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가위(CRISPR-Cas9)는 유전병 등 문제가 있는 유전자를 찾아내 없애거나 필요한 기능을 부여할 수 있어 의료 및 바이오 분야에 혁신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자칫 유전자를 잘못 건드려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일어날 우려가 커 확산에 장애물이 되고 있기도 하다.
미국 텍사스주립 오스틴대학 연구진은 유전자가위가 잘라내지 말아야 할 DNA 서열을 제거할 확률을 4천 분의 1 수준으로 줄이면서 편집 작업 속도는 그대로 유지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2일(현지시간) 밝혔다.
연구진은 유전자가위에서 목표 유전자를 자르는 역할을 하는 Cas9 단백질의 구조를 조정, 이같은 성과를 얻었다. 이 연구는 학술지 '네이처'에 게재됐다.
자연 상태에서 Cas9 단백질은 주변을 돌아다니다 20개의 염기가 특정한 순서로 배열된 DNA를 찾아 자른다. 간혹 다른 부분이 다 일치하지만 18-20번 사이에 차이가 있을 때, Cas9 단백질이 그대로 제거 작업을 진행하는 '불일치(mismatch)'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 이는 유전자 편집 과정에서 의도치 않은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
연구진은 극저온전자현미경으로 Cas9 단백질이 이러한 불일치 DNA와 상호작용하는 과정을 촬영해 관찰했다. Cas9은 18-20번 사이 위치에서 불일치를 만날 때 제거 작업을 중단하지 않았다. 도리어 손가락 모양의 구조가 DNA를 치고 들어가 붙들어, 마치 서열이 정확한 DNA처럼 움직이게 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손가락 구조는 보통 불안정한 특성을 보이는 불일치 DNA를 상대적으로 안정화하는 역할을 한다. 손가락 구조의 이같은 역할이 관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논문의 공동 제1저자인 잭 브라보 박사후연구원은 "이는 마치 의자의 부러진 다리 하나를 청테이프로 대충 감아놓은 것과 같다"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이같은 구조를 바탕으로 유전자가위가 엉뚱한 부분을 제거할 위험을 낮출 방법을 찾았다. DNA에서 손가락 모양 구조를 떨어뜨려 Cas9 단백질이 유전자 편집 작업을 계속하지 못 하게 만들었다. 연구진은 이렇게 구조를 조정한 단백질에 슈퍼파이-Cas9(SuperFi-Cas9)이란 이름을 붙였다.
이 연구는 CRISPR 유전자가위의 안정성을 높이면서 유전자 편집 속도 저하는 막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지금까지 CRISPR 유전자가위의 안전성을 확보하려는 시도는 다양하게 이뤄졌지만, 이럴 경우 작업 속도가 매우 느려지는 것이 문제였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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