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 전역에서 반전시위로 체포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가운데 푸틴 정권의 탄압을 피해 망명길에 오르는 러시아인들도 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3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NYT는 망명길에 오른 러시아인들과의 인터뷰 기사를 13일 보도했다.
모스크바의 극작가인 폴리나 보로디나는 인터뷰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러시아 정부는 우리의 미래 뿐만 아니라 과거도 모두 앗아갔다."고 말했다.
보도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의 엄격한 새 법에 따라 체포될 것을 우려한 언론인과 블로거, 활동가 등이 러시아를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러시아에 가족과 직장을 남겨두고 떠나야 했으며 돈도 은행 계좌에 묶여 더 이상 접근할 수 없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며칠 동안 러시아의 독립 언론들을 강제 폐쇄했기도 했다.
아르메니아에는 매일 수천 명의 러시아인들이 도착하고 있다. 다부르 도르자이르(25)는 러시아 국영 스베르방크의 변호사직을 그만두고 아르메니아 수도 예레반으로 왔다.
도르자이르는 과거 러시아 정부에 대한 자신의 공개 발언 때문에 표적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 전쟁으로 나는 수천 명의 러시아인들과 함께 국가의 적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망명 러시아인들은 터키 이스탄불, 조지아 등에 도착했지만 유럽 곳곳에 반(反)러시아 정서가 퍼지면서 위협적인 상황에 직면하기도 한다.
일부 망명 러시아인들은 반러시아 정서에 대항하기 위해 상호 원조 노력을 조직하고 있다. 저널리스트인 알레쉬코프스키(37)는 전쟁이 발발한 후 첫 5일간은 매일 울었고, 공황 증상까지 겪었다고 한다.
이후 그는 "정신을 차리고 제가 할 줄 아는 것을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몇몇 동료들과 'OK 러시아인'(가칭)을 조직해 강제 출국하거나 출국하려는 사람들을 돕기 위한 미디어 콘텐츠를 제작 중이다.
지난 3일 이스탄불에 도착한 인류학자 알레브티나 보로둘리나(30)도 다른 망명자들을 돕기 위한 프로젝트에 자원했다. 그녀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4700명의 동료 과학자들과 함께 전쟁에 반대하는 공개 서한에 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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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로둘리나는 모스크바에서의 마지막 날에 대해 "소련을 보는 것 같았다"며 "나는 1920년대에 수용소에 갇힌 사람들보다 소련을 떠난 사람들이 더 나은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제공=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