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 튀기는 그들, 요리 로봇의 진화

"화상·질병 유발하는 궂은 일 대신해"...5년내 수십조원 시장 급성장 전망

디지털경제입력 :2022/03/31 13:56    수정: 2022/03/31 18:42

팔 세개가 모여 치킨을 만든다. 사람의 팔은 두 개, 나머지 하나는 사람의 팔처럼 움직이는 다관절 로봇이다.

먼저 사람이 생닭을 먹기 좋게 잘라 손질한다. 다음은 로봇 차례다. 사람처럼 관절을 접고 펴서 고기에 튀김옷을 입힌다. 펄펄 끓는 170도 기름에 고기를 넣고, 들러붙지 않게 휘젓는다. 갓 튀긴 치킨을 사람이 다시 받아 양념한다.

■ 뉴로메카, 치킨 튀기는 로봇 '인디7' 공급 확대

로봇이 이젠 주방 한 켠을 차지하며 일상에 스며들었다. 협동로봇을 제조해 각종 산업 현장에 공급해온 뉴로메카는 요리 로봇 '인디7' 공급을 확대하고 있다. 뉴로메카는 2020년부터 치킨 프랜차이즈 롸버트치킨에 인디7을 공급했다.

점점 입소문을 타더니 지난해 10월에는 교촌치킨과 MOU를 맺었다. 현재 메뉴마다 다른 조리법을 로봇에 적용하고, 매장 상황을 살펴 공급을 시작하고 있다.

뉴로메카 요리 로봇 인디7이 튀김옷을 입힌 닭고기를 기름통에 넣고 있다. (사진=뉴로메카)

이성우 뉴로메카 통합마케팅 팀장은 "다른 치킨 프랜차이즈와 개인 사업장에서도 연락이 많이 오는 추세다"고 말했다. 그는 "공급 의뢰가 오면 각 가게 고유의 조리법에 맞춰 로봇의 움직임을 고도화해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요리하는 로봇은 주방에서 사람이 할 위험하거나 궂은 일을 대신한다. 일례로 이성우 팀장은 "치킨을 튀길 때 사람은 뜨거운 기름에 화상을 입거나 유증기를 계속 흡입해 호흡기 질환을 겪을 수 있다"며 "요리하는 인디7 같은 협동 로봇은 사람 대신 궂은 일을 하기 위해 현장에 투입된다"고 말했다.

요리 로봇은 주로 B2B 형태로 제작·공급되고 있다. 요식업계에서는 로봇을 활용하면 음식의 맛과 품질을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을 장점으로 꼽는다. 이에 로봇 업계 관계자도 "로봇을 의뢰하는 고객들이 정해진 재료만 정량으로 넣고, 조리 시간을 정확하게 지키는 로봇의 특징을 많이 묻는다"고 전했다.

■ 브이디컴퍼니, 서빙로봇 이어 빌트인 '쿡봇' 상용화 준비

일찍이 로봇 제조에 뛰어든 기업들은 요리 로봇을 개발해왔다. 최근 서빙로봇 누적 공급대수 2000대를 돌파한 브이디컴퍼니도 요리 로봇 '쿡봇' 공급을 준비하며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쿡봇은 빌트인 형태로 사용하는 점이 특징이다. 식재료를 넣고 조리법을 선택하면 쿡봇이 짠맛, 단맛 등 개인 취향에 맞춰 음식을 완성한다. 특히 요리할 때 나오는 연기를 용해해 물과 함께 내보내는 기능을 갖춰 냄새를 크게 줄일 수 있다. 쿡봇은 와이파이 연결만 되면 조리법을 계속 추가할 수 있다. 클라우드에 사진을 넣어 저장하듯이 새로운 조리법을 내려받는 것이다.

브이디컴퍼니의 빌트인 요리 로봇 쿡봇 (사진=브이디컴퍼니)

브이디컴퍼니 관계자는 "현재 KC인증(안전·환경·품질 등과 관련한 국가 인증)을 받고 있다"며 "올해 하반기 등 빠른 시일 내에 상용화할 것"으로 기대했다. 이어 "식기세척기가 처음엔 식당 등에 B2B 형태로 공급되다가 가정으로 들어왔듯이 쿡봇도 장기적으로 더 많은 사용자에게 다가갈 것"이라고 말했다.

■ 두산로보틱스 등 대기업도 시장 진출 러시 

국내 대기업도 요리 로봇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두산로보틱스는 이달 24일부터 3일간 열린 IFS 프랜차이즈 창업박람회에서 처음으로 요리 로봇 '쿡봇 셰프'를 공개했다.

쿡봇 셰프는 로보테크와 협력해 만들었다. 육류·야채·냉동음식 등 거의 모든 튀김 요리가 가능하고, 시간당 치킨을 24마리까지 튀길 수 있다. 또, 한식·중식·양식 면 요리 20종 이상을 제조할 수 있다. 면 요리는 시간당 60그릇을 만든다.

두산로보틱스가 IFS 프랜차이즈 창업박람회에 참가해 쿠킹로봇 쿡봇셰프를 처음 선보였다. (사진=두산로보틱스)

두산로보틱스 측은 "상반기에 각종 인증을 받은 뒤, 올해 안에 본격적인 판매를 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각종 요식업장, 호텔 등에서 유용하게 사용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보다 앞서 LG전자는 2020년 로봇 브랜드 '클로이'에 요리하는 '클로이 셰프봇'을 추가했다. 클로이 셰프봇은 패밀리 레스토랑 빕스 4개 지점에서 국수 제조를 시연한 바 있다. 사람이 그릇에 원하는 재료를 담아 내밀면 로봇이 면을 뜨거운 물에 삶아 요리를 완성하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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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서구 소재 빕스 1호점인 등촌점에서 일하고 있는 LG 클로이 셰프봇.(사진=LG전자)

LG전자 측은 "최근 요식업계가 코로나19로 인해 타격을 입어 클로이 셰프봇 공급 확대도 영향을 받았다"면서도 "지속해서 제품을 고도화하고 공급을 확대할 방향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

요리 로봇 시장은 점점 커질 전망이다. 한국로봇산업진흥원은 각종 시장 조사기관 자료를 종합해 2025~2027년 즈음이면 적게는 31억달러(약 3조 7천억원), 많게는 234억달러(약 28조 3천억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