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S, LG CNS, SK㈜ C&C가 매니지드서비스사업자(MSP) 역할을 강화하며 클라우드 사업을 확장한다.
그동안 추진해온 자체 클라우드 서비스 프로바이더(CSP) 사업은 점차 축소될 전망이다.
사업전략 변화는 클라우드 인프라 역량이 그룹사에서 요구하는 수준에 미치지 못해 내부 고객 이탈을 우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기존 SI 노하우를 살려 타사의 클라우드를 계열사에 도입하고 운영하는 분야를 강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SDS·LG CNS·SK㈜ C&C는 아마존웹서비스(AWS), 마이크로소프트(MS) 애저, 구글클라우드 플랫폼(GCP) 등 CSP와 MSP사업 강화를 위한 계약을 체결했다.
■ 타사 클라우드 선호하는 그룹사
클라우드 관리 서비스 사업자(MSP)는 그동안 IT업계에서 매력적이지 않은 분야였다.
클라우드 생태계는 인프라를 제공하는 AWS, 마이크로소프트 애저, GCP등 CSP에 종속돼 있다.
반면 MSP는 CSP로부터 구입한 클라우드 인프라를 고객사에 제공하는 사업 구조상 수익률이 낮고, 많은 인력과 기술력이 요구된다. 메가존클라우드, 베스핀글로벌 등 경쟁자도 이미 존재한다.
그럼에도 대기업 산하 IT 서비스 기업은 MSP 사업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그룹 계열사가 요구하는 클라우드 서비스 수준을 따라가기 어려지면서 전산시스템 운영 자원을 제공하는 역할만으로 그룹 내 클라우드 사업 물량을 보장받기 힘들기 때문이다.
대기업 산하 스마트팩토리나 서비스 클라우드 플랫폼은 글로벌 전역을 커버하는 데이터센터와 운영 능력, 대규모 트래픽을 수용할 수 있는 인프라를 요구한다. 하지만 계열사 IT서비스 기업으로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관련 그룹사들은 타사 클라우드 도입에 더욱 적극적인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삼성전자 소프트웨어엔지니어링(SE) 그룹은 AWS와 협업해 모바일 R&D 허브를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네이티브 환경으로 전환했다. 빅스비의 음성인식서비스(ASR)는 GCP로 전환했다. 실시간 대규모 데이터 분석 서비스인 빅쿼리를 이용하기 위함이다.
삼성서울병원은 AWS에 임상연구 플랫폼을 구축했다. 기계학습(ML) 네트워킹, 콘텐츠 전송, 보안, 자격증명, 컴플라이언스 서비스 등을 포함한 AWS의 광범위하고 심층적인 클라우드 서비스를 활용해 신종 감염병에 보다 효과적으로 대응하려 함이다.
삼성엔지니어링은 네이버클라우드와 설계 자동화 등 개발 중인 다양한 기술 솔루션을 글로벌로 배포하는 글로벌 B2B 플랫폼 구축 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삼성중공업은 마이크로소프트와 클라우드 기반 디지털 조선소 전환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LG그룹은 계열사 IT시스템 90% 이상을 퍼블릭 클라우드로 전환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전환에 도입되는 클라우드는 계열사에서 요구하는 특성에 따라 선별해 적용한다.
SK그룹도 계열사부터 전체 IT시스템의 80%를 클라우드 전환할 계획이다. 하나의 클라우드로 통합하는 것이 아닌 계열사의 요구사항과 가장 적합한 클라우드 서비스를 매칭하는 멀티클라우드 방식을 적용했다.
모든 계열사와 관계사의 데이터를 저장하고 인공지능(AI)으로 분석할 수 있는 클라우드 인프라 구축을 목표로 하며 이를 위해 2조 원 이상을 투자한다.
■ 계열사 고객 유지 위해 MSP 중심으로 전환
즉, IT서비스 3사의 MSP 강화는 계열사 고객 이탈을 방지하려는 목적이 크다.
이를 위해 클라우드 전환 및 운영 전문성 확보와 비용 최적화 컨설팅, 클라우드 기반 SaaS 공급 중심으로 전개될 전망이다.
