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 인력 수급 어려움은 없나요" "굉장히 많습니다"

전성배 IITP 원장, 23일 슈어소프트테크서 현장 간담회...인턴십 강화, 기술료 감면제 개선 등 제안

디지털경제입력 :2022/02/23 13:59    수정: 2022/02/24 10:09

"인력 수급에 어려움은 없나요?" 

"굉장히 많습니다."

23일 전성배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 원장과 배현섭 슈어소프트테크 대표간 오간 내용이다. 이날 전 원장은 '소프트웨어(SW)로 안전한 세상을 만든다'는 비전을 가진 슈어소프트 서울 본사를 방문, 현장 애로를 들었다.

2002년 KAIST 동문 벤처기업으로 설립된 슈어소프트테크는 자동차 등 SW안전과 관련한 자동화 솔루션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다. 코드부터 모델까지 자체 개발한 원스톱 솔루션으로 하드웨어(HW) 검증 자동화를 실현하고 있다. 최근 5년간 연평균 매출 성장률이 15.9%에 달하는 우수 SW기업이다.

지난해 매출은 336억원에 달했다. 연간 500명 이상 수강생을 배출하는 교육센터도 운영하고 있다. 국내를 넘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중국과 미국에 지사도 설치했다. 서울 본사 외에 대전과 경기도 화성에 지사가 있다. 내년에 판교 사옥 입주를 앞두고 있다.

이날 IITP가 현장 소통 일환으로 개최한 'SW기술 개발 우수기업 현장간담회'에는 IITP에서 전 원장 외에 신준우 기술기획단장, 김형철 SW자율주행 PM, 송종철 SW자율주행기획 팀장, 임양섭 SW자율주행기획팀 수석, 우창우 SW자율주행기획팀 책임이 참석했다. 

또 슈어소프트테크에서는 배현섭 대표와 오승욱 CTO, 조민성 연구소장, 권민혁 코드분석기술팀장, 조민근 ADAS검증기술팀장이 자리를 같이 했다.

슈어소프트테크 회사 소개와 이 회사가 시행하고 있는 IITP 과제 설명에 이은 현장 애로 간담회에는 중소기업들 숙원인 부족한 인력 문제가 먼저 도마에 올랐다. 중소기업은 임금과 복지 등 모든면에서 대기업에 열악, 고질적인 인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4차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사회 각 부문이 디지털화하면서 SW인력 부족은 더 심각한 상황이다.

전성배 IITP 원장(맨 왼쪽) 23일 슈어소프트테크를 방문해 현장 애로를 듣고 이야기하고 있다.

배현섭 대표는 자사 실례를 들며 중소기업 인턴십 강화를 IITP에 요청했다. 

"우리 회사에 인턴으로 온 사람이 애초 꿈꾸던 대기업 입사 대신 우리회사에서 일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요즘 유행하는, 막연히 트렌드를 쫒아 대기업에서 웹 개발을 하고 싶었는데 막상 우리회사에서 일해보니 전기차 엔지니어가 되겠다는 욕심이 생긴거죠. IITP가 대학들 사업에 인턴십 프로그램을 강화해줬으면 좋겠습니다."

배 대표 제안에 전 원장은 "SW중심대학 사업 등 IITP가 대학 인재 관련 여러 사업을 하고 있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정보통신 분야 인력과 연구개발(R&D)을 총괄하는 IITP는 SW전문 인재와 디지털 혁신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여러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인공지능(AI)과 SW융합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각 대학을 대상으로 시행하고 있는 'SW중심대학 사업'이다. 기존 37개 대학 외에 올해 새로 7개 대학을 선정해 지원한다. 이 사업 외에 이노베이션 아카데미, SW마에스트로 같은 사업도 시행하고 있다. 특히 올해 군 장병을 대상으로 SW와 AI인력을 양성하는 사업을 새로 추진한다.

