증이 생긴다. 세계에서 가장 나쁜 놈을 지지하는 그 많은 러시아 국민은 대체 어떤 사람들인가. 그들 또한 푸틴과 마찬가지로 나쁜 놈들일까. 이 질문에 동의할 사람은 얼마나 될까.

그런 여론조사가 없으니 단정할 순 없지만 푸틴을 나쁜 놈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보다는 훨씬 적을 것이다. 러시아 국민이 나쁜 게 아니라 그들을 현혹한 푸틴이 나쁜 놈이라는 게 대체적인 생각일 거다. 그렇다면 푸틴은 원래 나쁜 놈으로 태어난 것일까. 그렇다고 대답해도 의문은 가시지 않는다. 대체 왜 러시아 국민은 나쁜 놈을 대통령으로 뽑은 것일까. 집단지성이란 고작 그 정도인 건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사진=뉴스1)

이런 질문은 우리 모두가 지고한 가치로 생각하고 있는 민주주의의 몇 가지 원리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힌다. 국민 다수의 생각은 언제나 옳은 것인가. 다수결은 언제나 정의인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다수의 생각이 늘 옳은 것은 아니며 때론 정의이기는커녕 가장 비인간적인 폭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문제는 이런 일이 어쩌다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아주 흔하다는 점이다.

인류 역사는 그런 사례를 숱하게 기록하고 있다. 문제는 우리다. 우리는 이런 질문을 얼마나 곱씹으며 살고 있는지 돌아보는 게 중요하다. 우리의 경우 러시아 국민들과 다르다는 근거가 과연 있는 것일까. 우리 대통령은 푸틴이 될 수 없다는 보장은 있는 것인가. 그 근거를 말할 수 없다면 우리는 우리 스스로를 의심해봐야 한다. 우리 또한 언제든 나쁜 놈이 될 수 있다는 걸 생각해봐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이런 생각을 가장 깊고 넓게 해야 할 사람이 누구인가. 윤석열 당선인 아니겠는가. 그가 이 글을 읽으면 좋겠지만 그럴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이 글을 쓰는 까닭은 누군가는 써야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을 확장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를 고민했으면 한다. 첫째는 힘이고, 둘째는 이성(理性)이며, 셋째는 꿈(幻想)이다. 모두 폭력과 사촌지간이다.

많은 사람은 ‘힘이 정의다’고 믿는다. 그래서 모두가 힘을 키우기 위해 노력한다. 힘자랑하기 좋아하는 게 인간이다. 윤석열 당선인도 이 점에서 남부럽지 않아 보인다. 그에게 국민 다수가 표를 준 첫째 이유가 그것 때문일 것이다. 그 힘으로 악(惡)을 무찌르라는 요구일 테다. 하지만 그 때 조심해야 한다. 그런 요구가 푸틴으로 가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대체 그가 무찔러야 할 악은 누군가.

수많은 댓글로 달릴 그 누군가가 악이라 치자. 그런데 현실을 보자. 그 악을 믿었고 지지하는 사람 숫자가 얼마인가. 적지 않다. 우리 국민 절반에 가깝다. 그렇다면 그들 모두 악인가. 푸틴이 그런 것처럼 그 악들과 전쟁을 벌여야 하는가. 그 여파로 죽어갈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들은 진짜 죽어 마땅한 사람들인가. 윤 당선인이 그 점을 고민했으면 한다. 힘은 정의가 아니라 폭력이다.

힘에 대한 숭상이 동물의 속성을 벗어날 수 없는 인간의 한계에서 비롯된다면 이성은 그 한계를 극복하는 데 기능하기도 하지만 반대로 그 한계를 극대화하는 쪽으로 작동할 수 있다는 사실을 윤 당선인이 치열하게 고민했으면 한다. 인간은 동물과 달리 선(善)을 추구하고 그럴 장치를 많이 개발하기도 하지만 동물과는 비교가 불가능할 만큼 잔인한 존재기도 하다. 그때 활용하는 게 바로 이성이다.

이성은 곧 인간이 개발한 모든 문명으로 드러난다. 법제도와 이념 같은 무형의 문명부터 총이나 칼 그리고 비행기나 자동차 같은 유형의 문명까지 그 모든 것이 이성의 산물이다. 문제는 이 모든 것들이 인간의 삶을 윤택하게 만들도록 고안된 것이지만 때에 따라서는 인간이란 존재를 가장 처참한 상황으로 몰아가는 무기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그중 법도 해당된다는 것을 윤 당선인이 알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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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이 이성의 영역인지 동물의 영역인지 나로서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잠잘 때 꾸는 꿈이 아니라 미래 희망을 뜻하는 꿈의 이중성에 대해서도 윤 당선인이 고민했으면 한다. 그 꿈이 힘과 악성적인 이성과 결합됐을 때 그 폭력성은 인간을 회복 불능상태로 만들기 때문이다. 그 꿈이 누군가를 배제하는 것이었을 때가 그렇다. 집단이 그런 꿈을 욕망할수록 폭력의 크기는 기하급수적으로 커지는 것이다.

힘과 이성과 꿈은 모두 다 열정을 갖고 키워야 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불행하게도 그것은 악을 키우는 수단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알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