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공급난 장기화…車 업계, 내재화·기술협력 대책 마련 분주

[이슈진단+] 미래자동차가 불러온 반도체 부족 대란

카테크입력 :2022/02/23 17:08    수정: 2022/02/23 17:58

현대자동차 전기차 아이오닉5
현대자동차 전기차 아이오닉5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으로 인한 신차 출고 지연이 지속되고 있다. 새 차를 받으려면 1년 넘게 기다려야 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2020년 말부터 시작된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은 전기자동차·자율주행차 등 미래자동차 보급 확대와 관계가 깊다. 미래차는 자동차 전장화를 가속하고 그만큼 많은 반도체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기존 내연기관차에 들어가는 차량용 반도체는 최대 300개 정도지만 전기차는 최대 2천개, 자율차는 최대 3만개가 필요하다. 

공급난을 겪는 차량용 반도체는 마이크로컨트롤유닛(MCU)과 모스펫(MOSFET)이다. MCU는 전자기기 두뇌 역할을 하고 모스펫은 전기 신호를 증폭하거나 끈다.

두 칩 모두 미래차 제작에 없어서는 안 되는 반도체다. 특히 전기 신호를 제어하는 모스펫은 전기차 제작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이다.

세계 자동차 산업 정보 플랫폼 마크라인스는 "미래차 보급 확대로 차량용 반도체 수요가 지속 증가하고 있다"며 "수요는 지난해 1천325억개에서 2027년 2천83억개로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마크라인스는 생산을 대폭 늘리지 않는 한 현 상황은 지속될 것이며 자동차 제조사는 지금이라도 문제 해결을 위한 중·장기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이오닉5 생산 라인

■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 장기화할 가능성 커…"생산 증대 집중"

지난해 생산 차질 규모는 1천만대 수준이다.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 때문에 주문을 받아놓고도 출고하지 못한 차가 많았다는 얘기다.

주요 자동차 제조사가 일부 공장 가동을 중단하거나 생산량을 조절하고 있다. 업계 1위 폭스바겐도 반도체 물량 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꼽으며 고군분투하고 있다.

헤르베르트 디스 폭스바겐 CEO는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 해소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올해도 해결은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업계는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이 장기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물품 발주부터 납입까지의 기간이 1년 이상인 반도체 부품도 있기 때문이다.

한국자동차연구원 관계자는 "차량용 반도체 수요 급증으로 누적 주문량이 올해 생산 능력 20~30% 초과했다"면서 "반도체 업계는 이미 내년 이후 물량을 주문받는 중"이라고 밝혔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반도체 업계에서도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인피니언·NXP 등 주요 차량용 반도체 제조사는 공급 부족이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인피니온 관계자는 "다수의 반도체를 필요로 하는 미래차 보급 확대로 차량용 반도체 수요가 늘어났다"면서 "생산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생산 증대를 위해 제조 시설을 확보하는 중"이라며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 해소 시점은 2024~2025년 사이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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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車 업계, 반도체 내재화·기술협력…반도체 업계는?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이 1년 이상 지속되자 자동차 제조사들은 반도체 내재화와 반도체 업체와의 기술협력 등을 진행하기 시작했다.

현대차·도요타·테슬라·폭스바겐 등은 반도체 내재화를 추진하고 포드는 글로벌파운드리와 전략적 협력을 통해 기술 수직 통합을 계획하고 있다. GM은 증가하는 반도체 수요를 따라잡고자 NXP·퀄컴·TSMC 등 차량용 반도체 업체와 협력한다.

소수의 고성능 차량용 반도체를 중심으로 통합화·집중화도 이뤄지고 있다. 폭스바겐·닛산 등은 소프트웨어(SW) 재설계로 커스텀칩을 범용칩으로 대체, 공급 유연성을 확보한다.

GM은 현재 사용 중인 반도체를 3개 제품군으로 통합해 다양성을 95% 줄이며 스텔란티스는 폭스콘과 새로운 반도체 제품군 4종을 개발해 칩 수요 80%를 대체한다는 계획이다.

반도체 업계도 공급난 해소를 위해 노력 중이다. 최근 미국·EU 등 주요국이 반도체 산업 생태계를 활성화하고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함에 따라 그 움직임은 더 빨라졌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차량용 반도체 시장은 각국의 미래차 보급 확대와 이에 따른 대규모 투자 그리고 반도체 업계의 생산 증대 집중 등 여러 요인으로 현재 59조원에서 2025년까지 100조원 규모로 커질 전망이다.

높은 성장세가 예상됨에 따라 컴퓨터·데이터 반도체 시장에 집중해왔던 업체들도 속속 차량용 반도체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인텔이 대표적인 예다.

팻 겔싱어 인텔 CEO는 "차량용 반도체 시장 규모는 2030년 140조원에 육박할 것"이라며 "고가의 미래차에 들어갈 반도체 수도 5배 증가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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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디르 타쿠르 인텔 수석 부사장도 "차량용 반도체 생산에 모든 역량을 동원하겠다"면서 "자율주행, 통신·센서, 전력 등 세 가지 반도체 분야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인텔의 이같은 행보는 차량용 반도체 시장을 빠르게 선점해 미래차 반도체 시장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미래차 시대에 발맞춰 차량용 반도체 시장도 가파르게 성장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