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은주의 쿼바디스] 디지털 플랫폼정부는 성공할 수 있을까

전문가 칼럼입력 :2022/03/25 09:26    수정: 2022/03/26 08:37

기어이 벌어졌다. 혹시나 하던 디지털 플랫폼정부가 그의 당선으로 현실이 됐다. 먹기는 쉽지만 소화하기 어려운 게 있다. 이는 덥석물어서는 안된다. 정보통신(ICT) 분야에서는 스마트시티가 그렇다. 누구나 스마트시티를 말한다. 하지만 이를 실현하는 건 정말 어렵다. 기술은 물론 여러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먹기는 쉽지만 소화하기 힘든 것과 같다. 문재인 정부 초기 스마트시티는 요란했지만 지금은 흐지브지 모양새다. 호랑이를 그리려다 고양이로 끝날것 같다. 디지털 플랫폼정부도 그럴까봐 우려스럽다. 누구나 쉽게 디지털 플랫폼정부를 말한다. 제대로 아는 이는 드물다.

얼마전 만난 지인이 떠올랐다. 그의 목소리는 높았다. "박근혜 정부때 정부3.0이 왜 성공하지 못한 줄 아나? 대통령이 데이터를 개방하라고 하니 포털 하나만 덩그렇게 만들어 놓고 아무 데이터나 마구 갖다 놨다. 그러다보니 쓸만한 데이터가 없었다. 우리나라는 디테일을 잘 아는 전문가들이 우대 받지 못한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사진=뉴스1)

디지털 플랫폼정부가 화두다. 정보통신(ICT) 산업계 뿐 아니라 일반인도 입에 올린다. 윤석열정부 5년의 성공과 실패를 가름하는 빅이슈가 될 것이다. 윤 정부는 디지털 플랫폼정부를 성공적으로 구축할 수 있을까? 게다가 수출까지 한다는데?

기자는 여러모로 디지털 플랫폼정부가 우려스럽다. 인수위에 ICT 전담부처 공무원이 한명도 없는 것도 그렇다. 어불성설이다. 4차산업혁명을 그렇게 강조하더니 주관부처 공무원을 사이드로 뺀 건 악수(惡手)다. 

디지털 플랫폼정부 핵심은 디지털과 플랫폼이 아니다. 데이터다. 데이터가 디지털 플랫폼정부 성공 열쇠를 쥐고 있다. 디지털 플랫폼정부가 성공하려면 데이터가 물 흐르듯이 흐른다는 게 무엇인지, 또 데이터 생애주기가 무엇인지를 잘 아는 전문가가 지휘를 해야 한다. 인수위와 윤 당선인 주변엔 이런 데이터 전문가가 안 보인다. 

 윤 정부의 디지털 플랫폼정부 공약 설계자는 인수위에 참여하고 있는 김창경 한양대 교수로 알려졌다. 그는 얼마전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디지털 플랫폼정부에 대해  "한번의 클릭으로 모든 민원과 행정이 가능한 것은 물론 장기적으로는 신청조차 하지 않아도 필요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인 예도 들었다. "지금은 개인이 복지 지원을 받으려면 국세청, 건강보험공단 같은 여러 국가 기관을 찾아 다니며 서류 십여개를 떼어 다시 국가 기관에 제출해야 한다. 이것은 진정한 디지털 정부가 아니다.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국민 개개인에 맞춤형 정책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디지털 플랫폼 정부는 그런 역할을 한다. 하지만 이는 개념적으로 그렇다는 거고, 이 개념을 현실화하는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다. 현실화에는 기술에 사람 문제가 있다. 기술은 기본이고 이 기술을 사용하는 사람이 중요하다.

흔히 플랫폼의 데이터는 물흐르듯이 흘러야 한다고 한다. 이는 관념적이다. 누구나 그래야 한다고 말할 수 있다. 정작 이 말의 뜻을 정확히 아는 사람은 드물다. 데이터가 물처럼 흐른다는 것은, 데이터가 물처럼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떠돌아 다닌다는 걸 말하는게 아니다. 데이터는 그럴 수 없다. 그런 말이 아니라, 어느 한 곳에서 발생한 원본 데이터가 시간이 지나 다른 곳에서 다시 살아나는 것을 말한다. 정적인 상태로 있던 원본 데이터가 다시 움직이는 것이다. 즉, 학교 입학이나 부동산 거래 등 어떤 목적이 생기면,  이 목적에 따라 기존 내 데이터가 다시 살아나고, 이 목적이 달성되면 다시 정적인 상태로 들어가는 것, 이런 상태를 반복하는게 데이터 속성이고, 이걸 데이터 생애주기라 부른다. 이 주기를 물처럼 부드럽게 흘러가게 해주는 것이 플랫폼이다.

