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리즘랩스 "비개발자도 업무에 AI 활용토록 하겠다"

[AI기업] 손진호 대표 "AI 가장 많이 보급한 회사 만들고 싶어"

인터뷰입력 :2022/02/17 10:26

"우리나라에서 인공지능(AI)을 가장 많이 보급한 회사가 되고 싶습니다."

손진호 알고리즘랩스 대표가 갖고 있는 포부다. 손 대표가 2017년 10월 설립한 알고리즘랩스는 'AI 전도사'다. AI를 잘 모르는 실무자와 일반인이 AI를 잘 쓸 수 있게 해주는 플랫폼을 개발, 내놨다. 'AI 대중화' 시대를 열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 플랫폼 이름이 'AI 파이프라인 옵티마이저(이하 옵티마이저)'다.

'옵티마이저'는 데이터를 주면 그에 알맞는 AI를 추천, 제공해주는 플랫폼이다. 실무진이 AI를 잘 활용하려면 보통 네 단계가 필요하다. 1단계는 기획(플래닝)이다. AI가 왜 필요하며 어디에 적용할 지를 정하는 단계다. 2단계로 데이터를 모으는 단계, 3단계는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AI엔진이라 불리는 AI모델(AI)을 만든다. 마지막 4단계는 이렇게 만든 AI모델을 실무진이 현업에 적용해 쓰게 하는 단계다.

알고리즘랩스는 이 네 단계 모두를 사업대상으로 하고 있다. 손 대표는 "데이터를 주면 AI로 만들어주는 AI회사는 국내에 많이 있다. 하지만 우리처럼 기획부터 잘 사용하기까지 AI의 처음부터 끝까지(엔드 투 엔드)를 비즈니스 모델(BM)로 하는 곳은 국내서 우리가 유일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손 대표는 초등학교 4학년때부터 알고리즘을 배웠다. 부모님이 "앞으로 유망할 거"라며 권했다. 손 대표는 초중고등생 사이에서 컴퓨터 올림픽이라 불리는 '정보올림피아드'에 빠짐없이 나가 우수한 성적을 거뒀다. 고3때는 전국 대회 은상을 받았다. 이런 경력을 인정받아 SW특기생으로 대학(한양대)에 입학했다. 대학생때 창업에 관심 많던 그는 2017년 8월 정주영창업경진대회에 나가 최우수상을 받았고 이것이 계기가 돼 '벤처맨'이 됐다. 손 대표는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국내는 물론 세계에서 가장 많은 AI를 보급한 회사가 되고 싶다"고 밝혔다. 아래는 손 대표와 일문일답

손진호 알고리즘랩스 대표. 정주영창업경진대회 최우수상 수상을 계기로 대학 3학년때 창업했다.

-알고리즘랩스는 어떤 회사인가. 한마디로 말한다면

"컴퓨터와 인공지능을 잘 모르는 실무자들이 인공지능을 쉽게 쓰게 해주는, 인공지능을 대중화하는 회사다"

-창업 배경이 궁금하다

"초등학교 4학년때부터 알고리즘을 공부했다. 부모님이 "시대가 바뀔 것 같다"며 공부하라고 했다. 코딩도 이때부터 했다. 컴퓨터가 재미있었다. 정보올림피아드라는 컴퓨터 경연대회에 초중고등때 계속 나갔다. 고등학교 3학년때는 전국 대회 은상을 받았다. 이 경력 덕분에 한양대 기계공학과에 SW특기생으로 입학했다. 당시 우리 학과 교수님이 회사를 운영했다. 이 회사에 들어가 인공지능을 접했다. 기계를 최적 설계하는데 인공지능을 사용했다. 흥미로웠다. 사람이 아닌 인공지능으로 기계설계를 한다는 것이. 학부때 삼성전자가 운영하는 SW멤버십에 참여한 것도 좋은 경험이됐다. 삼성전자와 함께 여러 인공지능 산학 과제를 했다. 생체신호를 바탕으로 감정을 인식하는 한다든지, 카메라로 집 앞의 수상한 사람을 감지한다든지, 영수증의 글자를 탐지하는 OCR 과제 등을 했다. 당시 삼성 과제를 하면서 기술이 점점 쉬워지고 있고, 인공지능 기술이 대중화 될 것으로 생각했다. 시중에 수많은 AI 알고리즘이 나와있는데 이를 비전문가들이 쉽게 쓰게 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회사를 설립한 이유다. 2017년 8월 정주영창업경진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았고, 이걸 계기로 두달 후인 2017년 10월 법인을 설립했다."

