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배달 시장 규모는 약 25조원. 코로나19 확산 후 고객 주문량이 늘어난 결과다. 자연스레 도로 위 배달 오토바이도 많아졌고 소음, 환경, 안전 문제 등이 사회 문제로 대두됐다. 최근 환경부는 1993년 이후 30년 만에 이륜차 소음 관리 체계를 개편한다고 했다. 기존 최대 105㏈이었던 배기 소음 허용 기준은 95㏈로 강화할 예정이다. 105㏈은 기차 소음에 해당하는 100㏈을 초과하는 수치다.
플랫폼 사업자도 이런 기류에 발맞춰, 문제 개선과 선진 배달 환경 조성을 위해 앞장서고 있다. 바로고 자회사 무빙이 대표적인 회사다. 2019년 출범한 친환경 모빌리티 플랫폼이다. 배터리교환스테이션(BSS)을 활용해 배달원(라이더) 이륜차를 전기 오토바이로 보급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BSS는 라이더가 전기 오토바이 배터리를 교체하거나, 충전할 수 있는 장소다.
무빙은 지난해 경기 수원과 경남 창원, 전남 해남에 BSS를 만들었다. 이륜차 공급 플랫폼 ‘포도프렌즈’ 개발도 끝마쳤다. 포도프렌즈는 배달대행 업체와 프랜차이즈 기업 등 기업간거래(B2B) 고객을 위한 바이크 리스 관리 통합 플랫폼이다. 라이더 전용 ‘포도앱’도 구현해냈다.
올 초엔 편의점 세븐일레븐과 전기 배터리 충전 인프라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 전기 오토바이를 사용하는 라이더가 충전이 필요할 때 인근 세븐일레븐에 방문해 공유 배터리를 교환하거나 충전할 수 있게끔 했다. 이달 초 60억원 규모의 투자 유치에도 성공했다.
지디넷코리아는 지난 10일 서울 강남구 무빙 본사에서 회사 연구개발(R&D)을 진두지휘하는 전암 연구소장을 만났다. 전 소장은 18년차 정보기술(IT) 개발자다. 공장자동화, 자동차 생산라인 분야에서 일하다 웹 개발에 관심이 생겨, SPC그룹으로 적을 옮겼다. 프론트·백엔드를 아우르는 전문가다.
전 소장은 배달 음식을 즐겼다. 빈번한 주문에서 전 소장은 한 가지 사실을 깨닫게 됐다. 대개 라이더가 오토바이 시동을 끄지 않은 채, 고객에게 음식을 전달하러 갔다. 다음 배달을 신속하게 처리하기 위해서였다. 자욱한 매연과 시끄러운 소리에 전 소장은 갸우뚱했다. 2019년 무빙에 합류한 것도 이 때문. 시간을 절약하려는 라이더 심정이 이해됐다. 전 소장은 다만, 환경 문제도 중요했다.
[다음은 전암 무빙 연구소장 인터뷰 일문일답]
Q. 무빙 R&D 연구소를 소개해달라.
“출범 초기 구성원은 4명, 현재 내부 개발자는 6명이다. 모두 프론트·백엔드와 모바일까지 개발 가능한 인력들이다. 서로 협력하고 도와주는 게 무빙만의 개발 문화다. 포도플랫폼 개발, 출시 기간이 단축된 것도 이런 분위기 때문이다.”
Q. 포도 플랫폼 개발 과정을 듣고 싶다.
“하드웨어는 무빙 파트너사와 협력을 통해, 소프트웨어는 자체 개발하는 방식으로 각각 진행했다. 배달, 이륜차 시장을 분석하고 현장에서 요구하는 문제를 처리하는 데 우선순위를 뒀다. 주문 가능한 오토바이 재고와 가격, 혜택을 재빨리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이처럼 시장분석과 이용 데이터를 토대로 개발했다. 이어 영역을 쪼개고, 개발자 테스트를 통해 이상 유무를 확인했다.”
