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체 모사 장기칩, 신약 개발에 활용...동물실험 대체"

[윤기자의 스타트업] 에드믹바이오 하동헌 대표 "암 치료에 도움 되고 싶어"

디지털경제입력 :2022/03/23 09:05    수정: 2022/03/24 16:37

"어떻게 하면 인류가 더 건강하게 살 수 있을까."

젊은 과학자 하동헌(33) 에드믹바이오(EDmicbio) 대표는 창업을 통해 이 고민의 답을 찾고 있다. 그가 이끄는 스타트업 에드믹바이오는 3D바이오프린터로 인체 조직과 장기의 생화학적 환경을 모사한 장기칩을 만든다. 장기칩은 폐, 간 등 장기를 구성하는 세포를 활용해 인체와 유사하게 만든 기계 칩이다.

하 대표는 포항공과대학교 기계공학과 조동우 교수 연구실에서 박사 과정을 밟을 때부터 창업을 준비해왔다. 2019년 엔젤투자를 받아 법인을 설립, 본격적으로 에드믹바이오 운영을 시작했다.

에드믹바이오 하동헌 대표(사진=지디넷코리아)

■ 3D바이오프린팅 기반 장기칩 개발..."더 빠르고 정확한 치료제 개발에 도움"

하 대표는 장기칩을 신약 개발에 활용하면 동물 실험을 대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몸 속 장기를 몸 밖에서 프린팅해 만든 장기칩을 비임상 시험 플랫폼으로 쓴다"는 설명이다.

그동안 동물 실험은 많은 윤리적인 문제를 빚어왔다. 해마다 희생되는 실험동물은 전 세계적으로 연간 1억 마리가 넘는다고 한다. 한국과 유럽연합은 화장품 개발을 목적으로 한 동물 실험을 금지했다. 미국도 2035년부터 포유류 대상 실험을 금지할 계획이다. 장기칩은 이러한 윤리적 고민을 덜어내는 새로운 비임상 시험 플랫폼으로 떠올랐다.

하 대표는 동물 실험의 정확도가 최대 8%에 그친다고 꼬집었다. 반면 장기칩은 인체의 생화학적 환경을 모사했기 때문에 신약 개발 과정에서 효율을 높인다고 강조했다.

그는 "어떤 질병이든 빠르고 정확하게 치료제를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되고 싶다"며 장기칩 연구·개발 의지를 드러냈다.

에드믹바이오는 현재 간과 혈관을 생화학적으로 모사한 장기칩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간 칩은 신약 개발 과정에서 간 독성 평가에 활용된다. 혈관 칩은 인체 조직 대부분에 혈관이 뻗어 있듯이 모든 조직·장기를 모사할 때 응용된다.

에드믹바이오 핵심 기술 요약도. 에드믹바이오는 3D바이오프린팅 설계, 주 재료인 바이오잉크 제작, 장기칩 등 신약 개발 플랫폼 개발 기술을 보유했다. (사진=에드믹바이오)

에드믹바이오는 이를 인정받아 지난해 12월 디지털헬스 스타트업 전문 투자사 디지털헬스케어파트너스(DHP)로부터 투자를 받았다. 지난 1월에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IT 박람회(CES 2022)에 서울디지털재단의 서울관 일원으로 참가했다. 이달 4일에는 머니투데이가 주최한 제8회 대한민국 산업대상에서 2년 연속 수상했다.

■ '환자 맞춤형 약물 처방 플랫폼' 개발이 목표

에드믹바이오는 3D바이오프린팅 설계부터 이를 활용한 조직·장기 배양 기술까지 장기칩 제작 전 과정을 아우르는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하 대표는 "장기마다 프린팅 형태와 조건이 달라 장기칩 등 제품 제작에 필요한 프린터를 직접 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비 제조 업체에 원하는 3D바이오프린터 스펙을 제시하고 함께 제작한다는 설명이다.

하 대표는 3D바이오프린팅의 핵심 재료인 '바이오 잉크' 제조 기술에 자신감을 보였다. 바이오 잉크는 일종의 세포 카트리지로, 조직과 장기를 재현할 때 사용된다. 에드믹바이오는 간, 폐, 지방 등에서 유래한 바이오 잉크 20여 종을 개발했다.

하 대표는 "조직마다 특이한 환경에 맞춘 바이오 잉크는 향후 신약 개발, 질병 치료, 장기 3D프린팅 등에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고 기대했다.

에드믹바이오 하동헌 대표 (사진=지디넷코리아)

하 대표는 현재 보유한 장기칩, 바이오 잉크 제작 기술을 확대해 '환자 맞춤형 약물 처방 플랫폼' 개발을 목표로 두고 있다.

"환자의 의료 데이터와 세포를 이용해 장기를 모사한 3D프린팅 결과물을 만들 수 있어요. 그 결과물에서 여러 치료 방안을 시험해보며 최적의 처방안을 찾는 거죠. 궁극적으로는 인류가 아직 해결하지 못한 암 치료에 도움이 되는 사업을 하고 싶어요."

■ "동료와 시너지 낼 때 가장 큰 보람 느껴"

에드믹바이오는 의료, 법률 등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과 협력해왔다. 서울아산병원 등 국내 5대 병원을 포함한 30여개 병원 공동 연구 기관과 인연을 맺고 있다. 하 대표는 "의료 등 다른 분야 전문가들과 연구를 함께 할 때 보람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협력 연구를 하면 모르던 분야에 눈을 뜨게 되고, 혼자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풀게 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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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또 회사를 함께 꾸려가는 동료와의 협력을 성장 동력으로 꼽았다. 에드믹바이오는 하 대표를 포함해 6명이 힘을 합쳐 운영하고 있다. 하 대표와 대학시절부터 인연 맺은 연구실 선·후배들이다.

어린시절 '로켓 개발을 주도하는 사람'을 꿈꿨던 하 대표는 대학원에 진학해 창업 관련 11개 과목 수업을 찾아 들었다. 그 뒤 주변에서 스타트업 창업을 함께 할 동료를 찾았다. 자신을 인복이 많다고 평한 그는 "앞으로도 3D바이오프린팅 관련 연구·개발에 힘을 합치고, 사업을 확대해나겠다"며 자신감 넘치는 웃음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