-창업으로 대학을 졸업하지 못했다고 들었다

"3학년 1학기만 마친 상태다. 복학을 하지 않아 제적됐다.  2016년에 휴학을 했는데 결국 복학을 못했다. 창업 팀을 결성하고 투자 유치를 받고 보니 "지금은 일을 할때다"라는 생각을 했다. 하나에만 집중하고 싶었다. 그러다 보니 복학을 못했다."

-알고리즘랩스 핵심 제품이 '옵티마이저'다. 어떤 제품인가

" 전체 이름은 'AI파이프라인 옵티마이저(옵티마이저)'다. 2019년 1월 출시(론칭)한 AI플랫폼이다. '옵티마이저'는 데이터가 들어오면 그 데이터에 가장 잘 맞는 AI를 자동으로 찾아주는 제품이다.  AI적용은 크게 네 단계다. 기획 단계인 플래닝(Planning)과 데이터를 모으고 분석하는 두번째 단계,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AI를 만드는 세번째와 실무자가 이를 잘 사용하는 네번째 과정이 있다.  시중의 다른 AI 제품은  데이터를 모으고 분석해 모델을 만드는데만 치중한다. 우리는 다르다. AI적용의 처음부터 끝까지, 엔드 투 엔드(End to End)를 비즈니스 모델로 하고 있다. 이런 회사는 국내서 우리가 유일한 것 같다."

-'옵티마이저' 경쟁력과 가격은?

"AI기업 경쟁력은 결국 데이터다. 우리는 이 분야에서 이미 많은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 이 덕분에 '옵티마이저'가 계속 진화하고 있다. 비즈니스 초창기에는 '옵티마이저' 전체를 돌렸지만 지금은 일부만 돌려도 고객에 가장 맞는 AI알고리즘(AI엔진)을 더 빠르고 쉽게 찾아준다. 고객이 AI를 쓰려면 경제성과 편리성 두 가지를 다 갖춰야 한다. '옵티마이저'는 이 두 분야에서 다 경쟁력이 있다. 옵티마이저' 가격은 데이터 규모에 따라 다르다. 대략 4천만원~6천만원 정도를 연간 사용료로 받는다. 미국 C3.ai는 우리보다 훨씬 비싸다."

-옵티마이저가 유전학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만든 AI플랫폼이라고 들었다. 유전학 알고리즘이란 무슨 말인가? 어떤 의미가 있나?

"유전학 알고리즘은 생물이 진화하는 과정(적자생존-교배-돌연변이-대치)을 본따 만든 최적화 알고리즘중 하나다. 인공지능을 자동으로 개발하는 데 구글이 최근 이를 활용하는 등 인공지능 자동 개발 영역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 기술이다. 수 없이 많은 인공지능 기술이  빠른 속도로 연구, 발표된다. 이 많은 기술을 비개발자가 직접 다 이해하고 활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에 우리는 '옵티마이저'를 통해 비개발자가 인공지능 최신 기술을 쉽게 활용할 수 있게 제공한다. 보통 인공지능 파이프라인이 데이터 처리 및 정제, 알고리즘 선택, 하이퍼 파라미터 튜닝 등으로 이뤄져있고, 각 영역별로 기술이 다양하게 공개돼 있다. 우리가 개발한 '옵티마이저'는 각 영역의 기술 조합을 유전 알고리즘을 바탕으로 최적화해 주어진 데이터 내에서 가장 성능이 높은 인공지능을 도출, 고객에 제공한다."