Q. 지우종합상사, 알톤스포츠, DSEV 등 파트너사가 많다.
“소중한 동반자다. 무빙 협력사 모두 고품질의 모빌리티를 생산할 여력을 충분히 갖췄다. 여기에 무빙 소프트웨어 역량을 접목한다면, 하나의 생태계를 형성할 것으로 예상한다. BSS를 통해서도 결제 시스템 등 또 다른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Q. 이전부터 친환경 배달에 관심을 뒀나.
“종종 배달 음식을 시켜 먹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주문) 빈도가 늘었다. 오토바이 소음과 냄새를 알게 된 거다. 여름엔 창문을 열어두지 않나. 시끄러운 오토바이 소리에 창문을 강제로 닫게 됐다. 이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다. 운 좋게도 무빙의 방향성이 목표에 부합했다.”
Q. 전기 오토바이로 소음 문제가 해결될까.
“내연 오토바이 소음은 80~100㏈ 정도다. 물론, 더 시끄러운 오토바이도 있다. 전기 오토바이는 60㏈이다. 상대적으로 매우 조용하다. 배달 동선 데이터를 기반으로 설치되는 BSS와 함께, 지속해서 사용이 가능한 게 특장점이다.
내연 오토바이보다 가격도 저렴하다. BSS와 양질의 전기 오토바이 도입 등 인프라가 구축하면, 빠르게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Q. 이 외 전기 오토바이 장점은.
“크기가 작다 보니, 비교적 보험료가 싸다. 배달 연속성도 있다. 교체형 배터리를 탑재하는데, 1분 내 교체가 가능하다. 라이더는 배달 중 충전 문제에서 자유로워진다. 상용화를 위해 연내 공격적인 개발, 투자를 이어가려고 한다.”
Q. 상용화를 위해선 기술 고도화도 필요할 텐데.
“인슈어테크(IT와 보험의 합성어) 개발을 위한 사물인터넷(IoT), 데이터 모듈 기술 투자도 병행하고 있다. 전기 오토바이 리스 단계에서 보험료 지급 이슈가 발생하는데, 이때 합리적인 보험 비용 책정을 위한 데이터 수집과 상품 개발에 힘쓰고 있다.”
Q. 내부 개발 방향도 중요하다고 보는데.
"플랫폼을 안정화하면서, 우수한 개발 인재를 충원할 계획이다. 포도 플랫폼에 실시간 서비스 기능을 장착하려 한다.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소통하면서 문제점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하겠다.
개인별 전기 오토바이 추천 기능과 함께, 주문 배송상태를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체계도 마련하겠다. 결과적으로, 공급자는 탑승 이력과 사고처리, 수리, 유휴 오토바이 공유 등 측면에서 관리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사이트신뢰성엔지니어링(SRE)을 포함한 전 분야에서 개발 인재를 모집할 방침이다. 개발자도 사용자와 같다. 결국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이다. 좀 더 꼼꼼하게, 책임감 있게 테스트를 진행하는 주체다. 이용자 입장을 헤아릴 줄 알면서 친환경에 관심 있는, 즉 세상을 바꾸고 싶은 열정적인 개발자가 무빙 일원이 되길 바란다.”
Q. 무빙만의 차별화한 개발, 사업 전략이 있다면.
“무빙은 배달 시장을 많이 알고 있다. 배달 업계 관계자들과 대화하는 데 있어, 강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서비스는 어떤 기술로 만들어지는지가 아닌,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지가 중요하다. 시장 흐름을 잘 알고 있는 만큼, 직면한 과제를 처리할 때 차이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한다.”
Q. 지향점.
“근래 BSS 설치 관련 협의가 잇따르고 있다. 다만, 사용자 호환성과 배터리 규격을 맞춰가는 등 풀어야 할 숙제도 산적하다. 단기적으론 BSS 확대가 목표지만, 장기적인 R&D 관점에선 누적 데이터에 대한 머신러닝 작업과 이용 편의성 제고에 초점을 두고 있다.
무빙은 전기 오토바이 공급자를 한데 모아, 품질이 보장된 리스 상품을 제공하도록 돕는 사업자다. 안정적으로 (전기 이륜차가) 공급이 되면, 전기 오토바이 시대가 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