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지는 목재 부산물로 인공광합성 성공

KAIST, 리그닌 광촉매 특성 발견..."정밀화학제품 합성 가능해 산업적 파급효과 기대"

과학입력 :2022/03/28 13:00

KAIST(총장 이광형)는 신소재공학과 박찬범 교수 연구팀이 식물의 주요 구성성분인 리그닌의 광촉매 특성을 규명했다고 28일 밝혔다. 리그닌 기반 광 촉매반응과 산화환원 효소 반응을 접목, 태양광으로 고부가가치 화합물을 생성하는 인공광합성에도 성공했다. 

리그닌은 식물에서 세포벽 형성, 물 수송, 씨앗 보호, 스트레스 적응 등의 역할을 한다. 식물의 20-30%를 차지하는 주요 구성 성분이다. 바이오 연료, 펄프 및 종이를 생산하는 목재 산업에서 연간 5천만 톤의 리그닌이 부산물로 대량 배출된다. 하지만 분자구조가 규칙성이 없고 복잡하기 때문에, 활용이 어려워 95% 이상 소각되거나 폐기되는 실정이다. 

Nature Synthesis 3월호 표지논문

연구팀은 자연계 리그닌이 일반적인 광촉매들이 지닌 작용기를 가지고 있다는 것에 착안, 리그닌이 광촉매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는 가설을 세웠다. 연구팀은 다양한 리그닌 고분자 모델이 가시광선 하에서 과산화수소를 생성한다는 것을 입증했다. 또 분광학 및 광전기화학적 분석을 통해 리그닌이 열역학적으로 해당 광 산화환원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일반적인 광촉매는 산소를 환원해 과산화수소를 생성할 때 알코올이나 포름산 등 희생 전자 공여체가 필요하다. 그래서 기존의 과산화수소를 생성하는 광 촉매반응은 반응 물질 내 원자들이 생성물로 전환될 때 나오는 폐기물의 비중을 말하는 '원자 경제성(atom economy)'이 낮고, 바람직하지 않은 부산물이 축적된다는 한계가 있다. 반면 리그닌은 희생 전자 공여체 없이 산소와 물을 이용해 과산화수소를 합성할 수 있어 원자 경제성이 높고(94.4%), 부산물 축적 문제가 없다. 

연구팀은 나아가 가시광선을 흡수하는 리그닌의 광 촉매반응을 생체촉매인 퍼옥시게나아제 활성에 적용했다. 퍼옥시게나아제는 유기합성에서 상당히 중요한 선택적 옥시 기능화 반응을 유도할 수 있는 효소다. 퍼옥시게나아제는 과산화수소를 필수적으로 요구하지만, 과산화수소 농도가 높으면 비활성화된다는 단점이 있다. 이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연구팀은 리그닌이 광화학적으로 과산화수소를 적절한 속도로 생성하도록 설계해 퍼옥시게나아제가 지속해서 옥시 기능화 반응을 수행하도록 만드는 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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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그닌의 광촉매적 과산화수소 생성 및 이에 의하여 활성화된 효소 반응에 대한 모식도 (자료=KAIST)

박찬범 교수는 "이번 연구는 리그닌을 고부가가치 화합물 생성에 이용할 수 있는 친환경적 방법을 제시했다는 것에 의의가 있다"라며 "리그닌의 광촉매적 메커니즘을 더 자세하게 밝혀 리그닌의 촉매 성능을 높이고, 다양한 효소와 접목해 정밀화학제품을 생산하여 산업적 파급력을 높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리더연구자지원사업(창의연구), 한국연구재단 글로벌박사 양성사업 등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KAIST 신소재공학과 김진현 박사과정이 제1 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는 학술지 '네이처 신세시스(Nature Synthesis)' 3월호 표지논문으로 출판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