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상 없는 C형간염, 방치 시 간경변증 거쳐 간암 발전 ‘위험’

바이러스 노출되면 85%는 만성 C형간염으로 발전…혈액전파 차단하고 정기검진 중요

헬스케어입력 :2022/02/24 16:47    수정: 2022/02/24 17:37

C형 간염은 간에 감염된 C형간염 바이러스가 면역반응을 일으켜 간 손상을 일으키는 염증성 질환이다. C형 간염 바이러스가 우리 몸에 침투하면 감염된 간세포를 치유하기 위해 면역반응이 일어나고 이로 인해 간세포가 파괴되면서 간에 염증이 발생한다.

C형 간염이 무서운 이유는 A·B형간염과 달리 예방백신이 없는 데다 방치하면 만성간염에서 간경변증(간경화)을 거쳐 간암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점이다.

권정현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C형간염은 현재 백신이 없기 때문에 근본적인 예방이 불가능하다”며 “평소 혈액을 통한 감염에 주의하고 정기적인 건강검진을 통한 조기진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권정현 교수

■혈액전파로 감염… 일상생활로는 감염 안 돼

현재 C형 간염 환자는 전세계적으로 약 7천100만 명에 달하고, 매년 300만~400만 명이 감염되는 것으로 알려진다. 국내에서도 2019년 4만4천여 명이 새롭게 발생했다. C형 간염은 주로 성인에서 여러 경로를 거쳐 처음 바이러스에 노출되는데, 이 경우 최대 85%에서 바이러스가 자연적으로 없어지지 않고 만성 C형 간염으로 발전한다. 특히 국내 간암 환자의 약 15%는 C형 간염 바이러스가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C형 간염은 혈액전파를 통해 감염된다. 예전에는 수혈을 통해 주로 감염됐지만 1991년부터 헌혈 혈액에 대한 C형 간염 바이러스 선별검사가 보편화하면서 이후 수혈을 통한 감염은 극히 드물어졌다. 반면 침술, 부황, 눈썹 문신, 피어싱 등 제대로 허가되지 않은 곳에서의 시술 등으로 감염되는 사례가 늘었다. 면도기, 손톱깎이 등 개인 위생용품을 공유했을 때도 발생할 수 있지만 일상생활에서는 감염되지 않는다.

권정현 교수는 “C형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됐다면 간수치 상승과 상관없이 모든 환자가 C형 간염 항바이러스 치료대상이다”며 “금기증만 없다면 그 고리를 끊는 항바이러스 치료제를 통해 만성 간질환으로의 진행을 막는 치료가 진행된다”고 말했다.

■항체-RNA검사로 확인…낮은 치료율 문제

C형 간염 감염 여부는 혈액검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1차 항체검사 결과 양성이 나올 경우 2차로 RNA(리보핵산) 검사를 실시한다. 두 검사에서 모두 양성이 나오면 당연히 현재 C형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된 상태를 의미한다. 반면 항체검사에서는 양성이지만 RNA 검사에서는 음성일 경우에는 자신도 모르게 과거에 C형 간염을 앓고 지나간 흔적일 수 있다.

문제는 C형 간염 진단 후 치료를 시작하는 비율이 낮다는 점이다. 1차 항체검사에서 양성이 나와도 2차 RNA 검사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많고, RNA 검사에서 양성을 받은 경우에도 치료를 하지 않아 방치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2021년 발표된 C형간염 팩트시트에 따르면 2019년 C형간염이 확인된 환자 8천810명 가운데 78.2%인 6천890명만이 진료를 받았고, 이중 치료제를 처방받은 환자는 진료 환자의 74.3%인 5천118명에 불과했다. 결국 C형간염이 확인된 환자 10명 중 6명 정도(58.1%)만 실제 치료를 받은 셈이다.

권 교수는 “C형 간염 바이러스 양성 판정을 받았음에도 증상이 없고 간수치가 정상이라는 이유로 치료를 받지 않는 환자들이 적지 않다”며 “현재 항바이러스 치료제가 나와 있고, 여러 발전된 진단법으로 증상, 간수치에 상관없이 정기적인 진료를 통해 간경변 진행과 간암 발생 예방이 가능한 만큼 보다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증상 없어 조기발견 어려워… 40~50세 이상 검사 필요

C형 간염은 간수치가 상승하더라도 증상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으로 환자 10명 중 8명은 증상이 거의 없다는 통계도 있다. 일반 건강검진이나 다른 질환으로 수술을 받을 때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복수, 황달, 간종괴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간질환이 상당히 진행된 경우다.

치료는 경구용 항바이러스 치료제를 사용한다. 치료 기간은 8주 정도 소요되고, 완치율은 95% 이상이다. 과거에는 인터페론이라는 주사 치료제밖에 없었지만, 그마저도 치료 기간 48주에 완치율도 60%에 불과했다. 다만 완치 후에도 면역력이 생기지 않아 언제 어디서 재감염될지 모르기 때문에 정기적으로 간경변, 간암 발생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권정현 교수는 “C형 간염은 국가검진 항목에 아직 포함돼 있지 않아 관리가 쉽지 않지만, 일부 병원을 중심으로 항체검사 결과 양성이 확인된 경우 추가 검사와 이후 치료까지 연결하는, C형간염 바이러스 박멸을 목표로 하는 감염퇴치전략(Microelimination)을 마련해 시행 중”이라며 “40~50세 이상에서는 한 번 정도 검사해보는 것이 좋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