손진호 대표가 2호선 홍대 인근 사무실에서 회사 설명과 포부를 밝히고 있다.

-AI교육도 하고 있는데...

"옵티마이저 플랫폼을 보급하다 보니 교육 필요성을 느꼈다. 현장에서 AI를 도입해 경쟁력을 높이려면 기획 등이 필요하다. 교육을 통해 실무자들의 AI 플래닝 역량을 키워주고 있다. 우리가 제공하는 AI 교육은 단편적인 AI 이론이나 코딩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다. AI를 활용해 프로젝트를 스스로 기획하며 연구 및 개발하는 방법을 가르친다. 특히 AI 기술 용어와 지식에 친숙하지 않은 비개발자와 기초 지식이 전혀 없는 완전 초보자도 실제 비즈니스에 AI를 도입할 수 있게 커리큘럼을 구성했다."

-AI교육을 받은 곳은 몇 곳이나 되나?

"작년 상반기에만 LG∙현대자동차∙두산 같은 대기업들이 50여 차례 우리와 협업해 교육을 받앗다. 교육은 이론 수업과 실습으로 나눠져 있다. 이론 수업은 ▲머신러닝 방법론 ▲인공지능 툴 활용 방법 ▲다양한 직무의 데이터 활용 사례 등 AI의 전반을 교육한다. 실습은 ▲데이터 불러오기 및 탐색적 데이터 분석 ▲데이터 전처리 및 나누기 ▲알고리즘 선택&모델 학습 ▲예측결과 확인 및 평가를 가르친다. 특히 우리가 개발한 AI 실습코치 '알리'가 실시간으로 학습을 도와준다. 이런 교육은 결국 인공지능을 조직에 도입하는 첫 단추가 된다. AI교육을 토대로 인공지능을 실무에 적용하는 프로세스로 연결되게 한다. 글다보니 유용성면에서 현업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올해 내놓을 신제품이 있다던데

"플랫폼인 '옵티마이저'를 기반으로 몇 개 영역에서 제품화를 했다. 먼저 대학과 기업의 인사관리(HR) 시장을 겨냥해 제품화를 완료해 시장에 선보였다. 올해는 차량용 AI 제품도 내놓는다. 차량을 진단하는 AI다. 차 훼손때 수리할면 비용이 얼마나 드는지 알려주는 제품이다. 시제품(프로토타입)은 나와 있다. 상용 솔루션은 상반기중 출시할 계획이다. 올해 이 제품이 나오면 옵티마이저를 기반으로 한 제품이 세 종류가 된다. 이런식으로 하나씩 하나씩 옵티마이저를 기반으로 한 제품을 내놓을 예정이다."

-대학 시장을 겨냥해 내놓은 AI 제품이 흥미롭다. 재학생 자퇴 여부를 90% 이상 예측할 수 있다던데, 어떻게 가능한가

"대학교 대상 AI 제품은 '유니딧(UNIDICT)'이다. 이를 활용하면 전공이 적성에 맞지 않거나 진로와 취업 고민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학생들을 학교가 파악, 선제적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지역에 상관없이 대학 자퇴율이 해마다 증가 하고 있다. 우리 AI 제품은 이를 낮출 수 있다. 대학교 내 학점, 장학금 수혜 여부, 전공, 나이, 휴학 횟수 등 다양한 데이터를 취합해 수집해 2000여 개의 AI 파이프라인을 활용해 학생이 가진 고민과 문제를 종합적으로 분석, 개인화한 결과치를 도출한다. 도출 정보는 플랫폼에서 가시성 높은 형태로 제공한다. 전과나 교수 상담 등 지도 편달이 필요한 학생을 ‘도형화 그래프’로 한눈에 알려준다. 개인별 상세 페이지 등 직관적 내용도 추가로 제공한다. 자퇴생이나 장기 휴학생, 학사경고 대상자 등 재학생의 중도 이탈을 약 90% 내외로 예측할 수 있다."

