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되는 북미 배터리 시장 선점을 위한 한중일 배터리 기업 간 샅바싸움이 치열하다. 줄곧 북미 시장을 개척해온 LG에너지솔루션과 파나소닉은 물론 북미 시장에 소극적이던 CATL까지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한중일 배터리 기업들이 북미 시장 패권에 사활을 건 모양새다.
북미 시장은 중국 시장과 더불어 전기차 시장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충지다. 시장조사업체 IHS에 따르면 북미 전기차 배터리 시장 규모는 2021년 46기가와트시(GWh)에서 2023년 143GWh, 2025년 286GWh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배터리 3사는 제너럴모터스(GM)·스텔란티스·포드 등과 손잡고 미주 내 배터리 공장 증설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특히 국내 배터리 기업은 중국 정부가 CATL·BYD 등 자국 기업 중심 정책을 펴고 있어 중국 시장 확보는 요원한 상황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주내 단독 배터리 공장 건립에만 약 5조6천억원을 배팅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GM과 합작한 얼티엄셀즈의 1~3공장(120GWh), 미시간주 독자공장(25GWh)에 더해 애리조나주 현지에 11GWh 규모 신규 원통형 배터리공장을 건립하기로 하는 등 북미 시장 주도권 경쟁에 팔을 걷어붙였다. 또 미국에 집중됐던 배터리 공장을 캐나다까지 북상시킬 예정이다. 이들은 캐나다 온타리오주 윈저에 스텔란티스와 45GWh 규모 합작 공장을 건립할 계획이다.
파나소닉의 미주시장 진출 역시 매섭다. 테슬라와 밀월관계를 유지 중인 파나소닉은 중대형 원통형 배터리에서 테슬라 사업 파트너로 낙점됐다. 파나소닉은 테슬라 전기차 모델Y에 '4680'배터리를 공급하기로 했다. 탄력이 붙은 파나소닉은 미국 텍사스에 배터리 공장을 건립하기로 했고, 남부 오클라호마주와 중서부 캔자스주에 새 배터리 공장 부지를 물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이한 점은 내수 시장에 주력하던 중국 기업의 북미 진출이다. 중국 전기차 배터리 생산량 4위인 고션(Gotion)은 2023년부터 2028년까지 200GWh 이상 배터리를 공급하고 미주에 배터리 공장을 건립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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뿐만 아니라 CATL 역시 내수 중심에서 눈을 돌려 북미 시장 진출을 타진 중이다. 중국 상하이증권보에 따르면 CATL은 50억달러(약 6조원)를 투자해 북미 지역에 대규모 배터리 공장을 건설할 예정이다. 다만, 미중 외교적 문제는 배터리 공장 증설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도 있다. 앞서 지난 2020년 CATL은 미국 켄터키주 글래스고 소재 공장 건물과 부지 일부를 매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미 시장에서 한중일 삼국 배터리 기업 경쟁이 가열되면서 LG에너지솔루션의 사업 셈법도 복잡해졌다. 앞서 LG그룹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집사로 불리던 조 헤이긴을 미국 내 대관 담당으로 영입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헤이긴 소장을 필두로 미 정계와 고위급 채널을 구축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 정계를 포섭하면 USMCA(미국·멕시코·캐나다 무역협정)로 얽혀 있는 북미 시장 전체를 조율할 수 있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