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썸·코인원·코빗, 트래블룰에 '블록체인' 접목 난항

비블록체인에 적용 안돼 국내 활용 여건 크게 제한…해외 공략 공들일 듯

컴퓨팅입력 :2022/04/13 09:52    수정: 2022/04/13 13:09

'트래블룰' 솔루션 사업을 위해 뭉친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코인원·코빗 3사(합작법인 CODE)가 그간 기술적 강점이라 주창하던 블록체인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할 전망이다.

트래블룰은 100만원 이상 가상자산이 전송될 시 사업자가 송·수신인 신원정보를 기록하도록 요구하는 규정으로, 이 정보 유통을 지원하는 게 트래블룰 솔루션이다. 그 동안 CODE는 블록체인 기반 솔루션이 우수하다고 주장해왔지만, 트래블룰이 시행된 지난 3월25일 이후 현재, 결과적으로 시장 경쟁에서 밀려 이를 써보지도 못한 상황이다.

압도적인 점유율로 1위 사업자인 업비트가 비(非)블록체인 트래블룰 솔루션을 도입했는데, 블록체인 기반 솔루션으로는 업비트 등과 정보 유통이 불가하다는 문제에 부딪힌 탓이 크다.

결국 CODE 회원사들은 미리 테스트도 마쳤던 블록체인 기반 트래블룰 솔루션을 걷어내고 뒤늦게 비블록체인 솔루션 개발에 들어갔다. 도중 트래블룰이 시행되면서 타사 송금이 일체 차단되는 이용자 불편도 유발했다. 지난 8일에 이르러서야 회원사 시스템에 비블록체인 솔루션 적용을 완료해 상호 송금만 지원하는 상황이다.

빗썸, 코인원, 코빗

■공룡 업비트에 밀린 CODE…'블록체인' 만들고 개시도 못해

업비트 운영사인 두나무는 당초 CODE와 트래블룰 솔루션을 함께 준비하고 있었으나, 차후 떨어져 나와 블록체인 자회사 람다256 손을 잡았다.

람다256은 거래소 간 직접 암호화 통신 기술을 활용해 트래블룰 솔루션 '베리파이바스프'를 개발했다. 개발 과정에서 블록체인은 성능과 개인정보 보호 측면에서 문제의 소지가 있는 것으로 판단해 도입하지 않았다고 지난해 12월 밝혔다.

이에 CODE 측인 차명훈 코인원 대표는 성능 저하 및 개인정보 유출 문제 없이 블록체인 도입이 가능하다면서, 블록체인은 거래 속도를 높이고 수수료도 절감해준다고 맞섰다.

이후 트래블룰 시행 시점까지 양측이 솔루션 간 연동을 마치지 못한 것은 이런 첨예한 입장 차 때문이다. 솔루션 연동을 위해서는 블록체인을 일괄 적용하거나 배제해야 하는데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은 것이다.

람다256의 트래블룰 대응 솔루션 베리파이바스프

결과적으로 '비블록체인' 기술이 일괄 도입됐다. 베리파이바스프 도입 사업자와 CODE 솔루션 도입 사업자 간 송금 시 비블록체인 기반으로 거래정보가 전송될 예정이다. 이는 오는 25일부터 가능해질 전망이다.

당초 의견이 갈렸던 기술 적합성이 아닌, 시장 입지 차이가 이런 결과를 낳았다는 게 CODE 주장이다. 베리파이바스프 도입 사업자 중 업비트의 국내 시장점유율만 해도 80% 가량으로 압도적이다. 때문에 연동이 계속 되지 않는 경우 이용자 불편 유발, 자금 유입 여지 등 CODE가 불리한 측면이 있어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비블록체인 솔루션을 개발했다는 입장이다.

결과적으로 블록체인 트래블룰 솔루션을 사용할 수 없게 됨에 따라 빠른 처리 속도, 탈중앙화된 방식 등 CODE가 주장해온 강점은 빛이 바라게 됐다.

■CODE "블록체인 포기한 것 아냐"…해외 시장이 살 길?

CODE가 블록체인 기반 트래블룰 솔루션을 완전히 포기한 것은 아니다. 비블록체인 솔루션으로 물러선 것은 보다 타 거래소 송금을 신속히 정상화하기 위한 임시 조치라는 입장이다.

CODE는 시간을 들여 블록체인 솔루션과 비블록체인 솔루션을 같이 활용하는 체계를 구축한 뒤 본격적으로 솔루션 사업을 전개하겠다는 방침이다. CODE 솔루션 도입 사업자끼리 송금이 이뤄질 경우 블록체인 기반 정보 유통을, 그렇지 않은 경우 비블록체인 기반 정보 유통을 지원하는 식이다.

블록체인의 기술적 장점을 내세워 고객사를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 CODE는 암호화폐 '비트코인'의 오프체인 거래 솔루션 '라이트닝 네트워크'를 도입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통해 거래 속도를 개선하고 수수료 비용이 절감된다고 강조했다. 탈중앙화 방식이기 때문에 중앙 서버에 정보가 남지 않게 돼 솔루션 사업자의 정보 독점 우려가 없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고 있다.

다만 추후에도 베리파이바스프 연계 송금에는 블록체인이 활용되지 않는 만큼, 전체 송금 사례 중 블록체인 적용 사례는 많지 않을 것으로 짐작된다.

다른 경쟁력으로는 공정한 의사결정 구조를 들었다. 빗썸·코인원·코빗은 CODE에 총 9억원을 공동 출자했으며 지분과 의결권은 동일하게 각 3분의 1을 보유하고 있다. 이 때문에 가령 과금 방식을 솔루션 사업자가 일방적으로 변경하거나, 거래 정보를 특정 사업자가 독점하는 등의 문제를 방지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CODE 관계자는 "최근 해외에서 가상자산 관련 금융상품이 생겨나는 등의 상황을 본다면 거래 정보는 매우 중요한 데이터로, 암호화폐에 대한 평가에도 활용할 수 있는 만큼 특정 사업자가 독점해서는 안 되는 정보"라며 "3사가 각자 특정 회사의 이권이 개입되지 않도록 견제가 가능하고, 서로 협의해 정책을 결정하는 구조는 CODE의 차별점"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국내 시장에 진입하려는 글로벌 사업자에게 있어 이런 점이 유효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CODE는 법인 출범 시점부터 글로벌 시장 공략을 천명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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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트래블룰 솔루션은 거래소들이 연합해 시장 유동성을 확보하는 기술적 인프라로 쓰이고 있다. CODE가 업비트를 위시한 람다256 측과의 주도권 경쟁에서 일단 패배한 것도 이런 점 때문이다. CODE가 향후 이런 판국을 뒤집기 위해서는 글로벌 사업자 공략이 절실한 상황이다.

CODE 관계자는 "현 상황을 역으로 따져보면 향후 글로벌 주요 사업자들이 CODE 솔루션을 채택할 경우, 비블록체인 솔루션을 도입한 사업자들이 저희 기술 방식을 지원해야 하는 상황이 될 수도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