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준 기자의 e게임] 대항해시대 오리진, 확률형 요소 걷어내니 살아난 항해의 재미

콘텐츠 순환 사이클 정상화...1차 비공개테스트 당시 단점 대폭 개선

디지털경제입력 :2022/02/04 10:32

라인게임즈가 모바일 MMORPG 대항해시대 오리진의 2차 비공개테스트를 지난 3일 마무리했다.

대항해시대 오리진은 항해와 무역을 소재로 한 코에이테크모의 PC RPG 대항해시대 시리즈를 원작으로 하는 게임이다. 이번 2차 비공개테스트에서는 1차 비공개테스트 버전에서 지적받았던 확률형아이템 기반 수익모델을 덜어내며 게임성이 크게 변한 대항해시대 오리진을 만나볼 수 있었다.

2차 비공개테스트에 앞서 대항해시대 오리진을 개발을 이끌고 있는 이득규 모티프 대표는 "확률형아이템이 아닌 이용자에 의해 성장하는 게임. 퍼블리셔와 개발사, 이용자가 상생할 수 있는 게임으로 만들고 싶었다"라고 포부를 밝힌 바 있다.

대항해시대 오리진은 2022년 출시 목표로 개발 중이다.

이득규 대표의 이런 목표는 소기의 성과를 이뤘다. 대항해시대 오리진은 운에 의존하는 모바일게임이 아닌 이용자의 노력을 바탕으로 선단이 차근차근 성장하는 형태의 게임으로 탈바꿈했다.

장비와 항해사 등은 반복 플레이 혹은 시나리오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퀘스트를 수행해 획득할 수 있게 됐다. 이용자의 노력이 눈에 보이는 보상으로 돌아오는 구조가 동기를 부여하는 형태다. 콘솔이나 과거 PC온라인 게임 시장에서 당연했던 개념이지만 자동전투와 확률형아이템 시대에 접어든 모바일게임 시장에서는 잊고 살았던 가치이기도 하다.

1차 비공개테스트 당시에는 장거리 교역에서 얻는 득보다 손해를 볼 가능성이 월등히 높았기에 '짤짤이'라 불리는 단거리 교역 위주로 게임을 진행할 수 밖에 없었다. 항구를 찾아 나서 교역로를 만들어내는 원작 특유의 재미를 느끼기 어려웠던 이유이기도 하다.

2차 비공개테스트에서는 이런 장거리 교역의 재미가 살아났다. 단거리 교역보다 장거리 교역에서 더 많은 보상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더 먼 거리를 효율적으로 이동하기 위한 수단과 방법을 자연스럽게 찾아나서게 된 것도 달라진 점이다.

이번 테스트의 가장 큰 성과는 1차 비공개테스트 당시 미덥지 못 하다는 평을 받았던 대항해시대 오리진이 다시 관심을 받아도 될 가치가 있는 게임이라는 점을 증명했다는 점이다. 새로운 배경음악와 일러스트도 좋은 평가를 받으며 원작 팬의 관심을 끌어오는데 성공했다. 특히 교역으로 돈을 벌고 도면 재료를 모아 설계도를 입수하고 배를 건조할 수 있는 항구를 찾아나서는 과정이나 크루를 모집해 나만의 선단을 만들어가는 과정은 그 자체로 흥미롭다. 특히 매 단계를 넘을 때마다 선단이 강해지는 느낌을 확실히 전하는 점이 인상적이다

다만 이번 테스트는 숙제를 남기기도 했다. 게임의 콘텐츠 순환이 자연스럽게 이어지게 됐지만 재화 혹은 경험치 획득 등에서 이런 흐름을 방해하는 요소가 여전히 남아있는 이유다. 정식 출시 전까지 이런 여지를 최소화하고 개선하는 작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배를 건조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재료의 양이 엄청나며 이 과정에서 해야 하는 행동의 종류도 다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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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급해야 할 재료의 양이 많다는 것은 반복 플레이가 어느 정도 강제된다는 의미로, 해야 하는 행동의 종류가 다양하다는 말은 대항해시대를 처음 접하는 이가 뭘 해야 할지 몰라서 갈피를 잡지 못 하는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최근 몇년간 RPG 요소가 담긴 모바일게임 절대다수가 이용자를 '씻겨주고 먹여주고 재워주는' 수준의 편의를 제공했다. 이런 시스템에 적응된 이들이 수동 플레이, 이용자가 게임 내 성장을 위한 대부분 요소를 직접 관리해야 하는 게임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에 대한 고민도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