자체 CSP 추진을 위해 마련해온 클라우드서비스와 데이터센터는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로 전환하거나 내부 전용 사업 등에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SDS는 올해 조직개편을 단행하며 MSP 사업을 본격적으로 확대할 것을 밝혔다. 클라우드 기반 사업강화를 위해 기존 IT서비스의 여러 사업부를 클라우드 서비스 사업부와 솔루션 사업부로 단순화했다.
또한 AWS와 클라우드 전환을 위한 MSP 사업 강화 및 SaaS 사업 글로벌 진출 상호협약을 체결했다.
LG CNS도 지난해 대한항공의 전사 IT시스템을 AWS로 전환을 마쳤으며, 현재 LG 그룹사에서 진행하는 타사 클라우드 전환 사업을 진행하는 등 클라우드 전환에 집중하고 있다.
또한 클라우드 조직을 대표이사 직속 조직인 클라우드사업부로 격상하고, 1천여 명 이상으로 조직 규모를 확대했다.
그리고 LG CNS 역시 AWS와 고객사 앱 현대화(AM) 구축·운영 사업을 위한 전략적 협력 계약(SCA)을 체결하는 등 CSP와의 협력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SK㈜ C&C도 그룹의 클라우드 전환을 담당하며 멀티 클라우드 역량을 확보하고 있다. 계열사에서 원하는 클라우드를 쉽고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멀티 클라우드 운영 플랫폼 '클라우드 제트 MCMP’을 구축했다.
또한 IBM 등 상대적 비중이 적은 클라우드 전문 개발자도 1천 명 이상 확보하며 MSP로서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한 MSP 기업 임원은 “기존 SI와 달리 클라우드 운영이나 관리 분야에서 외부 MSP 기업이 기술력이나 경험 등에서 더 높은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만큼 IT서비스기업들이 불안감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외부 뿐 아니라 계열사에게도 적극적으로 어필하기 위해 MSP를 강조하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 MSP 수익성 강화 위해 차별화 모색
일부에선 MSP 사업 강화로 기업들의 수익성 악화를 우려하기도 했다.
이미 수익률이 낮은 MSP사업에서 과도한 투자와 고객사 유치를 위한 낮은 판매가 정책은 악영향을 가중시킬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삼성SDS, LG CNS, SK㈜ C&C는 서비스가를 낮추기 보다 계열사 물량을 유지함과 동시에 산업별 특화된 대외 서비스로 수익 개선에 나설 계획이다.
삼성SDS는 계열사 및 고객사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구축하며 쌓아온 산업 및 업종별 전문성과 클라우드 기술력을 더해 MSP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겠다는 의도다.
대외사업을 적극적으로 확대하기 위해 고객 접점에 있는 조직을 통합한 전략 마케팅실도 신설했다.
클라우드서비스 사업부 구형준 부사장은 ““MSP는 고객 산업의 이해와 노하우가 핵심 경쟁력”이라며 “삼성SDS는 후발주자지만 그동안 관계사와 대외사업을 통해 클라우드 관련 모든 분야의 이해도가 높은 만큼 우위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밝혔다.
LG CNS는 클라우드 운영 서비스 '클라우드엑스퍼 프로옵스'를 선보이며 적극적으로 MSP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9월 마이데이터 사업자 본허가를 취득하고, 카드, 은행, 증권 등 금융 영역별 마이데이터 플랫폼 구축사업을 잇따라 수주하는 등 금융 클라우드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
SK㈜ C&C는 상반기에 업종별 디지털 전환에 유용한 데이터, 시스템,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인 멀티버스를 선보인다. 사업 확대를 위해 GCP, 네이버클라우드 등 CSP와 멀티버스 기반 사업 협력도 실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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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관계자들도 3사의 MSP 사업 전환이 재무적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오히려 긍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많은 초기 투자비용이 요구되는 CSP에 비해 리스크가 적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3분기 실적의 경우 MSP사업에 먼저 진출한 LG CNS만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두 자리 수 성장세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