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세탁기 등 러 수출 가능..."숨통 트였지만 걱정 여전"

수출 규모 감소, 물류비 인상, 환율·경제 리스크 등 피해 예상

홈&모바일입력 :2022/03/03 15:16    수정: 2022/03/03 15:20

세탁기·냉장고 등 가전과 스마트폰이 러시아 수출 금지 품목에서 제외되면서 당분간 국내 전자 가전업체들의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그러나 사태가 장기화되면 현지 시장 위축으로 수출 규모 감소, 물류비 인상, 환율 리스크 등으로 인한 피해가 여전히 우려된다.

미국 상무부는 3일 "스마트폰, 완성차, 세탁기 등은 해외직접제품규제(FDPR) 적용 대상이라고 하더라도 원칙적으로는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소비재인 만큼 군사 관련 사용자(Military End User)로의 수출이 아닌 한 예외에 해당하는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고 밝혔다.

앞서 미국은 지난달 24일 미국의 설계나 소프트웨어(SW)가 들어갔다면 제3국의 제품·장비라도 러시아 수출에 앞서 미국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해외직접제품규제(FDPR)' 조치를 결정했다. 현재 미 상무부는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유럽연합(EU), 일본 등 32개국에 FDPR 적용 예외를 부여했으나, 한국은 아직 면제받지 못한 상태다. 이로 인해 국내 업체들은 러시아 수출길이 막힐 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

러시아 중앙은행.(사진=셔터스톡)

중소벤처기업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 기업들의 러시아 수출 규모는 지난해 99억8천만달러(12조139억원)를 기록했으며, 지난 3년간 연평균 10.9% 증가해 왔다. 그 중 중소기업은 지난해 러시아에 수출한 규모가 27억5천만달러(3조3천104억원)를 기록했으며, 이는 전년 보다 20%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 러시아로 수출된 전자기기 품목은 7천700만달러(926억9천만원)를 기록했고, 자동차, 화장품, 철강판 등에 이어 5위를 차지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현지에서 공장을 운영할 정도로 러시아는 중요한 소비 시장 중 하나이다. 삼성전자는 모스크바 인근 칼루가 지역 공장에서 TV와 모니터를 생산한다. LG전자는 모스크바 외곽 루자 지역 공장에서 냉장고와 세탁기 생산과 판매를 하고 있다.

LG전자가 지난해 11월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현지 인플루언서들과 함께 오브제컬렉션 출시행사를 가졌다. (사진=LG전자)

삼성전자는 지난해 러시아 스마트폰 시장에서 30%이 넘는 점유율로 1위를 차지했으며, TV 시장에서도 1위다. LG전자는 세탁기, 냉장고 등 가전 분야에서 삼성과 1위를 다투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삼성전자 러시아 법인의 매출(2020년)은 3072억2천만루블(4조4천200억원)로 추산된다. LG전자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러시아 지역 연간 매출은 1조6천634억원으로 전체 중 2.8%를 차지했다.

가전 업계 관계자는 "러시아 수출 금지 품목에서 소비자 대상 가전제품이 제외된 것에 걱정을 한시름 덜었지만, 원자재와 물류비 인상 등 리스크는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에 수익성 측면에서 여전히 걱정이 많다"고 전했다. 이어 "전쟁으로 인한 현지 시장 위축으로 인해 수출이 감소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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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벤처기업연구원은 또 미국과 EU가 러시아를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에서 퇴출하면서 결제대금 지연·중단에 따라 우리 기업이 피해를 볼 것으로 예상했다. 러시아가 달러 결제를 제한하고 루블화 결제 또는 가격인하를 요구하게 되면, 루블화 평가절하에 따른 환차손도 우려된다. 또 국제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제조기업의 수입 부담이 커질 수 있고, 러시아 반도체 수출 제재로 인해 현지에서 부품 조달이 어려워질 수 있다.

홍운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번 사태가 장기화할 때를 대비해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하고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며 "통상적으로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경제적 영향은 단기적·제한적 경향을 보이지만, 이번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글로벌 경제 여건과 맞물려 파급효과가 예전에 비해 클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