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내 주식만...고독한 개미들 ‘커피하우스’로 뭉쳐"

한동엽 소셜인베스팅랩 대표 "즐거운 투자 문화 만들고파"

중기/스타트업입력 :2022/02/24 13:09    수정: 2022/02/24 16:37

“왜 내가 사면 내리고, 내가 팔면 오르지?”

“지금이라도 손절해야 하나? 다른 사람들은 이럴 때 어떻게 하지?”

주식 거래를 해본 개인 투자자라면 이 같은 고민을 직접 해봤거나, 주변에서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얘기다. 직장 동료나 주변에 주식 좀 해본 지인한테 얻는 정보들로 몇 주 사봤다가 상처만 받고 다시는 주식에 손대지 않겠다는 결심을 하기도 한다.

2020년 초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전세계 주식시장이 무섭게 바닥을 찍더니, 언제 그랬냐는 듯 빠른 회복세를 보였다. 나아가 국내 코스피 주식시장은 3천 포인트를 훌쩍 뛰어넘기도 했다. 이 시기, 20~30대 젊은 세대들이 주식 시장에 대거 유입되며 개인투자자 비중이 외국인이나 기관 투자자들을 압도했다.

주식 시장은 호황을 이뤘지만, 여전히 내가 산 기업에 대한 정보를 얻고 나누는 창구는 한정돼 있는 게 현실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슈와 끝나지 않을 것만 같은 코로나 팬데믹 공포는 개인 투자자들의 심리를 더욱 불안하게 만든다. 하지만 이를 어디에 물어볼 데도, 하소연할 곳도 마땅치 않다. 증권 방송이나 종목 토론방은 종종 한쪽에 치우치는 경향이 있어 큰 신뢰를 주지 못한다. 실제로 나와 같은 종목을 산, 진짜 투자자들의 얘기를 듣고 고민을 나누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마련이다.

이처럼 주식 거래와 커뮤니티 시장에 결여된 부분을 정확히 짚어내 창업한 스타트업이 소셜인베스팅랩이다. 작년 1월 설립된 이 회사는 그해 12월 소셜 투자 플랫폼 ‘커피하우스’를 선보였다. 기존 증권사의 MTS(Mobile Trading system)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결합한 주식 커뮤니티 서비스다. 앱 내에서 계좌 계설부터 주식 거래, SNS를 통한 정보 및 포트폴리오 공유가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실거래 포트폴리오를 기반으로 글쓴이가 실제 투자자인지, 수익률은 몇 퍼센트인지 확인할 수 있어 상대방의 정보가 믿을만한 지 가늠할 수 있다.

한동엽 소셜인베스팅랩 대표

■ 확 늘어난 젊은 개인투자자...“새로운 금융 플랫폼 필요해”

소셜인베스팅랩 한동엽 대표(28)는 미국에서 소셜 투자 플랫폼인 ‘퍼블릭닷컴’, ‘커먼스탁’이 큰 성공을 거둔 것과 마찬가지로 커피하우스가 일방향 국내 주식 커뮤니티 시장에 큰 변화를 몰고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미 카이스트청년창업투자지주와 신한금융그룹으로부터 초기 투자를 유치했고, 제휴 금융기관 등 2~3곳으로부터 약 20억원 규모의 프리A 시리즈를 마감했다. 4월경에는 시리즈A 투자 유치도 계획 중이다.

“주식 시장 자체가 2020년 굉장히 많이 바뀌었어요. 신규 유입 투자자 과반 이상이 20~30대였죠. 세계적으로 개인투자자들 연령대가 낮아졌는데, 이들이 사용할 금융 플랫폼은 예전과 똑같아요. 시대에 맞춰 적합한 플랫폼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고, 미국에서 핫한 퍼블릭닷컴과 커먼스탁과 같은 서비스를 국내와 아시아에서 해보자는 생각으로 커피하우스를 오픈하게 됐습니다.”

