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헬스케어 육성 전략’, 제도 뒷받침 모호하다

보험수가는 조건부 한시 등재 방안 고작…비대면진료, 논의 후 제도화 검토 원론 입장 되풀이

헬스케어입력 :2022/02/25 10:41

정부가 24일 국내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 육성 전략을 내놨다. 해외와 비교해 ‘구멍가게’ 수준의 국내 산업을 키우겠다는 것인데, 시장의 지속가능함을 담보할 핵심 제도 개선 방안이 모호하다는 평이다.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 분야에 있어 규제 개선은 업계의 오랜 요구사항 가운데 하나다. 정부는 디지털 헬스케어 육성의 근거법으로 오는 7월 시행 예정인 ‘산업디지털전환촉진법’을 내세운다.

그런데 규제 개선의 핵심인 비대면 진료는 의료계와 시민사회단체와의 협의를 통한 합의 도출을 통한 제도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만 밝혔다. 사실상 기존 입장의 반복이다. 

보건복지부는 코로나19 유행 상황에서 비대면 진료를 한시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권덕철 복지부장관은 전날 “(비대면 진료를) 제도화하려면 의료법이 개정돼야 한다”며 “효용성과 안정성이 검증된 부분은 의료계·시민사회와 이야기를 더 해야 한다”고 지디넷코리아에 밝혔다. 

보험수가도 조건부 ‘한시’ 등재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정부는 디지털 헬스케어 기기가 혁신의료기기·혁신의료기술 지정 등의 조건 충족 시 신의료기술 평가 없이 한시적 건강보험 등재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수가가 마련돼야 관련 산업이 현 의료체계와도 접목이 가능하지만, 이것이 모호하다는 이야기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의료계 인사는 “병원은 디지털 헬스케어를 추진할 여력이 부족하다”며 “수가가 마련돼야 일선 의료현장에도 디지털 헬스케어가 녹아들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독일‧일본 등은 디지털 헬스케어 육성법 제정과 원격진료 허용 등 여러 지원책을 추진하며 우리보다 빠르게 시장을 넓혀가고 있다.

사진=김양균 기자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전 세계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은 성장하고 있다. 연평균 19%의 성장이 기대되며 오는 2027년 시장규모는 5천97억 달러로 전망된다. 디지털 헬스케어가 돈이 된다는 사실은 미국이 2019년 77억 달러였던 투자 비중을 코로나19가 본격화되던 2020년과 2021년 두 배 가량 높인 것에서도 알 수 있다.

현재 국내 디지털 헬스케어 전체 산업 총매출은 1조3500억 원 규모다. 총량은 적지 않지만, 5억 원이 채 안 되는 매출 기업이 전체의 절반이 넘고, 직원이 30명 미만인 기업도 전체의 72%다. 아예 매출이 없는 회사도 51개사나 된다. 산업부에 따르면, 지난 2018년 기준 글로벌 디지털헬스케어 시장 규모 200조원에서 우리나라는 0.7%에 불과했다.

우리나라는 아직 디지털 헬스케어를 산업의 한 축으로 인식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 전략의 목표가 관련 산업 생태계 조성이라는 점은 국내 시장의 실상의 방증이나 마찬가지다.

정부는 이번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 육성 전략의 상당부분을 해외 사례에 비춰 관련 산업 육성이 왜 필요한지를 반복적으로 강조한다. 업계가 어려움을 토로한 ‘협소한 시장 환경’, ‘규제’, ‘건강보험 수가’, ‘인력부족’ 가운데, 이번 육성 전략은 사실상 시장 조성에 방점이 찍혀 있다. 당장 할 수 있는 것부터 하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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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성과 도출에 대한 조급증도 일부 발견된다. ‘조기성과(Early Harvest)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정부는 해당 프로그램을 통해 사회문제해결・조기성과 달성이 가능한 서비스의 빠른 시장출시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취지는 좋지만 아직 생태계조차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서 정부 사업의 이러한 기조는 참여 기업이 정부 사업 보고를 위한 성과물 도출에 연연하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