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거리두기를 일부 완화한 가운데 일상회복지원위원회 자문위원으로 활동해온 이재갑 교수가 사퇴한 것으로 알려지며 전문가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이용호 의원은(전북 남원·임실·순창) 18일 논평을 통해 “얼마 전 오미크론이 우세종이 되면 감염자가 폭증할 것이라고 모든 감염전문가들이 경고했다”며 “현재의 상황은 방역당국이 자초한 것이다. ‘번아웃’에 빠진 의료체계부터 어떻게 회복할 것인지 대비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의원은 “이 교수는 ‘윤석열 후보가 정권을 쥐어도 상황이 악화되면 방역패스 정책을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던 감염전문가 이재갑 교수가 최근 정부의 코로나19 일상회복지원위원회 자문위원직에서 사퇴했다”며 “이 교수는 이미 방역현장은 생지옥이고, 거리두기 완화를 논의하려면 오미크론 유행이 정점을 지날 때까지 우리 의료체계가 감당할 여력이 있는지 확인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정부가 감염전문가인 이 교수의 말을 받아들이지 않자 에둘러 정권 말을 고려한 것이라며 스스로 물러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신규확진자가 11만명에 육박했다. 국민 대부분은 자가진단 시 민감도 20% 수준에 불과하다는 검사키트 찾아다니기 바쁘고, 설령 확진이 돼도 동거인에 대한 격리나 PCR 검사 지침, 출퇴근 여부 등이 명확하지 않아 ‘재택방치’라는 말 뿐 아니라 온 국민을 ‘각자도생’하게 만든 것이 K-방역이라는 조롱까지 나왔다”며 “지난 해 ‘K-방역’을 전 세계가 주목하고 온 국민이 함께 이룬 성과라고 자랑하던 정부에게 묻는다. 올해도 그 기조에 변함이 없는가. 방역 부실 대응으로‘ 총체적 난국’을 만든 것이 정부인가, 아니면 수차례 바뀌던 방역지침마다 성실히 협조한 국민인가. 언제까지 국민들을 고통 속에 가둘 것인가“라며 정부의 방역 대책을 비판했다.
앞서 18일 오전 진행된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정례브리핑에서도 이 같은 지적이 나왔는데 이기일 중대본 제1통제관은 “이재갑 교수는 감염병 전문가로 지금까지 많은 조언을 일상회복위원회에서 의견을 말씀해 주셨다. 저도 어제 이재갑 교수님하고 서로 통화도 나누었는데 상당히 아쉬운 면은 좀 있다”며 “이 교수께 앞으로 위원회를 떠난다 하더라도 언제라도 정부에 대해서 좋은 감염병에 대한 고견을 주시기를 부탁을 드렸다“고 밝혔다.
이어 거리두기 완화에 대해서도 “당초에 보게 되면 지금까지 2주 정도로 해왔는데, 사실은 유행의 정점이 아직까지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아마 2월 말~3월 초가 정점이 된다는 많은 전문가들의 평가가 있는 상황”이라며 “어제 일상회복위에서도 많은 의견이 있었다. 정점을 지나서 해야 된다는 의견도 있었고, 또 한편으로는 많은 자영업자, 소상공인 대표들이 지금 거의 경제가 무너지고 있다는 그런 말씀을 주셨다. 그렇기 때문에 최소한도로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중대본은 이재갑 교수 외에는 사퇴하신 위원은 없지만 당연직 같은 경우가 그 직책을 떠나시게 되면 다음 현직으로 변경된 의원은 있다고 전했다.
한편 이재갑 교수는 최근 자신의 SNS를 통해 ‘거리두기를 완화하겠다면 늘어나는 환자 관리가 가능한지 보여달라’며 ‘소상공인, 자영업자의 고통 때문에 더 이상 말씀드리기도 여의치 않아서요. 거리두기에 대해서는 더 이상 말씀드리지 않으려고 합니다. 정부에서 들을 것 같지도 않구요‘라며 에둘러 정부 방역정책을 비판했다.
또 그는 ‘요양원, 요양병원, 정신의료기관, 급성기병원 어디하나 빼지 않고 종사자와 환자에서의 감염이 급증하고 있다. 확진자 규모가 더 커지게 되면 의료기관부터 축소 진료를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 시작될 터인데..적어도 정점은 찍고 나서 거리두기 완화를 논의해 주셨으면 한다. 이미 현장은 지옥이 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특히 ‘늘어나는 확진자 관리도 안되어서 격리와 통보 해제도 제대로 안 되고 있고 상태가 나빠진 일반관리군 어떻게 해야 될지 제대로 알려주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거리두기를 완화할 수도 있다는 사인을 주다니. 중환자도 본격적으로 늘기 시작하는데..제발 위기를 스스로 키우지는 맙시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