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CJ ENM, 전략적 지분 제휴...미디어·콘텐츠 협력 강화

스튜디오지니에 CJ 전략적 투자...미디어·콘텐츠 공동 사업

방송/통신입력 :2022/03/21 10:30    수정: 2022/03/21 17:27

김태진, 서정윤 기자

KT가 CJ ENM과 손잡고 미디어·콘텐츠 사업 방향 전환에 나선다. 

그동안 스튜디오지니를 중심으로 미디어·콘텐츠 사업 확장에 나섰던 KT가 CJ ENM과 협력 모델을 꾀하는 것이어서 향후 행보에 관심이 모아진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KT는 CJ ENM과 지분교환 방식으로 양사 간 전략적 투자를 단행하고, 미디어·콘텐츠 시장에서의 파트너십을 강화한다. 업계에서는 KT가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는 스튜디오지니에 CJ ENM이 지분투자를 하고 유사한 규모로 KT가 CJ ENM 투자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스튜디오지니의 총 자본금은 2천278억원 규모다. 지난해 9월 KT가 보통주 875만주를 발행하는 1천75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하면서 늘어났다. 당시 KT는 스튜디오지니를 통해 2025년까지 연간 20여개 타이틀의 드라마를 제작해 선보이고 총 1천여 개 규모의 IP라이브러리를 확보한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스튜디오지니는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OTT) '시즌'을 자회사로 두고 있으며, KT스카이라이프가 현대HCN을 인수할 당시 현대미디어를 인수했다. 지니뮤직과 스카이라이프TV 지분도 각각 36%, 22%를 보유 중이다.

이번에 CJ ENM이 지분교환 방식의 투자에 나설 경우 출자 규모는 더 늘어 것으로 예상된다.

■ KT, 콘텐츠 투자-유통 방식 바뀌나

지난해 KT는 스튜디오지니에 유상증자를 실시하면서 미디어·콘텐츠 사업의 핵심 축으로 만들었다.

KT의 오리지널 콘텐츠 역시 스튜디오지니를 통해 투자·유통한다는 계획이었으나 이번 CJ ENM 인수로 향후 KT의 미디어·콘텐츠 사업 방향이 어떻게 전개될지 주목된다. CJ ENM의 콘텐츠 제작 경쟁력을 감안하면 일정부분 CJ ENM에 의존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CJ ENM 역시 지난해 11월 라라랜드 제작사로 알려진 엔데버콘텐츠를 9천200억원에 인수하는 등 K-콘텐츠 제작 역량 강화에 힘을 싣고 있다. 이 상황에서 유료방송시장 1위 사업자인 KT와 제휴가 미디어 사업에 어떤 지렛대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사진=뉴스1)

방송업계는 KT가 OTT 시장에서 시즌의 낮은 인지도, 대규모 투자를 지속해야 하는 미디어·콘텐츠 시장의 특수성을 감안, 사실상 전략적 선회를 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또 내부적으로도 넷플릭스와 제휴‧서비스 이후 VOD 매출이 지속 감소하는 등 IPTV 사업이 성장 정체에 있다는 점도 고려됐을 것으로 보인다.

유료 가입자가 늘어야 이익을 낼 수 있는 OTT 시장에서는 무엇보다도 가입자 확보를 위한 콘텐츠 투자가 중요하다. KT도 시즌 등에 공급할 오리지널 콘텐츠에 투자하기 위해 지난해 스튜디오지니를 출범시켰지만 치열한 OTT 경쟁 속에서 시즌은 큰 이목을 끌지 못했다. 

아이지에이웍스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시즌의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지난해 7월 150만명에서 12월 127만명으로 감소했다. 같은 기간 넷플릭스의 MAU는 724만명에서 859만명으로, 쿠팡플레이는 121만명에서 256만명으로 증가하는 등 타 OTT 이용자가 가파르게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대조적이다.

■ OTT 시장 구도 변할까

국내 OTT 시장은 넷플릭스의 독주 속에서 티빙과 쿠팡플레이, 디즈니플러스 등이 추격하는 모양새다. 시장조사기관 컨슈머인사이트가 지난 17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OTT 유료이용자 중 60%는 넷플릭스를 구독했다. 유튜브 프리미엄(25%)과 티빙(18%), 웨이브(17%)가 그 뒤를 이었다. 특히 디즈니플러스는 론칭 한 달 만에 12%의 유료이용률을 확보했다. 

통신사 중에서는 SK텔레콤의 투자 계열사인 SK스퀘어가 웨이브의 지분을 36% 가지고 있다. LG유플러스는 독자적인 OTT 서비스보다는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와의 전략적 제휴로 승부를 보고 있다. 

SK텔레콤은 지난 2019년 웨이브 출범 당시 2천억원을 투자하고 지분 30%를 확보하며 최대주주의 지위를 점했다. 당시 웨이브는 SK텔레콤의 자회사 SK브로드밴드가 론칭한 OTT 서비스 '옥수수'와 지상파 3사가 운영하던 OTT '푹'이 합쳐지며 만들어졌다.

이후 SK텔레콤은 2020년까지 웨이브에 700억원을 투자해 '조선로코-녹두전' 등 오리지널 콘텐츠를 확보했으며, 지난해에는 1천억원의 유상증자를 단행해 지분율을 36.3%까지 높였다. SK텔레콤은 확보된 자금 등을 토대로 웨이브의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사인 스튜디오웨이브에 2025년까지 총 1조원 가량 투자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KT가 이번 파트너십으로 CJ ENM이 가진 IP를 다수 확보하고, 이를 토대로 스튜디오지니의 콘텐츠 경쟁력을 대폭 높일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구현모 KT 대표도 회사를 기존 통신사에서 디지털 플랫폼 기업으로 전환하기 위해 콘텐츠를 대폭 강화하겠다는 전략을 밝힌 바 있다. 

특히 업계는 KT가 시즌 외에도 지니뮤직, 밀리의서재 등 다양한 IP를 가지고 있으며, 스카이라이프TV 등 미디어 플랫폼 분야에서도 확고한 입지를 다지고 있어 CJ ENM과 다양한 분야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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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업계 한 관계자는 "KT가 시즌의 콘텐츠 공급에 있어 일정 부분 수급난을 겪고 있는 상황이고 CJ ENM도 엔데버콘텐츠 인수 등으로 인해 자금이 필요하다"며 "웨이브는 지상파란 든든한 콘텐츠 수급처가 있고, 최근 쿠팡은 SNL로 주목을 받고 있지만 시즌은 애매한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하지만 KT가 유료방송 사업자 중 가장 많은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에서 CJ ENM과 제휴 모델을 만들어 갈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