한동엽 대표도 개인적으로 주식 투자를 하고 있다. 개인 투자자로서 다양한 경험을 쌓은 그는 현재 전체 주식 자산의 80% 정도는 우량주에, 나머지 20%는 위험도는 크지만 평소 관심을 둔 분야에 투자한 상태다. 직접 매매 경험을 통해 그가 깨달은 건 “어디에도 정확한 정보는 없다”였다. 많은 사람들이 대박을 기대하며 고급 정보를 찾아 헤매지만 이미 나한테까지 그 정보가 들어왔다는 건 특급 정보가 아니란 뜻과 마찬가지다. 또 그는 개인투자자들이 기관이나 외인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서는 보다 다양한 정보를 교류하고 연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커피하우스

“경제뉴스에서 알려주는 정보나, 옆집 아저씨가 말하는 정보의 질은 크게 다르지 않아요. 주식을 사고, 보유하고, 또 판매하는 것에 새로운 문화를 제시하고 싶었어요.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주식을 보유하게 되면 팔로워가 어떤 주식을 보유 중인지, 호재일 때 정보를 공유하고 연대할 수 있죠. 개인투자자는 기관이나 외인에 휘둘려요. 그들은 같이 움직이기 때문이죠. 재무적인 정보뿐 아니라, 제품 정보를 발굴하고 공유함으로써 같은 종목을 갖고 있는 사람들끼리 연대감과 소속감을 가질 수 있는 플랫폼이 바로 커피하우스입니다.”

예를 들어 삼상전자의 재무정보는 증권 보고서나, 전자공시시스템, 관련 뉴스 등을 통해서도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적과 무관하게 이 회사가 현재 개발 중인 상품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 또는 시판된 이후 이용자들의 경험과 평가는 파편화 돼 있고 저마다 다르다. 이런 솔직하면서도 생생한 경험에 의한 정보는 집단지성의 힘이 주효할 수 있다. 이 같은 집단지성의 역할을 커피하우스가 맡겠다는 뜻이다.

또 다른 주식 관련 커뮤니티나 종목토론방 등에는 사욕에 특정 주식을 띄우려 하는 등의 부정행위가 일어날 수 있는데, 커피하우스는 이용자의 실 보유 주식과 수익률, 게시물 내역 등을 볼 수 있어 이를 최소화할 수 있다. ‘작전’이 알아서 걸러질 수 있다는 뜻이다.

■ “투자 문화 좀 더 즐겁게 만들고파”...인력 충원 등 시장 선점에 집중

한동엽 소셜인베스팅랩 대표

한 대표는 주식 관련 금융 전문가는 아니지만 사업을 준비하면서 전문가와 경영 전문 교수들로부터 얻은 결론에 따라 현재 국내 주식 시장이 앞으로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주식이 해외에 비해 저평가된 부분이 많다는 이유에서다. 그렇다고 “커피하우스를 이용하면 수익률이 반드시 더 좋아질 수 있다”는 식의 접근은 경계했다. 투자 문화를 좀 더 즐겁게 만들고, 투자에 영감을 줄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고 싶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증권사와 벤처캐피탈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아 투자 유치에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여, 시장 선점을 위해 공격적인 인력 충원과 마케팅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현재 30명 인력은 연말 기준 약 60명까지 늘릴 예정이다. 해외 진출 계획도 진행 중이다.

“인력은 최대한 충원하고 앱 편의성을 높여 일본, 베트남, 인도 등 해외로 빠르게 진출할 계획입니다. 일본과 인도는 합작 회사 형태로, 베트남은 현지 법인을 세울 예정이에요. 지금도 국내에 비슷한 서비스를 하는 경쟁사들이 있긴 하지만, 증권거래 기능을 갖춘 서비스는 커피하우스가 유일해요. 선점 효과를 거두기 위해 빠르게 달릴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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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하우스

한동엽 대표는 연말까지 커피하우스 실 가입 사용자 50만이 목표다. 상반기까지는 10만으로 잡았다.

“저희와 성장할 개발자와 프로덕트 매니저 등이 필요합니다. 아직 조직문화를 찾아 가는 과정이지만, 수평적인 문화와 만족할만 한 연봉체계를 갖췄다고 봐요. 지금은 국내 주식 거래만 가능하지만, 해외주식 거래도 협의 중이고 가상화폐 종목 지원 등 다양한 서비스들을 추가하려고 합니다. 이 시장이 굉장히 크고, 앞으로 더욱 커질 거라는 것을 많은 분들이 알았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