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피부는 약한 자극에는 쉽게 적응해 지속적으로 자극을 받더라도 고통을 느끼지 않는다. 반면, 강하고 위험한 자극을 받으면 언제나 고통을 느낀다. 이는 피부 조직의 손상을 피하게 하는 등 몸이 외부 상황에 쉽게 적응하게 하고, 위험한 환경으로부터 스스로 보호하게 한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원장 윤석진)은 첨단소재기술연구본부 강종윤 본부장과 전자재료연구센터 윤정호 박사 팀이 외부 자극 정도에 따라 뇌에 전달하는 생체 신호의 강도를 조절할 수 있는 반도체 전자소자를 개발했다고 13일 밝혔다.
사람의 피부처럼 약한 자극에는 쉽게 적응하고 위험한 자극에는 고통을 느껴 전달하게 할 수 있다. 인공피부와 인공장기, 휴머노이드 로봇, 차세대 정보처리 시스템 등에 활용될 전망이다.
이 소자는 전기 자극에 의해 쉽게 이동하는 성질을 가진 은(銀) 입자를 활용한다. 적은 양의 은 입자가 소자에 포함되면 나노 크기 실선 형태의 약한 필라멘트가 형성되고, 마치 백열전구의 필라멘트처럼 발열이 생겨 전기 회로가 끊어진다. 이런 특성을 바탕으로 외부의 약한 자극에 대해선 시간이 지남에 따라 흐르는 전류의 양을 줄여 추가 신호를 발생하지 않도록 할 수 있다.
반면, 많은 양의 은 입자가 소자에 포함되면 두껍고 강한 필라멘트에 의해 전기 회로가 만들어지고, 열이 발생해도 쉽게 끊어지지 않는다. 이러한 원리를 이용해 강한 자극이 가해질 때는 지속해서 고통을 느낄 수 있도록 신호를 발생시킨다.
기본 구조는 같고 은 함량만 다른 두 소자를 적절히 함께 사용해 중요하지 않은 약한 자극은 무시하고 강하고 중요한 자극에는 반응하게 한다. 인간의 신경이 외부의 자극을 받아들이고 해석하는 작용을 반도체 소자로 재현한 것이다.
강종윤 KIST 본부장은 “이번 연구는 전자소자가 단순히 고통을 모방하는 특성을 넘어, 인체에 무해한 약한 자극에는 고통을 느끼지 않도록 쉽게 적응하고 인체에 유해한 강한 자극에는 고통을 느낄 수 있도록 한 것에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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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호 박사는 “개발한 기술을 통해 인공 피부, 장기 및 휴머노이드 로봇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또 센서로 들어오는 자극을 전처리해 노이즈를 제거하고 의미있는 신호만 전달, 자극을 효율적으로 인지 및 추론하는 뉴로모픽 컴퓨팅에도 활용 가능하다. 열, 압력, 빛 등 각종 감각 자극을 받아들이는 센서에 적용해 유의미한 신호만 받아들일 수 있다.
이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지원으로 KIST 주요사업과 한국연구재단 차세대지능형반도체기술개발사업으로 수행되었다. 연구 결과는 재료과학 분야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사이언스(Advanced Science)’ 최신호에 표지논문으로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