데이터는 아이나 어른할 것 없이 수시로 발생된다. 사람이 활동하면서 접하는 일 하나하나가 다 데이터이기 때문이다. 데이터는 이렇게 많이 발생하고 변화무쌍하다. 디지털 플랫폼정부는 이런 개개 데이터를 목적에 맞게 공공 행정에서 언제 어디서나 쓰게 하자는 거다. 금융 분야 마이데이터처럼 공공 행정 분야의 마이데이터다.

 우리나라 전자정부는 세계 최고다. 실제 각 부처가 쓰는 업무시스템은 흠잡을 게 없다. 부처간 시스템 연계도 비교적 괜찮다. 세금을 관할하는 국세청 홈택스만 봐도 그렇다. 홈택스는 국민 편익을 위해 건강 등 다른 부처 업무 시스템과 연계가 잘돼 있다. 덕분에 국민 생활은 그만큼 편하다. 문제는, 현재의 정부 시스템은 각 부처에 흩어져 있는 국민 개개 데이터를 어떤 필요가 있을때 아무때나 끄집어내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디지털 플랫폼정부는 이걸 해내자는 거다. 그러자면 기술 이외에 데이터를 실제 다루는 공무원들의 행태가 바뀌어야 한다. 기술 외에 관료주의라는 '거대 공룡'과 싸워야 하는 것이다. 디지털 플랫폼정부를 성공적으로 구축하면 효과는 막대하다. 우선 공무원들의 잡무가 크게 줄어든다. 책임여부도 명확해진다. 이번 대선을 가른 부동산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직원이 10명인 작은 기업도 전산시스템을 바꾸기는 쉽지 않다. 사람 속성상 현재 쓰고 있는 걸 바꾸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장이 당근과 회초리를 들고 계속 채근해야 바뀐다. 작은 기업도 이런데, 디지털 플랫폼정부는 상대가 100만명이 넘는 공무원이다. 어마어마한 회초리와 당근이 필요하다.

지난 정부에서 선무당이 사람 잡는 걸 본적이 있다. 로봇을 잘 모르는 대통령이 '로봇 물고기'를 만들어 강을 관리하자고 하자 많은 돈을 들여 로봇물고기를 만들었지만 실패했다. 데이터 속성을 잘 모르는 대통령은 공공 데이터를 개방하라고 다그쳤고, 그 결과 무분별한 공공 데이터들이 개방됐다.

디지털 플랫폼정부를 수출하자는 것도 우려스럽다.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 수준 전자정부를 구축했지만, 이것이 수출 아이템인지는 퀘스천마크다. 전자정부는 하나의 정보시스템에 불과하다. 정보시스템을 수출한다는 것은, 단순히 기술을, 플랫폼을 수출하는 차원이 아니다. 정보시스템 외에 이를 사용하는 나라의 문화와 행동양식과 맞아야 한다. 이 부분을 놓치면 수출은 실패한다. 시스템이 문제가 아닌 것이다. 우리나라 전자정부 역사가 50년이 넘지만 수출 실적이 저조한 이유다. 디지털 플랫폼정부도 마찬가지다. 기술이, 플랫폼이 문제가 아니라 130만 공무원의 업무 행태를 바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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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강조하고 싶다. 디지털 플랫폼정부를 성공적으로 구축하려면 데이터 속성을 잘 아는 전문가 집단이 전면에 나서야 한다. 뿐만 아니라 뷰로크러시라는 공룡을 혁파해야 하기 위한 전권을 그들에게 줘야한다. 기업의 최고경영자(CEO)처럼 대통령이 직접 챙기고 전문가들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  

최근 본 인상적인 시구(時句)가 있다. 꽃이 대충 피더냐/이 세상에 대충 피는 꽃은 하나도 없다. 이산하 시인의 '나에게 묻는다'의 한 구절이다. 꽃 하나도 대충 피지 않는다. 하물며 온 나라의 주목을 받고 있는 디지털 플랫폼정부다. '호랑이' 대신 '고양이'가 나온다면 윤석열정부를 넘어 국가적으로 대재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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