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도 사람만큼 볼 수 있어야 더 쓸모 있어"

[윤기자의 스타트업] 지능형 로봇의 눈 '광시야 3D카메라' 개발한 박기영 아고스비전 대표

디지털경제입력 :2022/03/24 16:36

박기영 아고스비전 대표는 '인간 삶을 보조하는 기술'을 만들고 있다. 그가 이끄는 스타트업 아고스비전은 지능형 로봇에 탑재하는 광시야 3D카메라 '아고스뷰(ArgosVue)'를 개발했다. 사람 대신 무거운 짐을 나르고, 청소 등 궂은 일을 도맡는 로봇의 눈이다.

아고스뷰는 넓은 시야, 30cm 정도 가까운 거리에서 사람 인식, 사람 자세 인식이 가능한 점이 특징이다. 먼저 시야 각도는 수평 270도, 수직 160도다.

박 대표는 이를 두고 "사람의 눈보다 더 넓게 보는 카메라"라고 소개했다. 사람의 눈은 보통 수평 200~220도, 수직 130~150도를 보는데, 아고스뷰는 이를 넘어 뒤쪽까지 폭넓게 본 다는 설명이다.

박 대표는 "아고스뷰가 기존 자율주행에 활용되는 라이다(LiDAR) 센서보다 시야가 넓다"고 강조했다. 라이다는 빛을 물체에 발사해 반사되는 값으로 거리를 측정하고, 물체를 형상화하는 장치다. 라이다 센서는 수평으로는 보통 270도까지 넓게 물체를 탐지하지만, 수직으로는 30도 정도 비교적 좁은 시야를 지녔다. 아고스뷰는 이보다 5배 정도 시야를 넓혔다. 데이터 출력은 라이다처럼 포인트 클라우드 형태로 하고 있다.

박기영 아고스비전 대표. 개발한 광시야 3D카메라 아고스뷰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지디넷코리아)

■ "사람만큼 보는 눈 있어야 서비스 로봇 상용화 가능"

박 대표는 로봇도 사람만큼 보는 눈이 있어야 상용화할 수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로봇 자율주행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는데, 눈 역할을 하는 센서는 못 따라가는 상황이에요. 생활 속 예시로 로봇 청소기가 계단을 인식하지 못하고 떨어지거나, 반려동물 배설물 같은 작은 장애물을 못 봐서 끌고다니는 사례가 있어요. 로봇이 보는 시야를 넓히고, 정교하게 앞을 인식하려고 센서를 많이 달면 제품 가격이 비싸지죠."

광시야 3D카메라는 로봇이 실외에서 움직이고, 사람과 소통할 때 그 역할이 더 중요해진다. 길을 걷는 로봇이라면 계단을 오르내리고, 가로수 등 각종 장애물을 피해야 한다. 박 대표도 아고스뷰를 개발할 때 이 점을 중요하게 고려해 계단 앞에서 단차를 정교하게 인식하도록 했다.

아고스비전의 광시야 3D카메라 아고스뷰가 계단 단차를 인식한 화면.(자료=아고스비전)

그는 이어 "안내·서빙 로봇이 사람과 소통하려면 가까이에서 사람의 몸짓과 얼굴을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고스뷰는 사람과 로봇 간 상호작용을 돕기 위해 사람을 인식하는 최소 거리를 30cm까지 줄였다. "보통 카메라가 2m 정도 떨어져야 사람의 전신을 모두 담는데, 아고스뷰는 사람이 친근감을 느끼는 거리인 30cm에서도 전신을 인식한다"는 설명이다.

■ 광시야 3D카메라, 안전·엔터테인먼트 등 다방면 활용

박 대표는 광시야 3D카메라를 사람 추종 로봇, 스마트 모니터링 등 안전 분야에서도 활용할 수 있다고 기대했다.

사람 추종 로봇은 사람을 인지하고 따라서 움직인다. 길 안내나 물류창고 등 산업 현장에서 사람의 노동을 보조하는 역할로 쓰인다. 그동안은 앞선 사람의 종아리 단면을 인식하고 추적하는 식으로 운용됐다. 하지만, 이 경우 중간에 누군가 끼어드는 등 장애물이 생기면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없었다.

박 대표는 이 점에 착안해 "넓은 시야로 사람을 정확하게 담고 전신을 인지해 움직임을 따라가는 기능을 발전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아고스비전의 광시야 3D카메라 아고스뷰가 사람을 인식하고 동작을 추적하는 화면 (자료=아고스비전)

그는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가전·IT 박람회(CES 2022)에서 아고스뷰를 로봇의 눈 뿐만 아니라 다양하게 활용할 가능성을 봤다. 시각장애인용 웨어러블 기기를 만드는  방문객이 아고스뷰의 광시야와 계단·사람 인지 기능에 관심을 보였다는 일화다. 박 대표와 아고스비전 동료들은 광시야 3D카메라가 다방면에서 인간의 삶을 보조할 방법을 찾고 있다.

"광시야, 사람 움직임 인지·추정하는 카메라로 스마트 모니터링 시스템을 만들면 어떨까요. 시야가 넓은 만큼 카메라가 담지 못하는 사각지대를 줄일 수 있어요. 사람 움직임을 인식하는 기능으로 요양원에서 노인 낙상 사고를 빠르게 인지하는 식으로 쓸 수 있죠.  비대면 시대에 걸맞은 엔터테인먼트로 집에서 운동, 춤 시범영상을 제대로 따라했는지 확인하는 데 응용할 수도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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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늦깎이 창업 “나이와 도전은 상관 없어”

아고스비전은 2020년 다차원 스마트 IT융합 시스템 연구단의 연구원들이 모여 만든 기업이다. 박 대표는 나이 50이 넘어 창업에 도전했다. 그는 "주변에서 늦깍이 시작을 아쉬워하는 사람도 있지만, 새로운 도전이 즐겁고 기대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에는 직원을 3명 더 채용해 현재 식구가 박 대표를 포함해 6명으로 늘었다. 비슷한 시기 ‘K-글로벌 스타트업 공모전’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상도 수상했다.

박 대표는 "올해 원자재 가격이 오르고, 부품 공급난이 심해져 제품 생산이 쉽지 않을 것 같다"면서도 "아고스뷰를 차질없이 생산해내겠다"고 말했다.

아고스비전의 광시야 3D카메라 아고스뷰 (사진=지디넷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