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만에 '주가 최고' KT, 디지코 전략 통했나

KT 시가총액 9조원 재돌파…주총서 디지코 전략 강화 전망

방송/통신입력 :2022/03/29 16:55    수정: 2022/03/30 08:51

구현모 KT 대표가 지난 2020년 취임 후 줄곧 강조한 '디지코'(DIGICO)로의 체질 개선이 성과로 나타나는 모양새다. KT 주가는 외국인 매수세가 이어지며 지난 28일 7년 반 만에 최고가를 기록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KT 시가총액은 25일 종가 기준 9조원을 재돌파했다. 지난해 8월 시가총액 9조원 밑으로 떨어진 후 약 7개월만이다. KT 주가가 연일 신고가를 경신하고 있는 것은 그동안 추진해온 디지코 전략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KT 사옥 (사진=뉴스1)

구 대표는 취임 후 꾸준히 통신사업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구 대표는 2020년 기존 유무선 중심의 '텔코'(Telco) 기업에서 디지털전환을 주도하는 디지코 기업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디지코 분야는 꾸준히 성장해, 지난해 KT 영업이익 중 디지코 영역의 비중이 40%까지 확대된 것으로 알려졌다.

■ 로봇·IDC·클라우드 등 '신사업' 성과 거둬

업계는 KT가 로봇, IDC·클라우드 등 신사업 분야에서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분석한다. KT는 올해 로봇 사업을 담당하는 'AI로봇사업단'을 두 배 이상 키웠다. 로봇 플랫폼 비즈니스로 현재 호텔 룸서비스와 서빙, 바리스타, 케어, 방역 등 5종의 서비스 로봇을 상용화한 KT는 앞으로도 강점을 살려 로봇 분야를 확장할 계획이다. 

로봇은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움직인다. 로봇 원격제어 등을 위해서는 빠르고 안정적인 통신망이 필수적이다. KT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서비스 로봇 시장에 발맞춰 지난해 현대중공업과 500억원 규모의 투자 계약을 맺고 현대로보틱스를 대상으로 '5G 스마트팩토리 산업용 로봇'을 선보이기도 했다. 

KT는 지난해 7월 서비스 로봇 상용화를 시작했으며, 앞으로도 AI 기반 로봇을 핵심적인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MWC22 개막을 하루 앞둔 2월 27일 KT 관계자들이 AI 방역로봇을 테스트하고 있다. (사진=뉴스1)

수요가 커지는 클라우드 분야에 민첩하게 대응하기 위해 KT클라우드를 분사하는 것도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KT는 다음달 1일 클라우드와 인터넷데이터센터(IDC) 사업을 분사해 KT클라우드를 설립한다. 

KT 클라우드·IDC 부문은 지난해 16.6% 성장해 4천559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는 등 성장하는 시장에 발맞춰 두드러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KT는 KT클라우드 출범 이후 관련 기술에 대한 수급을 지속적으로 늘려 이용자들이 클라우드 서비스를 쉽게 이용할 수 있게 만들 계획이다. 

김장원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4월 만들어지는 KT클라우드는 수요가 커지는 산업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 CJ ENM과 손잡고 콘텐츠 전략 강화

지난 21일 발표한 CJ ENM과의 콘텐츠 협력도 디지코 로드맵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CJ ENM은 KT스튜디오지니에 1000억 원 규모의 지분 투자를 하는 것을 시작으로 드라마 제작과 음악, 실감 미디어 등 다양한 영역에서 KT와 협력하기로 했다.

스튜디오지니는 KT의 미디어·콘텐츠 사업의 핵심으로 꼽힌다. KT는 지난해 스튜디오지니에 유상증자를 실시하며, KT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즌에 탑재될 오리지널 콘텐츠들을 스튜디오지니를 통해 제작하겠다고 밝혔다. 

KT는 CJ ENM과의 제휴를 토대로 스튜디오지니가 제작한 오리지널 콘텐츠 중 일부 물량을 tvN과 티빙 등 CJ ENM 보유 채널에 편성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이를 통해 스튜디오지니는 CJ ENM의 채널로 콘텐츠 유통을 확장할 수 있게 된다.

업계는 KT가 지니뮤직, 밀리의서재 등 다양한 지적재산권(IP)를 갖고 있다는 점에도 주목한다. KT가 가진 IP를 활용해 CJ ENM과 다양한 분야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KT 관계자는 "스튜디오지니가 확보한 원천 IP 중 양질의 기획안은 양사가 공동제작해 글로벌 대작을 탄생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주주총회에 쏠리는 눈…MSCI지수 편입 가능성은

업계는 오는 31일 진행될 주주총회에도 관심을 두고 있다. KT는 이번 주총에서 박종욱 KT 안전보건총괄과 윤경림 KT 그룹트렌스포메이션 부문장을 사내이사로 재선임하는 안건을 다룬다. 구 대표와 함께 AI,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 역량을 키웠던 이들을 사내이사로 재선임해 디지코 전략에 더욱 힘을 싣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박 총괄은 30년 경력의 KT 전략분야 전문가로, 구 대표와 함께 디지코 전략 수립과 실행을 주도적으로 이끈 핵심 임원이다. 윤 부문장도 그룹 시너지 강화 및 국내외 그룹사 육성, 전략적 투자, 제휴 추진 등으로 KT의 지속성장 기반을 강화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왔다.

한편, 증권가는 KT가 오는 5월 MSCI지수에 편입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한다. 고경범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지난 24일 보고서를 통해 "오는 31일까지 KT의 외국인 지분율이 41.65% 미만일 경우 5월에 MSCI 지수에 편입될 가능성이 높아 보이며, 외국인 지분율이 올라가 편입에 실패하더라도 주가에는 긍정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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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CI지수에 편입되면 상장지수펀드(ETF) 등 대규모 해외 자금이 들어와 통상적으로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KT는 지난 2019년 해외주식예탁증서(DR) 편입을 제외하는 조치로 MSCI 지수에서 편출됐다. 이후 최소 외국인 보유한도 대비 마진을 충족하지 못해 편입에 실패해왔다. 지난 1월 NTT도코모가 약 5%의 지분을 신한은행에 블럭딜로 양도하며 외국인 지분율이 급감했다. 지난 28일 기준 KT의 외국인 지분율은 40.58%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