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치) 100조원 이상 기업이 한국에서 더 많이 나와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청년실업 등을 해결하지 못합니다."
차상균 서울대 데이터사이언스대학원장(공과대학 전기정보공학부 교수)은 3일 서울 강남 그랜드인터콘호텔에서 열린 '3월 CIO 조찬 포럼'에서 강연자로 나와 이 같이 밝혔다. 한국정보산업연합회(회장 정진섭)가 개최한 이 행사에는 CIO 등 50여명이 참석했다. 행사는 한국CIO포럼 신임 회장 이취임식을 겸해 열렸다.
차 교수는 이날 '디지털 대변환 시대의 리더십'을 주제로 강연했다. 차 교수는 "한국 사회가 산업화 이후 관성의 저주에 빠져 있다"고 진단하면서 "(기업가치) 100조원 이상 기업이 두 곳, 10조 이상 기업이 35개 정도"에 불과하다고 아쉬워했다. 나눌 것이 줄어드는 정체된 사회에서는 청년 실업과 빈부 격차 같은 사회적 문제가 일어난다면서 이를 타개하기 위해 "10년내 기업가치 100조원 기업을 10개 만들어내자"고 주창했다.
그는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세가지가 충족돼야 한다고 밝혔다. 첫째, 인재와 기술, 비즈니스 모델 면에서 세계 정상까지 갈 수 있는 강력한 혁신의 씨앗을 육성해야 하며 둘째, 국가와 기업,대학에서 파괴적 혁신을 이끌 리더가 나와야 하며 셋째, 벤처 자본의 글로벌화가 필요하다는 해법을 내놨다. 차 교수는 "이 세가지가 되면 우리가 안고 있는 문제들이 해결될 거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서울대 전기공학과 졸업 후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교수이면서 글로벌 무대에서 창업과 비즈니스도 경험했다. 메모리 반도체 기반의 고성능 빅데이터 처리 원천 소프트웨어 기술을 개발한 회사를 창업, 2005년 독일 소프트웨어기업 SAP에 이 회사를 매각했다. SAP의 최신 주력 서비스인 ‘HANA(하나) 플랫폼’은 이 기술을 토대로 만들어졌다.
차 교수는 본인의 이런 창업과 매각 경험을 토대로 기업가치 100조원 기업 10개를 만드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다면서 "소수의 사람들이 용기있게 시작하고, 뒷받침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으면 된다. 현재의 룰에 순응하지 말고 룰을 바꿀 수 있는 걸 하면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국내 벤처 자금의 글로벌화와 이에 따른 네트워킹 글로벌화가 필요하다면서 "팬더믹에 따른 돈 풀기로 혁신을 찾고 있는 금융 자산이 400조 달러에 달한다. 확장성 있는 기술과 문제를 발굴해 세계로 나가는 '고 글로벌(Go Global)' 전략이 요청된다고 말했다. 새로운 변화를 위해서는 대학 교육이 바뀌어야 한다면서 "대학 교육이 열악하다. 대학생 1인당 투자액이 유치원생 1인당 보다 적다"며 아쉬워했다.
대선을 앞두고 각 캠프마다 디지털 인재 100만명 양성을 이야기 하고 있는데 차 교수는 "이미 내가 2017년 말한 것"이라며 "새로운 시대에 맞는 새로운 교육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가 원장을 맡고 있는 서울대 데이터사이언스대학원도 새로운 교육 일환이다. 2020년 3월 개원했다. 차 교수는 "데이터사이언스 대학원은 전공과 상관 없이 뽑아 가르친다"면서 "경북대와 전남대에도 데이터사이언스 대학원이 만들어졌다"고 밝혔다.
클라우드 기반 데이터사이언스와 인공지능 솔루션으로 "과거보다 죽음의 계곡을 넘는게 훨씬 쉬워졌다"면서 미국의 성공한 벤처기업으로 데이터브릭스(Databricks)를 소개했다. 스탠포드 출신이 세운 이 회사는 창업자 7명 중 2명이 교수로 지난해 26억달러를 투자 유치 받았는데 380억달러 가치를 인정 받으며 유니콘 반열에 올랐다.
한국 기업은 클라우드 기반 플랫폼 회사인 몰로코를 성공 예로 꼽았다. 안익진 대표가 2013년 세운 이 회사는 실리콘밸리에 본사가 있는데 데이터와 AI를 기반으로 지난해 유니콘이 됐다. AI로 축구 영상을 분석하는 플랫폼을 개발한 비프로11(BePro11)도 차 교수가 뽑은 한국인이 세운 주목할만한 기업이다.
차 교수는 버클리대학은 1학년 중 3천명 이상이 데이터사이언스를 듣는다면서 "작년 노벨 경제학을 받은 학자도 데이터사이언스를 경제학에 적용한 것"이라며 "결국 사람이 제일 중요하다"고 강연을 마무리했다.
차 교수 강연 후에는 김선웅 킨드릴코리아 상무가 엔터프라이즈 클라우드를 주제로 강연했다. 킨드릴은 IBM의 서비스 사업 부문인 글로벌테크놀로지서비스(GTS)가 분사한 회사로 지난해 11월 출범했다. 회사 이름 킨드릴(Kyndryl)은 Kinship(연대감)과 tendril(덩굴손)에서 유래했다.
김 상무는 시장조사기관 자료를 인용해 약 77%의 기업이 클라우드를 사용하고 있으며 점차 하이브리드 형태로 가고 있다면서 클라우드 버전이 크게 네가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기업이 클라우드를 사용하는 이유에 대해 "비용 절감이라고 하는 CIO는 없다. 써 보니 더 비싸다는 CIO도 있다"면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디지털 혁신 때문에 클라우드를 사용한다고 말한다"고 들려줬다.
이어 클라우드 적용 대상도 달라졌다면서 "이전 처럼 B2C가 아니라 B2B와 핵심 업무에 클라우드를 도입한다"고 설명했다. 클라우드 도입시 CIO들이 고민하는 3가지로 표준 아키텍처 수립과 전환, 대상 및 방안 결정, 거버넌스를 들며 "킨드릴이 클라우드 전환의 좋은 파트너"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