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컴퓨터학과 인기, 기술패권 경쟁 청신호!

전문가 칼럼입력 :2022/03/03 07:00

전성배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 원장

얼마 전 2022년도 대학입시에서 서울 소재 의과대학과 컴퓨터공학과에 모두 합격한 학생이 컴퓨터공학과를 택했다는 기사를 본적이 있다. 최근 인공지능(AI)과 소프트웨어(SW) 등 디지털 인재수요가 높아지면서 의대에 쏠리던 최상위권 학생들의 컴퓨터학과 선호가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2022학년도 정시 지원결과 수도권 주요 대학의 컴퓨터공학 계열 경쟁률이 작년에 비해 대폭 높아졌다. 서울대 컴퓨터공학부는 2.58대 1→3.40대1, 연세대 컴퓨터과학과는 3.56대→6.23대1을 기록했다. 특히, 올해 처음 모집을 시작한 연세대 인공지능학과 경쟁률은 무려 8.17대 1을 기록했다고 한다.

컴퓨터학과 인기는 고등학생들의 희망직업 선호에서도 확인된다. 교육부와 한국직업연구원의 '2021년 초중등 진로교육 현황조사'에 따르면 고등학생 희망직업 중 컴퓨터공학자·소프트웨어개발자는 4위(’20년 7위)를 기록해 공무원(6위)과 의사(7위) 보다 순위가 앞섰다.

전성배 IITP 원장

컴퓨터학과 인기는 학생들 취업 희망기업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네카라쿠배당토’는 주요 IT 기업인 네이버·카카오·라인·쿠팡·배달의민족·당근마켓·토스의 앞글자를 딴 신조어인데, 이 기업들은 그동안 늘 취업준비생들에게 최애 기업으로 통하던 ‘삼현슼엘(삼성·현대·SK·엘지)’ 같은 대기업을 제치고, MZ세대들이 취업하고 싶은 최애 기업이 됐다.

'네카라쿠배당토'는 대기업 이상 초봉과 최고 수준 계약금과 스톡옵션, 무이자 주택자금 대출, 무제한 휴가 등 다양한 복지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이에 더해, 기존 대기업에 비해 유연하고 수평적이며, 즐겁게 일할 수 있는 기업문화를 갖추고 SW·AI개발자를 끌어모으고 있다.

빅테크기업 성장 가능성과 이직을 경쟁력 강화의 기회로 생각하는 MZ세대의 인식이 맞아떨어져 취업과 전공선택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태어날때부터 디지털기기와 함께 자라고 돈에 대해 솔직해 많은 돈을 벌고 쓰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MZ세대 특징을 감안한다면, ‘네카라쿠배당토’와 컴퓨터학과 인기는 자연스럽다.

과거 정보화시대에는 SW가 HW의 보조수단에 지나지 않았다. SW 개발자는 PC·인터넷으로 정보를 디지털화 하거나 특정 업무 자동화를 처리하는 단순 도구로 인식됐다. 밤을 새워 장시간 일하면서도 연봉이 낮아 컴퓨터학과는 대학입시에서 늘 비인기 학과였다. 그런데 2016년 이세돌과 알파고간 바둑대결은 학생들과 부모들의 인식이 바뀌는 계기가 됐다. 또 코로나에 따른 비대면 경제 확산은 SW·AI 개발자 수요를 폭발시켜 컴퓨터학과 인기를 한층 더 끌어올렸다.

이제, 단순 코딩 도구에 불과했던 SW·AI개발자는 디지털 대전환이라는 패러다임 변화 속에서 기존 체계와 문화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게임 체인저’가 되고 있다. 바야흐로 SW·AI개발자 확보를 위한 ‘인재전쟁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디지털 대전환과 비대면 경제 확산으로 코딩만 할 줄 알아도 취업이 되고, 잘만하면 창업으로 상상도 못할 ‘잭팟’을 터트릴 수 있는 세상이 됐다. SW개발자로 창업해 21세기 신흥갑부로 등극한 래리페이지(구글), 마크 저커버그(메타), 이해진(네이버)의 뒤를 잇는 SW·AI개발자가 등장할 것으로 생각한다.

세계 각국은 승자독식의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기술주권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기술패권 경쟁 핵심은 디지털 기술과 핵심인재 확보다. 컴퓨터학과의 뜨거운 입시 열기를 볼 때 우리나라가 기술패권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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