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때 플랫폼 업계 봄은 오는가

[백기자의 e知톡] 과도한 규제 개선 기대...지나친 낙관은 경계

인터넷입력 :2022/03/11 13:54    수정: 2022/03/11 17:52

윤석열 후보의 대통령 당선으로 플랫폼 업계에 훈풍이 불고 있습니다. 곧 봄이 와 꽃망울을 터뜨릴 것만 같은 기대감이 곳곳에서 엿보입니다.

윤 당선인이 대선 후보 당시 친 플랫폼 기업 정책을 공약을 발표했었기 때문에 네이버나 카카오, 배달의민족 같은 대형 플랫폼 기업들이 일단 한숨을 돌리게 됐다는 반응입니다. 반면 언제나 그랬듯 지나친 낙관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습니다.

■윤석열 "온플법, 원점서 재검토"...그러나 안 한다는 말도 안 했다는 거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초청 '스타트업 정책 토크' 현장

모바일을 기반으로 한 인터넷 플랫폼 기업들이 그 동안 반대해온 법안은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온플법)이 대표적입니다. 이 법안은 설익은 내용과 부처 간 이해 갈등, 업계와 학계 등의 강력한 반대로 국회 상임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차기 정부에서 논의될 예정인 상태입니다. 플랫폼 사업자의 우월적 지위 남용을 금지하자는 좋은 취지의 법안이나, 플랫폼과 입점업체 사이의 표준계약서를 의무화 하는 과정에서 기업에 영업기밀 등 과도한 정보를 요구해 성장을 저해한다는 지적을 받았습니다. 전문가들은 규제할 수 있는 여타 법들이 이미 제정돼 있는데, 또 다시 국내 플랫폼 기업들의 발목을 잡는 과도한 규제라는 데 우려를 표했습니다.

이런 온플법을 윤석열 당선인은 기업 성장을 제한하는 대표적인 법안 중 하나로 지목했습니다. 이에 해당 법안에 문제는 없는지, 더 나은 방향은 없는지 원점부터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대선에 앞서 당시 윤 후보는 “플랫폼 규제 강화가 능사는 아니다”라면서 “이해관계자 의견을 모아 제로베이스에서 온플법을 검토하겠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이 말을 곧이곧대로 믿고 안심하기엔 이릅니다. 윤 당선인은 “플랫폼 사업자가 지대추구를 해선 안 된다”고도 말했습니다. 플랫폼 기업들이 로비, 약탈, 방어 등 공정하지 못한 경쟁을 해서는 안 된다라는 경고성 메시지도 했기 때문입니다. 또 “플랫폼으로 발생하는 독과점 문제, 노동 문제에 대해선 정부가 직시해 해결해야 한다”고 말하는 등 플랫폼 사업자와 중소벤처기업, 그리고 소상공인 간 갈등 발생 시 정부가 나서서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기도 했습니다. 온플법 역시 재검토하겠다는 것이지, 안 하겠다는 말은 없었습니다.

다만 윤 당선인은 “경제 성장 주체는 정부가 아니라 민간이 임무를 맡아야 한다”는 말로 민간 주도의 성장에 정부가 조력자 역할을 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습니다.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을 최소화 하겠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 유독 배달앱 미워했던 이재명 전 경기도지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가상자산 거래소 현장 간담회에서 발언하는 모습.

경기도지사였던 이재명 후보는 배달의민족, 요기요, 쿠팡이츠와 같은 대형 배달앱들로부터 소상공인들을 보호한다는 취지 아래 공공배달앱 ‘배달특급’을 선보였습니다. 이 후보는 공공 배달앱을 통해 소상공인들로부터 받는 수수료나 광고비 등을 최소화 하고, 지역화폐 등을 연계해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이용 저변을 넓혔습니다. 지난해 말 한 조사에 따르면 공공 배달앱 하루 이용자는 약 19만 명, 배달의민족과 비교했을 때 3% 수준에 달했습니다.

공공 배달앱에 배달앱 기업들은 내심 불편함을 보였습니다. 정부가 배달앱이 가져다주는 업주들의 매출 증가와 일자리 창출 등 긍정 요인은 보지 않고, 단순 중간에서 떼 가는 수수료만 높다 식의 왜곡된 인식만 부각한다는 데 억울함을 호소했습니다. ‘공공의 적’처럼 내몰린 1위 사업자인 배달의민족에 대해 이재명 후보는 “공공 배달앱을 이겨내길 바란다”는 묘한 위로와 격려를 하기도 했습니다.

■ 안심 하긴 이르다...“늘 그래 왔듯이”

기도 자료사진(픽사베이)

유독 배달앱에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해 왔던 이재명 후보의 낙선이 배달앱 기업들에게는 한편으로 다행일지도 모릅니다. 온플법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는 윤 당선인의 공약 역시 플랫폼 기업들에게는 다소 반가운 소식으로 여겨집니다. 디지털경제에 상대적으로 전문성을 갖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인수위원회 때부터 윤 당선인과 호흡을 맞춰 ‘과학기술’ 분야를 정부 조직 중 핵심 분야로 선정할 가능성도 높아 보입니다. 이 같은 기류에 지난 10일 네이버와 카카오의 주가는 큰 폭으로 오르며 ‘새 정부 수혜주’로 분류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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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지금의 따뜻한 바람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는 게 업계 분위기입니다. 지난 문재인 정부가 들어설 때도 정부와 국회는 혁신 기업들을 위한 과감한 규제 철폐를 약속했지만 업계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지는 못했습니다. ‘구글 방지법’ 등 글로벌 기업들과의 규제 형평성 측면에서 일부 개선된 부분도 있지만, 그보다 더 많은 규제 법안들이 발의돼 소모적인 논쟁이 일고 과도한 제재를 받았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더 컸던 게 사실입니다. 여·야 누가 정권을 잡아도 플랫폼 기업들에게 호재였던 적은 사실상 없었습니다. 

“규제보다 혁신”, “네거티브 규제로의 전환”, “민간 주도 성장을 위한 지원” 등 대부분의 대선 주자들이 공통적으로 내세웠던 공약입니다. 윤석열 당선인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불공정한 경쟁, 독과점에 따른 대기업의 횡포는 당연히 정부가 조정자 역할을 해야겠지만, 글로벌 기업과의 속도전에 버티고 있는 건강한 국내 기업들이 잘 성장할 수 있는 토대가 부디 잘 마련되기를 플랫폼 업계는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