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매상·사재기꾼 이득 챙긴 그래픽카드 가격 결국 내릴 것"

존페디리서치 대표 "암호화폐 채굴·매점매석이 원인"...국내도 하락세 지속

홈&모바일입력 :2022/04/11 16:28    수정: 2022/04/12 11:27

PC 그래픽카드 솔루션 관련 시장조사업체인 존페디리서치가 "그래픽카드 가격은 소비자들의 외면 속에 결국 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과 유럽을 시작으로 국내 시장에서도 그래픽카드 가격이 하락하는 가운데 나온 전망이라 눈길을 끈다.

이 업체 존페디 대표는 최근 자사가 운영하는 그래픽 전문가 대상 매체 '그래픽스픽'을 통해 "코로나19 범유행(팬더믹) 이후 암호화폐 채굴과 사재기(매점매석)가 그래픽카드 가격 상승과 수요 폭증 등 큰 문제를 일으킨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암호화폐 채굴 장비 조립을 위해 대기중인 한정판 그래픽카드. (사진=Nguyencongpc.vn 페이스북)

■ "그래픽카드 평균 단가, 2년 새 300달러까지 상승"

존페디리서치는 2001년 설립된 그래픽 기술 관련 시장조사업체다. 매 분기마다 공개하는 외장 그래픽카드용 제조사 점유율 등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존페디리서치 자료에 따르면 데스크톱PC용 그래픽카드 평균 가격은 2019년 400달러(약 48만원) 중반에서 2020년에는 600달러(약 72만원) 중반, 지난 해에는 700달러(약 84만원) 중반까지 2년 연속 수직 상승했다.

연도별 데스크톱PC용 그래픽카드 평균 판매 가격 추이. (자료=존페디리서치)

존 페디는 "그래픽카드가 2017년에 이어 2020년과 2021년에 암호화폐 '이더리움' 채굴에 쓰이면서 부족 현상과 가격 상승을 동시에 일으켰고 시장에 나온 그래픽카드를 봇(자동화 프로그램)으로 사재기해 두 배, 혹은 세 배에 파는 일이 벌어졌다"고 설명했다.

■ "제조사보다 소매상·사재기꾼이 더 큰 이득 챙겨"

존 페디는 "최신 기능을 담은 새 게임을 출시해도 그래픽카드 공급 문제 때문에 구형 그래픽카드에서 돌아가는 상황은 게임 개발자에게도 화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일반 소비자들은 이런 상황에서 엔비디아나 AMD 등 그래픽칩셋 제조사나 주요 그래픽카드 제조사가 많은 이득을 챙겼을 것이라고 의심한다.

존 페디 대표는 ”소매상과 사재기꾼들이 그래픽카드 가격 상승으로 더 많은 이득을 챙겼다”고 주장했다. (사진=베스트바이)

그러나 존 페디는 "그래픽칩셋 제조사보다는 아마존이나 뉴에그, 베스트바이 등 최종 판매업체, 그리고 이베이에 권장가격의 세 배 이상으로 그래픽카드를 파는 이들이 더 큰 이득을 봤다"고 단언했다.

실제로 베스트바이는 지난 2월 199달러(약 24만원)를 내고 별도 회원제 프로그램 '토탈테크'에 가입한 사람에게만 지포스 RTX 30 시리즈 그래픽카드를 팔기도 했다.

■ "소비자가 안 사면 재고는 쌓이고 가격은 내린다"

존 페디는 "이렇게 폭등한 가격은 소비자가 사지 않는다면 내릴 수 밖에 없고 일부 업자들도 팔지 못한 재고를 발견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런 가격 하락은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만큼 빨리 일어나지는 않지만 일어난다면 사재기 업자들이 패배하는 것을 보기에 충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독일 IT매체 3D센터는 지난 3월 말 "지포스 RTX 3090 그래픽카드 가격이 지난 해 8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사진=트위터 갈무리)

실제로 미국과 유럽, 호주 등지에서는 올 1월부터 주요 그래픽카드 가격이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다. 국내 시장에서도 3월 하순부터 그래픽카드 가격 하락 현상이 두드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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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가격비교사이트 다나와에 따르면 지포스 RTX 3080 Ti(12GB)는 150만원 선, 지포스 RTX 3080(10GB)는 120만원 선, 지포스 RTX 3060(12GB)은 60만원 선으로 내려왔다. 지난 3월 하순 대비 20여 일만에 10만원이 더 내렸다.

국내 유통사 관계자는 "국내 조립PC 시장이 이달부터 비수기에 들어섰고 현재는 특별히 그래픽카드 가격이 올라야 할 이유가 없다"며 "그래픽카드 가격은 더 내릴 수 밖에 없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