-기업 인사관리(HR) 분야를 겨냥한 AI제품도 흥미롭다. 퇴사 여부를 80% 이상 예측할 수 있다는데....

"기업의 HR영역을 타겟으로해 만든 AI 제품인 '아로(AHRO)다. 이를 활용하면 기업에서 핵심인재 퇴사 여부와 승진자 예측, 혹은 부서이동 추천 등이 가능하다. HR의 다양한 영역에 인공지능을 적용한 제품이다. 기업이 보유한 인사 데이터를 '옵티마이저'를 통해 분석해 최적의 인공지능 모델을 도출한다. 이를 위해 어떤 요인이 퇴사 혹은 승진에 영향을 미치는지 다각도로 분석한다. 이미 외국기업 닐슨이 유사한 프로세스로 퇴사율을 거의 절반 가까이 줄인 적이 있다. 우리가 이를 국내에 적용, AI를 기반으로 제품을 만들었다. 국내 주요 기업들이 이미 활용하고 있다. 충분히 유의미한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거라는 확신이 있어 AI제품을 출시했다.“

-고객사는 얼마나 되나

"LG그룹, 현대자동차그룹, 두산그룹, KB금융그룹 등 100여개 기업이 우리 플랫폼을 쓰거나 교육을 받았다. 교육을 받은 후 우리 AI엔진(옵티마이저)을 도입하는 고객도 늘고 있다. 기획에서 플랫폼 도입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부드럽게 하기 위해 KAIST와 협업중이다. AI가 대중화 하려면 실무진이 AI모델을 잘 활용해야 한다. 이를 자동화하는 연구를 KAIST와 같이 하고 있다."

-국내외 경쟁사는 누구인가

"국내는 아직 우리와 같은 비즈니스 모델을 갖고 있는 회사가 없다. 데이터가 들어왔을때 인공지능을 잘 만들어 준다는 AI회사는 많다. 하지만 우리처럼 AI활용의 전 과정을 다루는 AI회사는 아직 보지 못했다. AI모델은 함수에 불과하다. 함수만 가지고는 실무자들이 AI를 잘 쓸 수 없다. 그래서 실무자들이 함수인 AI에 접근해 잘 활용하게 하는 인터페이스나 시스템이 필요하다. 현재 이 인터페이스를 자동화하고 있다. 외국에서는 AI대중화 회사로 미국계 C3.ai가 유명하다. 이 분야에서 글로벌 1위다. 나스닥 상장사로 500만개 AI를 시장에 공급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에도 지사를 준비중으로 알고 있다."

-누적 투자유치액은 얼마인가? 작년 매출은?

"시드 5억원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누적 투자액이 75억원에 달한다. 시리즈B 라운드를 하반기에 할 계획이다. 작년 매출은 아직 공식 집계되지 않았다. 3월경 가능하다. 대략 10억~15억원 정도를 추정하고 있다. 2년후엔 100억 달성이 가능하다고 본다."

-직원 수는? 기업문화도 궁금하다

"직원은 50명이다. 이중 개발인력이 30명이다. AI경진대회 수상자도 있고 50대 개발자도 있다. 대전에 부설연구소가 있다. 연구인력은 주로 대전에 머물고 있다. 개발자들에게 자율을 많이 준다. 새로운 기술 시도도 장려한다. 회사내 직급이 없고 서로 님으로 부른다."

-수출 계획은?

"글로벌기업 한국 지사와 같이 일 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두 개 있다. 올해 중 끝난다. 이 프로젝트가 성과가 있으면 수출도 가능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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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때 창업했다. 예비창업자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창업은 할만한 건가?

"(창업이) 이를수록 좋다고 생각한다. 본인이 가진 생각이 세상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면 과감히 창업에 나서라고 말하고 싶다. 우리나라는 창업하기 좋은 나라다. 창업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쉽게 생각하면 안된다. 어진간하게 했다가는 낭패를 본다. 사람 관리, 팀 결성, 자금 문제 등 어려운게 하나둘이 아니다. 하지만 본인 의지가 강하면 창업해도 좋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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