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정통부 부총리급 격상...융합시대 선도해야"

[대선기획/학회장에게 정책을 묻다③] 한국경영정보학회장 양희동 이화여대 교수

디지털경제입력 :2022/02/14 10:15    수정: 2022/02/14 12:54

20대 대선이 한달도 채 남지 않았다. 디지털 강국, 벤처기업 육성, 일자리 창출 등 대선 후보들은 저마다 다양한 공약을 내놓았다. 일부 후보는 과학과 기술 분야 부총리급 정부 부처도 약속했다. 학계는 대선 주자들의 이런 공약을 어떻게 평가할까. 또 어떤 공약을 원할까. 지디넷코리아는 대선기획 차원에서 국내 주요 학회장들에게 대선 후보들의 정책 평가와 바라는 정책을 물어봤다. 이를 차례로 소개한다. <편집자>


양희동 한국경영정보학회장(이화여대 경영대학 교수)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산업경제 정책 중 디지털 전환에 대한 대대적 투자를 가장 눈에 띄는 정책으로 꼽았다. 앞서 이 후보는 '신경제 비전'을 발표하며 135조 원의 디지털 전환 투자로 200만 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마련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양 학회장은 또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산업을 더 확실히 육성해 글로벌 소부장 핵심국가로 건설하겠다는 것과 국토 대전환과 관련한 SOC 구축(광주-대구 달빛내륙철도 등)과 디지털 인재 100만 명 양성, 관료 중심형 정부가 아닌 문제해결형 스마트 정부를 위한 개방형 임용제 확대도 높이 평가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의 산업정책에 대해서는 "디지털 경제 패권국가와 역동적 혁신 성장을 키워드로 한 여러 정책들이 좋아보인다"고 진단했다. 앞서 윤 후보는 디지털 패권 국가 구현을 위한 6대 전략으로 ▲인공지능(AI)산업 육성 ▲ 소프트웨어산업 발전 앞장 ▲디지털정보가 막힘 없이 오고 갈 수 있도록 고도화한 디지털 인프라 구축 ▲반도체와 모빌리티 같은 디지털 융합산업 적극 지원 ▲튼튼한 사이버 안전망 구축 ▲100만 디지털 인재 양성 등을 제시한 바 있다.

양희동 한국경영정보학회장(이대 교수)

양 학회장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정책에 대해서는 "핵심 과학기술 5개를 보유하고, 글로벌 대기업 5곳을 만들어 세계 5대 경제국가로 발돋움하자는 ‘5‧5‧5’ 공약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 디지털 경쟁력은 기업이 중심이 돼야한다. 정부가 중심이 되면 안된다. 이런 차원에서 정부 공공 디지털사업에 대기업 참여가 배제돼 있는 규제는 하루빨리 개정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는 서비스 시장에 관여할 것이 아니라, 기업이 필요로 하는 5대 과학기술 연구개발을 어떻게 지원할지, 어떤 규제가 완화돼야 하는지, 인력은 어떻게 양성해야 하는지 등 자금과 규제, 인력 양성의 3대 지원 기조를 확약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여야를 막론하고 대선 캠프에 제안할 정책으로는 디지털 관련한 스타트업 정책과 비대면 의료서비스 정책, 금융정책이 개선돼야 한다고 꼽았다. 양 학회장은 규제샌드박스 개선도 주문했다. "현재의 규제샌드박스는 신속 확인, 임시 허가, 실증특례 세 부문으로 구성돼 있는데, 임시허가와 실증특례간 구분이 모호해 관련 부처나 신청기업 모두 시행착오를 거치고 있다"면서 "해당 부처도 6개 사업분야로 구분돼 있는데, 부처간 기준이나 관련 규제가 달라 규제 샌드박스 운영의 일관성이 보장되지 못한다. 규제 샌드박스 거버넌스 일원화를 통해 보다 신속하고 일관된 정책 집행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의료 서비스 디지털화도 강조했다. "이는 오랜 숙원 과제"라며 "웬만한 국가보다 뒤떨어진 의료법을 시급히 개선해 4차산업혁명에 부합하는 비대면 의료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또다른 팬데믹이 창궐할 경우를 미리 대비하는 차원에서라도, 또 부족한 의료전문인력 활용성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비대면의료서비스는 절실하다"고 밝혔다.

금융제도에 대해서는 "핀테크 중심의 신금융서비스 개발 및 확산에 혁신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면서 각종 규제 혁파를 강조했다. IMD가 발표한 지난해 우리나라 금융분야 국가경쟁력은 23위다. 전년도보다 11단계 상승했다. 이 지수에 대해 양 학회장은 "주식시장 규모와 주가지수관리, GDP 중 은행자산규모 비중 등 신금융서비스와는 관계없는 전통금융서비스 위주 성과일 뿐"이라면서 "글로벌 리서치업체 핀덱서블 순위에 따르면, 우리나라 핀테크 산업 발전 순위는 2020년 18위에서 2021년 26위로 하락했다. 국제 경제 규모에 어울리는 금융개혁이 절실하다"고 역설했다.

