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 빙하와 온실가스 농도, 천문학적 변화 등 기후변화가 과거 200만년 간 인간 종의 정착과 확산, 유전전 변이 등 인간의 진화와 적응에 영향을 미쳐 왔음을 실증적으로 보여주는 연구가 나왔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원장 노도영) 악셀 팀머만 기후물리연구단장 연구팀은 독일, 스위스 연구진과 함께 기후 변화와 인류 진화 사이의 연관성을 규명했다.
이번 연구는 기초과학연구원이 보유한 슈퍼컴퓨터 '알레프(Aleph)'를 활용해 수행됐으며, 연구 결과는 14일 학술지 '네이처(Nature)'에 게재됐다.
기후 변화가 인류 진화에 영향을 준다는 것은 화석과 고고학적 증거들을 통해 제시돼 왔다. 하지만 인류 화석 유적지 근처의 기후에 대한 자료가 부족해 기후 변화의 영향을 명확히 규명하지는 못 했다.
■ 200만 년 간의 기후 변화를 모델링하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단은 기후모델링과 인류학, 생태학 전문가로 연구진을 구성, 기후 변화가 인류 진화에 미치는 영향을 다각적으로 규명했다.
연구단은 대륙 빙하와 온실가스 농도, 지구 자전축과 공전궤도 변화로 인한 태양에너지의 변화 등 천문학적 변동을 변수로 넣어 기후 모델링을 수행했다. 이를 통해 과거 200만 년의 기온과 강수량 등의 기후 자료를 생성했다.
이들은 과거 200만년 동안 아프리카, 유럽, 아시아 3천 200개 지점의 인류 화석과 고고학적 표본을 포함, 인류 역사에 대한 가장 포괄적인 편집본을 만들었다. 이를 바탕으로 기후 자료와 식생, 화석, 고고학 자료들을 결합, 현대 인류의 조상인 호미닌 종의 시대별 서식지를 추정할 수 있는 시공간 지도를 구축했다.
연구진은 고대 인류 종이 서로 다른 기후 환경을 선호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서식지는 2만 1천년에서 40만 년까지의 시간 주기에서 발생한 천문학적 변동으로 인한 기후 변화에 따라 모두 이동되었음을 보였다.
■ 기후 변화와 식량, 적응
이에 따르면, 인류는 기후 변화와 이에 따른 식량 자원의 이동에 맞춰 적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200만-100만 년 전 초기 아프리카 인류는 안정적 기후 조건을 선호하여 특정 지역에만 서식했다.
그러다 빙하기와 간빙기의 주기가 4만 년에서 10만 년으로 바뀌며 빙하기가 더 춥고 오래 지속되는 '큰 기후 변화'가 80만 년 전 일어났다. 호미닌 종의 하나인 호모 하이델베르겐시스는 이에 대응, 더 다양한 범위의 식량 자원에 적응했다. 덕분에 이들은 유럽과 동아시아 먼 지역까지 도달할 수 있었다.
또 연구진은 다른 호미닌 종이 접촉해 같은 서식지 안에 함께 지낼 수 있는지 조사해 5가지 호미닌 집단의 족보를 도출했다. 이를 통해 현대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가 30만년 전 아프리카 개체군인 후기 호모 하이델베르겐시스로부터 유래했다고 추정했다.
이번 연구로 재구성한 기후 기반 혈통은 유전자 정보나 인간 화석의 형태학적 차이 분석에서 얻은 최근의 추정치와 유사한 결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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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연구는 인간 기원에 대한 근본적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 고기후 모델 시뮬레이션 자료를 활용했다는데 의의가 있다. 윤경숙 IBS 연구위원은 슈퍼컴퓨터 알레프를 통해 역대 최고로 긴 기후 시스템 모델 시뮬레이션을 완료했다. 이는 지난 200만 년의 지구 환경 역사를 다루는 최첨단 기후 모델을 사용한 최초의 연속적 시뮬레이션이다. 대륙 빙하의 증감, 과거 온실 가스의 농도 변화에 따른 기후 반응과 약 100만-80만 년 전 발생한 빙하기-간빙기 주기의 뚜렷한 기후 변화를 담아낸다.
악셀 팀머만 단장은 "이번 연구는 기후가 우리 호모 종의 진화에 근본적인 역할을 했다는 것을 증명한다"라며 "현재 인류가 지금의 우리일 수 있었던 것은 인류가 과거 기후의 느린 변화에 수천 년 이상 적응해 왔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