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1일 임기 만료를 앞둔 이주열 한국은행(한은) 총재가 윤석열 차기 정부의 재정·통화 정책 방향이 현재와 같은 수준일 것으로 예측하면서, 금리 수준은 현재보다 더 인상돼야 한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23일 유튜브 생중계로 진행된 이주열 한은 총재 송별 기자간담회에서 이주열 총재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 인상에도 불구 차기 정부가 대출 규제를 완화하는 등 통화정책을 완화적으로 할 것이라는 전망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 이 같이 답변했다.
이 총재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 대응과 회복 과정에서 지난 2년간 운영했던 정책(재정·통화정책)은 위기 발생 시에는 금융 시장과 경기에 대한 불안이 커 완화적이고 확장적으로 운영됐다"며 "앞으로 출범하게 될 새로운 정부에 대해 알려진 바에 따르면 코로나19 피해 계층 지원을 위한 재정·금융지원 확대를 계속 추진할 것이며 지난해부터 이어져있는 정책 조합이 당분간 유효할 것"이라고 말했다.
취약 계층에 대한 지원은 이뤄져야 하지만 이주열 총재는 현 상황의 물가 수준과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 인상 속도 등을 고려했을 때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를 계속 줄여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즉,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주열 총재는 "최근 높은 물가 오름세가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며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이 국내 물가에는 꽤 상승 압력을 가져다 줄 것 같으며 (경제)성장에도 상당한 부담을 주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는게 사실"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그는 "금융불균형 위험을 줄여나갈 필요성이 여전히 크며 금리 인상이 자칫 타이밍을 놓치면 국가 경제 전체적으로 훗날 더 큰 비용을 치러야 한다는 점에서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를 계속 줄여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특히 2021년 8월과 11월, 올해 1월 세 차례에 걸쳐 금리를 25bp씩 인상한 것에 대해 '선제적으로 대응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미 연준이 빠른 속도의 금리인상을 예고했는데 우리가 지난 8월 이후 선제적으로 대응함으로써 잠시 금리 정책 운용의 여유를 갖게 된 점은 다행이지만 앞으로의 상황은 녹록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그는 국내 통화정책이 미국의 통화정책에만 국한돼 결정될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이주열 총재는 "미국 통화정책은 글로벌 경기나 국제 금융 시장에 끼치는 영향이 워낙 크기 때문에 그 속도, 파급영향을 계속 면밀히 점검하지 않을 수 없는 위치에 있다"면서도 "통화정책은 1차적으로 국내 금융 경제 상황을 고려해서 운영되는 것이며 금융 불균형 위험은 여전히 줄여나갈 필요가 있으며,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를 조정해나가는 것이 옳다"고 언급했다.
이주열 총재는 최근 국회서 논의되고 있는 한국은행법(한은법)에 대해서 신중하게 개정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용 안정과 같은 한국은행의 책무 추가가 향후 통화정책을 결정하고 물가 안정을 위한 결정을 할 때 상충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정책 수단이 제한된 상황에서 정책 목표가 많아지면, 정책 목표간에 상충 문제가 발생하게 되고, 그렇게 되면 통화정책을 일관성있게 수행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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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열 총재는 1977년 한국은행에 입행해 조사국장·정책기획국장·통화정책담당 부총재보·부총재를 역임했다. 박근혜 대통령 시절인 2014년 4월 1일 총재로 임명됐으며, 문재인 정부로 정권이 바뀐 뒤에도 2018년 4월 1일 연임됐으며 올해 3월 31일 임기를 마친다.
차기 한국은행 총재로는 이창용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 담당 국장이 지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