차기 정부의 정부 조직개편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 "현재의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방송통신업무를 추가하고, 부처 장관을 부총리급으로 격상, 다양한 산업과 기술, 서비스간 연계와 융합을 유기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면서 "2004년 노무현정권에서 도입한 과기부총리 제도를 부활하는 성격인데,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도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로 합쳐져 있는 만큼 이와 보조를 맞추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여러 부처(과학기술정보통신부, 문화체육관광부, 행정안전부 등)에 흩어져있는 정보통신업무를 한 부처(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집중, 일괄된 정책을 펼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국경영정보학회가 지난해 주최한 포스트 코로나 시대와 디지털 포용을 주제로 한 행사에서 참가자들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

정보통신기술은 거의 모든 사회 전방에 접목돼 있으므로, 각 정부 부처는 사용자(행정서비스 수요자) 입장에서 정보통신 서비스 수요조사 및 기획을 수행하되,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각 정부부처의 정보통신서비스 수요를 취합하고 평가해 최종 프로젝트 발주 및 관리까지 집중적으로 관리하자는 것이다.

양 학회장은 "정부예산 수요가 각 정부부처에서 발생하지만 기획재정부에서 정부예산 수요를 일괄 취합하고 평가, 공급하는 체제와 유사하다"며 "디지털 기술 정책의 공급자 관점과 수요자 관점을 이원화 관리하는 체제"라고 설명했다. 국가경쟁력의 핵심인 인재 양성에 대해서는 "정보통신전문인력 100만명 양성이 양대 정당후보자의 공통된 공약인 만큼, 인재양성은 교육부에서 주관해 다른 분야 인재양성 정책을 포함한 보다 큰 틀에서 인재양성 사업을 벌여야 한다"면서 "인재양성은 특정 시류나 경기변동에 영향 받으면 안되고 국가백년대계라는 차원에서 미래 인재 전체 풀을 관리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한편 양 학회장은 문재인 정부의 산업정책 중 잘한 것으로는 디지털 뉴딜을 꼽으며 데이터, 네트워크, AI 산업 육성 토대를 마련한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미흡한 점은 원자력 산업 홀대와 블록체인 및 토큰 이코노미 개혁 미비, 일자리 창출 부진, 부동산 정책 실패를 들었다. 원자력 산업은 10대 주요 수출 품목인데 갑자기 충분한 논의도 거치지 않고 환경훼손의 중요한 위협인양 포장해 홀대했다는 것이다. 양 학회장은 "기후변동론, 탄소에너지 불가피론 등 현재의 환경문제에 관한 다양한 전문가 의견이 있는 만큼 보다 신중한 원자력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블록체인과 토큰도 단순한 투기 대상이 아니라 신경제 동력으로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과 고용 증진 관점에서 접근해야 하는데 거의 부동상태라며 아쉬워했다. 이에 양 학회장은 "블록체인 위에서 거래하는 가상자산 정의와 법적지위를 조속히 정립하고, 가상자산 거래소 인증과 신용사고 방지를 위한 각종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저임금제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소득주도성장(소주성)이란 이름으로 추진한 최저임금 상승정책은 임금 상승에 부합하는 노동자의 생산성 향상 없이는 기업(특히, 중소기업)에 부담만 안기고 결국 고용하락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양 학회장은 "최저임금 상승분에 해당하는 기업 부담은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에 대한 답을 제시하지 않는 한 소주성 청사진은 우리나라 경제에서 실현하기 어렵다"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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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양 학회장이 이끄는 한국경영정보학회는 1989년 설립됐다. 5000여명의 회원을 둔 ICT융합경영 분야 국내 최대 학회다. 2013년 아태 정보시스템 국제학술대회(PACIS, Pacific Asian Conference on Information systems)와 2015년 ICEC(International Conference for Electronic Commerce) 행사를 개최했다. 특히 2017년에는 경영정보분야 세계 최대 학술대회인 ICIS(International Conference on Information systems)를 서울에서 성공적으로 개최, 국내외에 이름을 알렸다. 경영정보학을 비롯해 경영학, 산업공학, 컴퓨터과학, 정보통신공학, 행동과학, 인지심리학 등 다양한 학제간, 산학연관 전문가들이 참여하고 있다

. 양 학회장은 미국 매사추세츠주대학(University of Massachusetts) 조교수로 근무하다 2000년 9월 이화여자대학교 경영대학에 부임, 이 대학 경영전문대학원장과 경영연구소장을 지냈다. 한국지식경영학회장도 역임했다.

한국경영정보학회는 지난 1월 양희동 회장(앞줄 왼쪽 여섯번째) 등이 참석한 가운데 주요 정당의 대선 캠프 관계자를 초청, 국내 디지털 정책을 토론하는 자리를 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