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 인터넷 기업 네이버·카카오가 수장 교체를 내세워 더 넓은 시장을 찾아 새 항해를 떠난다.
먼저 ‘1981년생’ 최수연 호(號) 네이버가 출발을 알렸고, 카카오도 남궁훈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이 이달 말 지휘봉을 쥐게 된다. 한게임에서 출발해, 지금의 ‘네카오’를 일궈낸 이해진(네이버)·김범수(카카오) 두 창업주는 각기 다른 형태의 인적 쇄신으로 성장 발판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타깃은 양사 모두 '글로벌 시장'으로 향했다.
최수연 대표는 14일부터 네이버 공식 지휘관으로 임명됐다. 최 대표는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졸업 후, 2005년 네이버(당시 NHN) 마케팅, 커뮤니케이션팀에서 일했다. 곧 네이버를 떠나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하버드 로스쿨을 거쳐 변호사로 활동했다. 글로벌 사업 책임리더 직함을 달고 네이버에 돌아온 건 2019년. 2년이 흘러 지난해 11월 대표 내정자 신분이 됐다.
남궁훈 카카오 신임 대표 내정자는 오는 29일 대표 자리에 앉는다. 서강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남궁 대표 내정자는 CJ인터넷, 위메이드, 카카오게임즈 등에 적을 뒀다. 전부 대표로 활동했다. 게임 업계에서 잔뼈 굵은 인물로, 특히 카카오게임즈에선 코스닥 상장과 해외 시장 진출 초석을 다졌다. 작년 말 미래이니셔티브센터를 이끌며, 카카오 미래 먹거리 발굴에 집중해오다 올 초 대표에 내정됐다.
'네카오'는 한 뿌리?…출발부터 공통분모 여럿
네이버, 카카오는 여러 공통분모가 있다. 카카오를 세운 김범수 전 이사회 의장과 네이버 창업자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는 서울대 공대 동문이다. 김 전 의장은 산업공학을, 이 GIO는 컴퓨터공학을 각각 전공해 1990년 함께 졸업했다. 또, 삼성 SDS 입사 동기다. 1998년 김 전 의장이 먼저 퇴사해 한게임을 창업했다. 이 GIO도 이듬해 네이버컴을 차렸다.
2000년 4월, 네이버컴과 한게임이 합병했다. 당시 1천200억원 규모의 ‘빅딜’이었다. 사명도 NHN으로 바꿨다. 서울대 공대, 삼성SDS 동기 두 명은 2007년 동행을 끝마쳤다. 이번에도 김 의장이 선수쳤다. 회사를 떠난 김 의장은 아이위랩을 설립했고, 2010년 카카오톡을 출시했다. 아이위랩은 카카오로 회사 이름을 변경했다. 네이버는 2013년 NHN에서 분사했다.
두 창업자는 사업 포트폴리오에서도 교집합을 더했다. 카카오와 다음커뮤니케이션 합병 후 검색, 포털 시장에서 경쟁의 장을 형성하더니, 점차 메신저, 금융, 커머스 콘텐츠 등 전 영역에 걸쳐 대립각을 세웠다. 카카오가 네이버를 추격하는 형국에서, 점차 간극이 메워졌다. 네이버 지난해 매출, 영업이익은 6조8천176억원, 1조3천255억원이다. 카카오는 순서대로 6조1천361억, 5천969억원.
카카오 '노익장', 네이버 '젊은 피'
최근 수장 교체와 맞물려 차별점도 보였다. 카카오는 비교적 노장(老將)을 내세워 구심력을 키웠다. 남궁 내정자는 한게임 창립 멤버로, 김범수 전 의장과는 돈독한 사이다. 삼성SDS에서도 같이 일했다. 김 전 의장은 전날, 이사회 의장직을 내려놓으면서 홍은택 공동체얼라인먼트 센터장을 신규 사내이사로 정했다.
홍 센터장은 남궁 내정자 못지않은 김 전 의장 심복이다. 같은 서울대 출신으로, NHN부터 한솥밥을 먹었다. 카카오메이커스와 카카오커머스 대표를 지내기도 했다. 계열사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김성수 대표도 얼라이먼트 센터장 업무를 같이한다. 김 전 의장은 미래이니셔티브 센터장을 맡기로 했다.
네이버는 젊은 피 새 얼굴로 변화를 줬다. 최수연 대표는 사내 요직을 거치지 않고, 곧장 대표 자리에 올랐다. 네이버 새로운 ‘재무 첨병’ 김남선 최고투자책임자(CFO)도 1978년생으로 젊다. 네이버에 합류한 지 햇수로 갓 3년. 변호사 출신에, 인수합병(M&A) 전문가다.
종점은 '해외 시장'
다소 움직임은 다르지만, 지향점은 같다. 글로벌 사업 경쟁력 확보다. 김범수 전 의장은 “해외 시장 개척은 카카오 미션이자, 대한민국 사회의 강한 요구”라면서 사업 무게추를 글로벌 시장으로 옮기겠다고 전날 전사 메시지를 통해 밝혔다. 출발점은 일본으로 꼽혔다. 카카오톡 초기, 픽코마 등 지속해서 손을 댄 시장인 만큼 글로벌 성과의 핵심 교두보로 만들겠단 방향이다.
‘글로벌 카카오’를 두고, 남궁 내정자는 지난달 기자들에게 “카카오 정도면 내수 시장 확장보다 해외에서 ‘돈을 벌어오라’는 국민 명령에 가까운 메시지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공동체 역량 결집으로 메타버스 사업을 키워, 해외 시장 패권을 쥐겠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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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연 대표도 기자들과 첫 만남에서 “네이버는 검색, 상거래, 기업간거래(B2B) 콘텐츠 등 이미 핵심 포트폴리오가 잘 구축됐다”며 “향후 사업 간 시너지를 통해 해외 진출할 수 있도록 협력할 예정”이라며 글로벌 시장 선점 의지를 내비쳤다.
라인, 제페토 등 해외 시장에서 성과가 두드러진 브랜드를 연이어 만들어나가겠단 방향이다. 최 대표는 “네이버는 시작부터 글로벌을 염두에 뒀을 뿐 아니라, 모든 목표가 해외로 향했다”며 “글로벌 감각과 전문성을 갖춘 리더십을 구축하고 기술 혁신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