배 대표는 구인난도 호소했다. "우리는 임베디드 기업이다보니 소프트웨어 뿐 아니라 하드웨어도 알아야 합니다. 작업하다보면 납땜도 해야 한다"며 사람뽑기가 어렵다고 토로했다. 

이에 전 원장은 젊은층이 중소기업을 회피해 발생하는 '미스매칭'을 지적하며 그 해법으로 "공백을 메워주는 게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요즘 유행하는거, 뜨는거 하는데 하지말라고 말할 수 없다. 기술만 움직이는게 아니라 인력도 움직인다"면서 "옮겨가는 걸 막는 게 아니라, 옮겨간 거에 대한 공백을 메꿔주는게 맞다. 직업 자유와 행복 추구권을 막을 수 없다. 인력이 움직이는 걸 인정하고, 이동의 단절이 안되게 잘 들여다보고 지원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본 도요타자동차가 미국에서 차량 급발진 사고와 관련한 집단소송에서 거액을 보상한 것을 예로들며 SW안전에 대한 중요성도 논의됐다. 

전 원장은 "자동차도 맨 처음에는 손으로 움직였지만 점차 자동화됐다"면서 SW 중요성에 동의했고, 배석한 김형철 IITP SW 및 자율주행차 프로그램매니저(PM)는 "대학 커리큘럼에서 논문 내기도 힘들고 연구비도 작아 운용체계(OS) 같은 기본이 빠지고 대신 요즘 인기있는 분야, 학생들이 원하는 분야가 들어가고 있다"며 우려했다. 

배 대표는 국방 분야에서 국산 임베디드 SW 비중이 더 높아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예전에는 자동차 분야도 외산 솔루션이 국내 시장을 더 많이 차지했는데 지금은 우리 비중이 더 크다"면서 "하지만 국방 분야는 여전히 외산 솔루션이 더 메이저"라고 들려줬다.

배 대표는 자동차 등 사고 분석에서 소프트웨어 인력이 빠져있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사고 책임이 없다고 강변하던 도요타가 거액의 배상금을 물기로 합의한 것은 SW전문가들이 사고 원인을 분석, 800페이지에 달하는 보고서를 낸 것이 결정적이였다는 것이다. 배 대표는 "하지만 우리나라는 자동차, 철도 등에 대형 사고가 났을때 소프트웨어 전문 인력이 들어가 같이 조사를 하지 않는다"며 아쉬워했다.

IITP가 개최한 SW기술개발 우수기업 현장 간담회가 23일 슈어소프트테크에서 열렸다. 가운데가 전성배 IITP원장, 전 원장 오른쪽이 배현섭 슈어소프트테크 대표.

배 대표는 IITP 등 국가 연구기관이 시행하는 과제에 대한 기술료 감면제 개선도 요청했다. 정부가 몇년전부터 연구개발(R&D)사업에 참여하는 기업이 청년 신규채용을 확대하면 기술료를 감면해주고 해당 인건비 만큼 기업 현금 부담금을 인정해주고 있는데, 이 제도에 맹점이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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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즉, 기업이 기술료 감면 혜택을 받으려면 과제 종료시 채용 인원과 이름을 적어내야 한다. 그런데 이름까지 일일이 적어내는 건 불합리하다는 것이다. 예를들어 A 기업이 2년짜리 과제 종료시 기술료 감면 혜택을 받으려면 신규 채용 인원 수와 이름을 적어내는데, 이름을 적어낸 이 직원이 3년까지 회사를 다녀야 감면을 받을 수 있다. A기업의 경우 30명을 채용했음에도, 과제혜택을 받으려면 10명 밖에 적지 못하는데, 이 10명이 3년전에 그만 둘 수 있다. 그런데 애초 이름을 다 적지 않고 10명만 적었으면, 전체 신규 채용인원이 30명이여서 이를 커버할 수 있는데, 이름을 적었기 때문에 이 직원이 나가면 감면 혜택을 온전히 못받게 된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전 원장은 "검토해보겠다. 목적에 맞게 제도를 유연히 운영하는게 맞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